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한 번 스친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최인수 |2006.12.20 22:28
조회 25 |추천 0

The Guy

ː한 번 스친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난, 한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한다.

단 한 번, 10분간 만났고 그 이후로는 만날 수 없었던 한 여자.

그 여자가 입고 있던 옷과 그여자가 들고 있던 가방.

그리고 손목에 찬 시계까지 내 모든 기억은 완벽하다.

 

방콕공항이었다.

유럽에서 날나온 나는 밤 8시30분,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했구,

너는 나보다 10분 먼저 인도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했었다.

 

출국 수속을 마친 공항 내의 커피숍이었다.

넌 수첩에 뭔가를 끼적이고 있었고 난 탄산 음료를 홀짝이고

있었고 그랬다. 한 테이블에 너와 나는 합석을 했었다.

 

내가 왜, 너의 이름과 너의 주소와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는지는 나도 알 길이 없다.

너에게 신사적으로 비치기 위한 것이었는지,

너를 방해하기 싫었던 건지, 그것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분명하고 선명한다는 것.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는 것.

 

잠깐이라도 너를 봤음 한다.

방콕 공항에서든,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든

어쨋든 내가 세상과 이별하기 전까지만이라도.

그때 난 너를, 다시는 놓지 않을 것 같다.

 

The Girl

ː스쳐갔을 뿐인데 이리 오래갈 줄은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을 오래 기억한다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일  수 없다.

더군다나 나처럼 사람 얼굴을 기억 못해서, 실수를 잘하는 사람에겐,

더 그렇다.

 

그 사람 얼굴 특징이 강해서도 아니고,

그 사람의 기억할 만한 어느 한 순간의 강한 표정 때문만도 아니다.

1년 전 한 번 스친 기억이 전분데,

가끔 그 사람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 보고 싶어서일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꼭 한 번 쯤은 다시 만나고 싶은 거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오늘 낮에, 공원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앞을

지나다가 그 사람과 꼭 닮은 초상화를 걸어놓은 걸, 봤다.

"혹시, 저분 , 저 초상화 주인요, 아는 분이에요?"

 

나는 희망을 갖고 물어본 거였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림을 그려달라 하고는 값을 지불하고,

그림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냥 가버렸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내 가슴은 뛰었고 어지러웠다.

세상에 단 한번만으로 끝나는 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원나무 그늘에 오래 앉아 있었다. 파랗고 선명한 예감 때문이었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 아니면 모레라도 그 사람이 내 앞을 지나며

나를 향해 "나도 많이 보고싶었었어요..."

라고 말해줄 것만 같아서였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