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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게 만든 엄마를 용서해~~

박명구 |2006.12.27 22:12
조회 22 |추천 0

아침 7시가 되자마자 부리나케 아이들 셋을 흔들어 깨웠다.

방학했으니 늦잠을 자라고 일부러 깨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울 막내가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관계로

(언니와 오빠의 늦잠이 부러워 혹시나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 할까봐^^) 늦잠을 절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두 아이들도 이번 방학만큼은 나태하게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던지라 아무말 않고 일어나 주었다.

 

여느날과는 다르게 조금은 여유로워진 시간 탓에

나도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제일 먼저 밥 숟가락을 놓은 채린이는 이불 속의 따뜻함을 잊지 못했는지 또다시 파고 들었지만

나의 재촉에 발딱 일어나 양치질과 세수를 마쳤다.

채린이가 씻는 동안 두 아이들도 나몰래 슬며시 이불 속으로 직행...

잠깐만 눈 감아주기로 하고

채린이를 챙겼다.

기어이 치마를 입고 가겠다는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치마를 입히고,

머리를 빗기고,로션을 발라주고 안경을 씌워주었는데....

물어오는 채린이의 말을 무시하듯 괜찮다며 그냥 넘겨버렸다.

근데 그게 잘못이란 걸 아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채린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난 후,

이불 속에 들어가서 늑장을 부리는 아이들을 재촉해

책상 앞에 앉게했다.

아무 생각없이 오디오 옆에 놓인 안경을 찬호에게 내밀었는데,

하는거다.

순간....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바꿔 씌웠구나.....어쩌면 좋지?

아무리 시력이 별 차이 없다고 하더라도 본인 안경이 아닌 이상

많이 불편할텐데.....

재빨리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서 사정얘기를 하고 안경을 벗겨주십사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채린이의 안경을 챙겨 어린이집으로 달리면서도

아이 안경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내 실수가 어찌나 밉던지.....

정말 아이들 안경 쓰고부터 첨 있는 일이라 황당하기도 하면서

엄마인 내가 그저 한심할 뿐이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채린이를 찾으니

석주의 말에 또 한 번 채린이에게 미안했다.

채린이 역시 안경이 바뀌었단 사실에 많이 당혹스러웠을테고,

또 한 편으론 좀 부끄럽기도 했을테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경을 새로 맞췄다는 깜찍한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 엄마로선 그리 짐작을 했다.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은 둘째치더라도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든 엄마가 되어버렸으니......

그 사실이 그저 가슴이 아팠다.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아이는 또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채린아,

엄마가 정말 미안해.

우리 채린이가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는 거...

엄마는 알아.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제대로 채린이 안경만 챙겨줬더라도

우리 채린이, 그런 마음 불편한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그치?

정말 미안해, 우리 아기!!

이제부터 더 신경써서 우리 채린이 보살펴줄게.

그리고 채린이가 하는 말도 오늘처럼 그냥 무심하게 흘려듣지 않고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놓을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말이야.

 

우리 채린이, 우리 똥강아지.

오늘 일은 정말 엄마가 사과할게.

여전히 그래도 엄마 사랑하지?

엄마도 우리 채린이 아주 많이많이 사랑한단다. 알지?

 

오늘밤 고운 꿈, 예쁜 꿈 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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