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의료인들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는 소수만 믿는다.
약사 1명, 이비인후과 의사 1명, 치과 의사 1명.
내 30년 넘는 생에 믿을만한 인간이 겨우...
난 치매예방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외조부가 치매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은퇴한 목사, 감리교 감독이다. 해외에서는 비숍이라 한단다. 언뜻 듣기론 성 어거스틴도 비숍이라 하니 비숍이란 명예가 어느정도인지 교회에 가깝지 않은 사람도 알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 회의 설교와 긴 시간의 독서를 즐기고, 운동을 좋아하며 술이나 담배는 일체 손대지 않는 할아버지가 여든을 넘기시자마자 증세가 나타나더니 이젠 친척들도 정확히 알아보지 못하실 정도. 이런데 치매 예방 방법이 있다고 할 수 있나?
어제 외조모 발인을 마치고 친척들이 외가댁으로 갔다. 춘천공원에 매장하고 돌아왔다. 이 사실을 사람들이 할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다. 충격만 받고 잊을 것을 왜 알리냐는 이유였다. 나와 캐나다에서 온 외숙모가 들어서자 반갑게 맞으셨다. 놀랐다. 오늘따라 사람도 잘 알아보시고 표정도 밝으시단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많은 자녀들이 모여서일까.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이런 날 아닌가 싶었다. 기분 좋은 그 '오늘'이 어떤 날인가 - 할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