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아름다운 영상.
푸른 산과 그 위에 놓여있는 하얀 눈,
수많은 양떼를 모는 그림같은 목동의 모습.
그 옛날 산으로 들로, 오랫동안 양을 치던 목동들에겐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었다지?
이 둘에게 일어났던 일은 단지 그런 방법들 중 하나였을까?
머, 물론 처음의 그 감정은 그랬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이 됐다.
서로에게 서로의 생활이 있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했었던 그들에게
서로를 향한 미묘한 감정선은 그런 고립된 곳에 놓여진 '단 둘'이라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둘에게 무언가를 느꼈던 건 '두번째 밤'.
술먹고 치른 '첫날밤'은 마치, '실수였어'라는 포스를 마구 풍기며
쌩-하니 말도 없이 사라지던 애니스를 바라보는 잭의 뒷모습은
'상처받았다'고 말하는 듯 해서- 왠지 나도 여자인지라-
애니스의 그 뒷모습에 돌팔매질이라도 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둘의 '두번째밤'은 너무나도 자연스레,
서로가 원하는 말짱한 제정신에 다가왔다. 이상하지?
그럼, 아침엔 내숭이었던거야? 후훗-
마치, 어린아이들의 미숙한 사랑처럼 그렇게 조물거리던 그 사랑이
귀엽다못해 깜찍하게 보였던건 산에서 철수하라던 이야기를 들은
애니스의 신경질에서였다. 속마음은 내보이기 싫고, 그렇지만 헤어지긴
또 싫은 그 마음이, 너무나도 답답해서 결국은 짜증만 내던 애니스.
결국 둘을 주먹다짐에까지 이르게 했지만, 그 속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들에게 현실이 있었다면,
일탈과 애틋함의 공간인 '브로크백마운틴'도 있었다.
그 일탈과 애틋함만으로 서로를 바라봐왔던 잭과 애니스.
결국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던
둘의 그 애틋함은 참 오랜시간을 함께 하게했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그 애틋함에
그 오랜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들이 함께 가족이란 이름으로 함께하면서도
그렇게 끊임없이 서로를 원할 수 있었을까?
-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은 철저히 남으로 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둘은 영원히 둘일 수는 없었다는 걸 알았기에,
또, 둘은 그들 삶에서의 일탈로 서로를 찾았기 때문에.
그래, 그거야.
그들 삶에 무료한 일상이 아니라, 일탈이었으니까.
일탈은 짜릿하지만 일상은 무료하다.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고 짜릿함을 간직할 수 있었겠지.
그래, 사랑은 그런거야.
** 나를 울렸던, 라스트씬.
피가 얼룩진 소매끝을 가진, 그 브로크백에서의 애니스의 셔츠를
자신의 셔츠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잭의 그 방한구석.
그렇게 애틋했음에도 겉으로 내놓을수도, 세탁을 해버릴 수도 없었던
그 셔츠가 너무나 아련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절로, '아아-'하는 탄성을 지르게 했던 그 장면.
이젠 철저히 혼자가된 그 현실에서 겨우 '잭'의 그 애틋함과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 애니스의 그 표정과 옷장에 걸린
잭의 셔츠를 감싸안은 애니스의 셔츠와 그 옆에 걸린
브로크백마운틴의 사진.
'이젠 약속할께'라고 말하는 애니스.
당신은 무엇을 약속했던가요?
가슴이 막 뭉클해지는 그 아릿함.
- 한참동안이나 엔딩크레딧을 끄지 못했던 건
단지 눈물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