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격의 생물학적 기원
자신의 성격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간단하게 “O형 성격이다”, B 형이다“라고 대답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대답에는 성격을 생물학적인 조건과 대응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들어 있다. 정말로 성격과 생물학적인 조건이 관련이 있을까? 그 대답은 ”그렇다“이기도 하고 ”아니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혈액형과 성격이 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질문을 조금 바꾸어서 해보자, 성격은 타고나는가 아니면 경험의 결과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성격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고 경험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성격의 어떤 측면이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든, 성격에서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생물학적인 근거를 말하는 것이다.
일찍이 희랍시대의 히포크라테스는 성격은 인체 내부의 4개 체액(황담즙, 혈액, 흑담즙, 점액)에 의해 성격이 결정되며, 이상성격은 체액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보았다. 히포크라테스는 성마른 기질은 황담즙질의 과다에 의해 야기되고, 우울한 기질은 흑담즙질의 우세를 반영하며, 다혈질의 사람은 혈액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며, 침착하고 냉담한 기질의 사람은 점액질이 과다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신체 내부의 화학물질의 활동이 우리의 행동과 관련이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근래에 와서 정신의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생물정신의학의 원시적인 유형을 보는 듯하다.
20세기 전반에 Sheldon은 체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려 하였다. Sheldon은 체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외배엽형, 중배엽형, 내배협형으로 나누었다. 외배엽형은 몸이 깡마르고 키가 큰 사람들로, 대체로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중배엽형은 몸이 건장하고, 탄탄한 근육질의 사람으로, 활동적이고 모험적이고 정력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내배엽형은 비만한 사람들로, 성격이 편안하고 낙천적이고 사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체형론에서의 이러한 주장은 대체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다만, 고정관념에의한 사회적인 기대효과는 있을 수 있다.
한편, 쌍생아 연구를 통해 성격이나 기타 심리적 속성들이 유전된다는 것을 입증한 경험적인 연구도 있다. 일란성 쌍생아와 이란성 쌍생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격 차원에 대해 평균을 내어본 한 연구 결과 이란성 쌍생아들에 비해 일란성 쌍생아들에서 유의하게 높은 상관이 관찰되었다. 쌍생아들을 대상으로 정신분열증의 일치율 조사한 또다른 연구에서는 일란성 쌍생아들의 정신분열증 일치율이 이란성 쌍생아들의 일치율보다 더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성격에 미치는 유전의 영향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그러나 쌍생아 연구를 통해 성격의 유전성을 주장한 여러 연구는 연구의 타당도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행동과 유전 간의 관계는 이 책의 13장에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성격의 생물학적인 바탕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는 Eysenek이다. 그는 내향성-외향성, 안정성-불안정성, 정신병 경향(psychoticism)의 세 차원으로 성격의 개인차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개인차가 개인의 신경계통의 차이에서 온다고 보았다. 가령, 외향적인 사람은 대뇌 각성수준이 낮고, 외부 자극에 대한 조건화 또한 더 느리다. 실제로 출생 직후부터 어떤 아이는 매우 까다로운 반면 어떤 아이는 지나치게 느긋한 등의 개인차는 있다. 이러한 선천적인 차이를 기질이라고 하는데, 기질은 생물학적인 근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질의 개인차는 그 개인에 대한 부모와 같은 주요 성인의 반응에도 영향을 주어 기질의 개인차는 환경으로부터 다른 반응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순환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태어날 때부터 체중이 작게 나가고 많이 먹지도 않아 신체발육이 느린 아동을 생각해보자, 이렇나 아이가 선택하는 상황과 환경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다를 수 있다. 아무튼, 생물학적인 조건은 개인의 경험의 범위와 내용을 제한하게 되며, 이것이 행동의 범위와 내용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