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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 할머니는.. 맨날 나를 호랭이 XX

황이슬 |2006.12.24 22:55
조회 11 |추천 0

어렸을 적 우리 할머니는..

 

맨날 나를 호랭이 XXX X 이라고

 

나를 구박하셨다.

 

나를 이뻐하셔서 그러셨다는 것도

 

모른체, 어렸을 적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외가에 언제가냐고, 빨리 가자고 막 졸랐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무섭게만 느껴졌던

 

할머니의 등이.. 작아 보였다.

 

그래서 외가에 가자고 조르지도 않고 오히려

 

조금만 더 늦게 가자고, 할머닌 혼자 계시게 되잖냐고

 

외가에 가면 사람도 많으니 좀 늦게 가자고 아빠께

 

말씀드렸다. 아프지도 않으시고 워낙 정정하셨던

 

분이여서 우리가 내려가면 항상 준호엄마 왔냐~?

 

하며 30분이나 걸어가야 하는 곳에서 일하고 오시던..

 

우리가 내려오기 전까진 불도 때시지 않던 분이셨다..

 

그러던 어느날.. 황달끼가 있어서 병원에 입원하셨던

 

할머니는.. 검진결과 신장이 안좋으셔서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하시다.. 뇌출혈을 일으켜 뇌를 한쪽 제거까지

 

하셔야했다. 그때까지도 할머니를 조금 싫어했던 나는..

 

문병가서.. 하염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그 정정하셨던

 

분이.. 수많은 줄에 연결되 말씀도 못하시고 제대로 눈도

 

못뜨시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왜

 

그동안 할머니를 싫어했을까 죄송스런 마음에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도록 중환자실에 계시던

 

할머니는 겨우 일반병실로 옮기셨다.. 코로 간신히 식사를

 

해결하셨고, 걸음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단

 

한걸음도 걸으실 수 없게 되셨다. 설날에 할머니를 뵈러

 

병원에 갔다. 둘째고모께서 세뱃돈으로 5000원짜리 신권을

 

주셔서 할머니께 보여드렸더니, 수푠줄 아시고 잘 챙겨놨다

 

나 달라고, 하셨다. 할머니 그건 5000원짜리 신권이에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고모를 다그치며 얘끼 이년아 그것도 돈이

 

라고 줬냐..하시며 예전처럼 욕도 하시고 편안한 모습이셨다.

 

그렇게 할머니가 퇴원하시고 큰어머니댁에 계시면서 밥도

 

잘드시고 건강한모습으로 계셨다. 

 

간간히 큰어머니댁에 들려서 할머니의 모습을 뵈고 오곤

 

했다.. 살아계신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뵌건.. 추석 때

 

큰어머니댁에 친척들이 모인날이었다.

 

큰집에 있다 외가로 내려가야 해서 나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다시 오겠다고 그때까지 건강히 계시라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으로 할머니를 뵈었다..

 

정말 그게 마지막 일줄은..꿈에도 몰랐다..

 

그런 말 하지 말껄, 왜 할머니를 뵈러 올라가지 않았지?

 

할머니가 아프신 동안 히히낙낙.. 왜 나만 즐거웠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는 MT가서 즐겁게

 

놀다온게.. 할머니께 너무 죄송스러웠다.. 손녀란는 애가

 

아무런 낌새조차 눈치 못챈게.. 너무나도 죄송스러웠다.

 

빈소에 도착해서 절을하는데.. 할머니 방에 있었던 영정이..

 

시골에 내려갈때 마다 봤지만 아무런 느낌 없었던 할머니

 

초상화가.. 왜 그렇게 슬퍼보였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울고 말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뒤섞인체..

 

그러고선 소복을 입고.. 문상객을 맞이하고 그렇게 하루가

 

가면서 할머니가 자는척 하시는게 아닐까? 다시 보면..

 

잘 잤다고 하시면서 일어나시진 않을까? 계속 생각했다..

 

할머니의 입관조차 보지 못했다.. 23일 새벽 6시.. 서울 강동

 

카톨릭 병원에서 할머니의 관이 전북 정읍 정동에 있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걸 보고 또 하염없이 울었다.. 그 정정

 

하시던 분이.. 농담처럼 할머닌 하도 정정하셔서 100세는

 

거뜬히 사실꺼야라고 했던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정말 그러실 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할아버지께서 뭍혀계신

 

정동으로 갔다. 할머니께선 차디찬 흙 속으로 서서히 뭍혀

 

가셨다. 왜.. 어째서 내가 크고난 뒤에.. 할머니랑 찍은 

 

사진이 단 한장도 없을까.. 너무나 서글펐다.. 다시는 ..

 

나를 호통치던 그 모습도.. 일하다 들어오시는 그 모습도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도 볼 수 없게 되버렸다.

 

병원에 계시면서 뼈 밖에 남으시지 않고 힘든 수술을 견디신

 

할머니께선.. 2006년 12월 21일 새벽 4시에..

 

모든 고통을 버리시고.. 하늘나라에 먼저가신

 

할아버지 옆으로 가셨다.

 

할머니.. 철없고 못난손녀 이슬인데요. 일같은거 이제 하지

 

마시고 더이상 아프시지도 마시고 그곳에서 편히 계세요.

 

할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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