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형님, 그리고 엄정화 누님께…
저는 그 동안 두 분을 가까이서 뵙기도 했었고 또 남들처럼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올 해 새로운 활동으로 화제를 모으며 두 분이 90년대의 스타로서 살아있는 화석이 아닌 여전히 진행형인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시니 참 반갑고 든든합니다. 그런데 요즘의 뉴스들을 보면 그 화제성이 단지 반가움만이 아닌 논란으로 되어가고 있으니 염려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핵실험을 감행한다고 떠들썩했던 날, 포털검색순위의 1위는 ‘북핵’이 아닌 바로 ‘엄정화’였습니다. TVN의 개국쇼를 통해 컴백을 알리던 누님의 무대는 정말 허를 찌르는 ‘파격’이었고, 그냥 엄정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공격’과도 같은 것이었죠. 그냥 야한 옷도 아닌 ‘빤쓰’라니요. 순간적인 인터넷뉴스들 아래에는 ‘추하다’, ‘별짓을 다한다’ 등 온갖 악플로 들끓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계속되는 누님의 무대는 화제가 되었고 ‘멋있다’, ‘한국의 마돈나’라는 응원도 있었지만 악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 몇몇 기사에서는 ‘안티팬이 늘었다’라고 공식적으로 떠들기도 하더군요.
지난 앨범에서 ‘긴 하루’로 다시 한번 이승철의 진가를 보여주셨던 형님이기에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역시나 앨범이 출시하자마자 음악사이트에서는 금방 순위권으로 진입하였으나, 동시에 타이틀곡인 ‘소리쳐’가 Gareth Gates의 노래를 표절했다라는 제보들이 비공식적으로 인터넷에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형님에 대한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 공연 도중 던진 물병에 맞은 관객의 고소, 그리고 형님의 대응에 대한 명예회손 고소로 이어졌고, 그 와중에 마약물을 가지고 형님에게 협박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다니…. 기자회견에서 “연예인으로 사는 것이 힘들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에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정말 연예인으로 사는 것은 참 배부른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많은 희생과 대가가 따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평생 연예인’으로, ‘평생 아티스트’로 사는 것은 분명 더욱 힘들 일에 틀림없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형님과 누님 같은 90년대의 가수들의 현재진행형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음악은 한때 좋아하고 지나가면 추억의 산물로 남겨놓기에 익숙합니다. 그리고 그 가수는 변하지 않고 우리 안에 그때 그 모습으로, 그 노래들로 남아주기를 바랍니다. 또, 지금까지 나이가 들면 예전 추억의 가수로 남아 평생 추억의 노래만 부르는 가수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인지 음반판매의 주요 타겟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움직이지 않고 1~20대이며, 가요프로그램은 언제나 그랬듯 10대 위주로 만들어집니다.
한때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던 3~40대는 그저 7080콘서트에 나오는 가수들의 옛 노래를 같이 회상에 잠겨 흥얼거리기를 좋아합니다. 그 무대에서는 추억의 가수가 용감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새 노래를 홍보 하기 위해 나오기도 합니다. 분명 그 가수는 시간이 흘러 세월이 묻어나는 더 깊은 맛의 음악을 가지고 나왔겠지만 우리는 그 새로운 맛보려 하기도 전에 그의 옛 히트곡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윤수일님, 인순이님, 심수봉님 등 최고의 가수 분들 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새로운 노래를 선보이지만 별로 관심을 끌 수가 없었겠죠.
최근에 미사리를 지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활동한지 얼마 안된 가수들, 새 노래를 발표 할 때가 된 가수들의 이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이었습니다. 참 맘이 불편했습니다. 음악이란 추억을 떠올리기 위한 약이 아닌데 말입니다.
얼마 전 미국 슈퍼볼게임을 우연히 보다가 중간에 특별 공연으로 이제 60세가 넘은 밴드인 롤링스톤즈가 대형무대에 등장해서 연주하고 그 큰 경기장의 관객들은 열렬히 춤추고 환호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작년에 발매한 <A Bigger Bang>앨범은 그들 역사상 최고의 앨범이라는 극찬도 받았습니다. 이제 50을 바라보는 마돈나도 작년에 새로운 앨범을 내놓고 월드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에게는 롤링스톤즈처럼 할아버지가 되도록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락밴드가 없으며, 마돈나처럼 중년의 나이가 되어도 예상치 못한 댄스음악과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가수가 없는 걸까요.
동방신기, SS501등 아이돌 그룹들의 무대인 MKMF시상식에서 단연 돋보였던 무대는 바로 엄정화 누님의 무대였습니다. 그 어느 무대보다 화려했고, 카리스마로 가득찼으며 무엇이 가수인지 무엇이 정말 show인지를 어린 친구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은 마돈나가 부럽지 않습니다. 당신은 영화배우로서 인정받고 가수로서도 인정받는 유일한 엔터테이너입니다.
이승철형님, 당신은 지금까지 한번도 흔들림 없고, 멈추지 않았던 국내 최고의 가창력과 무대의 열정으로 손꼽히는 영원한 가수입니다. 멈추지 않는 엔진을 갖고 있는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습니다.
이승철 형님, 엄정화 누님. 순간적인 대중의 반응에, 순간적인 대중의 바람대로 흔들리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대중이 당신들께 무엇을 원하는지, 당신들은 대중에게 무엇이 되어야 되는지를 발견해내는 지혜를 잃지 말아주십시오. 수동적으로 추억 속의 노래들에 길들어져 잠자고 있는 우리들을 깨워주고, 꾸준히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 52스트릿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