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도 안되는 나쁜 버릇 중의 하나는 바로 압박을 즐긴다는 것이다. 오늘도 두 개의 시험이 연타로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어김없이 내가 앉아있는 곳은 책상 앞이 아닌 컴퓨터 앞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생전 안하는 책상정리도 시험기간이면 항상 하게 되어있고, 그러다보면 잊고있던 물건이 툭 튀어나와 추억을 회상하게 하며, 오랫동안 안봤던 만화책이 읽어달라 생떼를 쓰고(사실 이 만화책은 매번 시험때마다 찾아지고 매번 새롭게 읽는다), 여기에 탄력받아 예전에 쓰던 공책들을 흐뭇하게 뒤적거려본다.
이러면서도 정작 아침이 가까워지면 큰일났다를 연발하며, 가고있는 시간을 안타까워 하면서 '한 시간만 더 있었다면'이라 되뇌일 것이 안봐도 너무 뻔하지만, 새벽만큼 공부하기 좋은 시간이 어디 있으며 또 그러나 새벽만큼 센치해지는 시간이 어디 있으랴. 탓하지 말자.
'딱 세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상쾌하게" 공부해야지' 해놓고 나의 단잠을 깨우는 알람 시계를 집어 던지며 신경질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결국 짧은 시간에 공부를 다 마치지 못해 시험장에 걸어가면서도 흘끗흘끗 공책을 볼 것이고, 화장실에서는 방금 외웠던 것을 회상할 것이며, 선생들이 '이제는 다 집어 넣으세요' 할 때 까지도, 심지어는 시험지를 나눠줄 때가 되어서야 되려 짜증내며 프린트를 집어 넣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계획은 두 과목을 두시간씩 잡고서는 8시경에 시작할 작정이니 이것은 과연 어디서 오는 발칙함이자 태평인가? 매번 '다음번에는 기필코 이러지 않으리'를 다짐했으나 그때의 그 굳은 마음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지고 이제 남아있는건 신을 능욕하고도 남을만한 나태. 그러나 이것 또한 운명임을 거부할 수는 없다.
정말 결코 성실해질 수 없으며, 결코 노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