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선인이 들려주는 사극 이야기
주몽 vs 연개소문vs 대조영
요즘 대세는 고구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를 비롯해서 우리 고대사의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이 때, 그 어느 때보다 고구려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요즘 TV를 보면 고구려 사극 열풍이 불고 있다. MBC의 주몽, SBS의 연개소문, KBS의 대조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사극의 공통점은 바로 고구려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사극 중 주몽은 퓨전 사극을 연개소문과 대조영은 정통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대조영은 정통사극만 다뤄왔던 KBS에서 하는지라 굵직함과 웅장성이 단연 돋보인다 하겠다. 이 세 사극을 비교해보면서 각 사극이 지닌 장단점을 평하고자 한다.
사극에서 국민드라마로... 퓨전사극 주몽

드라마 주몽은 고구려의 건국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바로 삼국시대 초기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 초기는 신화와 전설과 역사가 혼재되어 있는 시대이다. 연개소문과 대조영에 비해 관련 사료가 부족한 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의존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주몽은 여타 사극과 달리 퓨전사극을 지향하고, 대사 역시 딱딱한 옛 언어 대신 깔끔한 현대어를 구사하고 있다. 게다가 대조영, 연개소문과 달리 보는 시청자의 연령 역시 다양하다. 드라마 주몽은 현재 시청률 40%를 넘는 국민드라마이다. 그러니 드라마 주몽을 안 보고서는 얘기가 안될 정도로 주몽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할 수 있다. 이번 장에는 드라마 주몽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보고자 한다.
드라마 주몽의 매력
주몽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러브스토리이다. 주몽과 소서노의 애틋한 사랑, 소서노를 향한 대소의 열정, 해모수와 유화의 사랑, 그리고 그런 유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금와.... 한 마디로 주몽은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초반부터 해모수와 유화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면서 주몽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역사와 접목시켰다. 게다가 퓨전사극을 지향해서 인지 구어체 대신 깔끔한 현대어 즉 일상적인 말을 사용함으로써 모든 연령층이 부담없이 즐겨볼 수 있다. 사극하면 딱딱하다던가, 어렵다고 느끼지만, 주몽에는 그런 딱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정통사극과는 달리 주몽은 역사적 시각보다는 개인의 시점을 중요시한다.(이 점은 대조영에서도 볼수 있지만...) 주몽을 보면 한결같이 개인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게끔 한다. 주몽의 시각을 통해 당시 부여의 사회상, 권력 암투를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드라마 주몽은 많은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태자 경합, 소금산 원행, 강철검을 만들기 위한 노력, 한사군과의 전쟁, 주몽과 대소의 갈등, 영포의 난 등 회를 거듭하면서 많은 에피소드 등이 얽히고 섥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정통사극과는 달리 이러한 에피소드 등이 많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사극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드라마 주몽의 문제점 - 역사왜곡(?)
드라마 주몽하면 역사왜곡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주몽과 관련된 사료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지나칠 뿐 아니라 그 도를 넘는다고 한다. 심지어 작가의 역사의식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드라마 주몽은 기존 역사서와는 많이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해모수의 존재이다. 해모수는 삼국유사에는 부여왕 해부루의 아버지로, 삼국사기에는 해부루를 쫓아내고 부여의 왕이 된 인물로 그리고 있다. 게다가 정식사서로 인정받지 못한 한단고기에는 해모수가 해부루의 3대조부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주몽에서는 해모수를 다물군의 대장이자, 금와의 친구로 설정하였다. 기존의 역사서 기록과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한나라의 철기군 문제를 들 수 있다. 사실 드라마 주몽 논란의 핵은 바로 이 철기군에 있다는 것이다. 전신과 말에 철갑을 입힌 철기군의 시초는 바로 고구려라 한다. 사서에 의하면 서기 3세기 고구려가 바로 철기군의 시초라 기록되어 있다. 게다가 중국 사서에는 한나라가 철기군을 운용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음에도 드라마 주몽에서는 주몽을 띄우기 위해 한나라 철기군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당시 한나라는 흉노와 서남이족의 침입, 외척과 환관의 권력다툼으로 당시 개털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한나라를 무소불위의 강대국으로 그린 점 역시 문제점이 있다고 보여진다. 더군다나 일개 현토군 태수 따위가 부여의 왕을 오라가라하는 것 역시 말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이는 극단적으로 동북공정을 도와주는 드라마라 폄하한다.
주몽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어서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다 치더라도 중국을 강하게, 우리를 약하게 그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드라마 주몽은 국민 드라마이다. 게다가 고구려 사극의 첫 포문을 연 고구려 사극이다. 우리에게 영광스러운 역사 고구려를 건국한 개국조의 신성한 이야기를 사극으로 꾸민 것이다. 비록 드라마 주몽이 역사왜곡(?)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드라마 주몽의 의의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위압감과 중후함, 정통사극 연개소문

드라마 연개소문을 집필한 작가는 용의 눈물, 태조왕건, 야인시대, 영웅시대 등 주로 사극을 집필하여 사극 작가의 권위자라 불리우는 이환경 작가이다. 연개소문은 고구려 말기 전쟁영웅으로, 신채호 선생의 견해에 의하면 그는 동아시아 전쟁사의 중심인물이며, 한민족 4천년 역사상 제일 영웅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연개소문에 대한 이미지는 왕을 죽인 난신적자, 독재자, 고구려를 파국으로 이끈 인물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고구려를 집어삼키려는 당나라에 맞서 고구려를 지켜낸 유일한 영웅이다. 야사에는 당태종이 연개소문에 의해 죽을 뻔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며, 저 멀리 중국 산동성과 강소성 등지에 연개소문 전설이 내려오는 등 그의 위용은 몇 천년이 지났음에도 중원대륙을 진동시켰다.
이환경 작가는 연개소문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이 얼마나 허황되고 부질없는지 증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몽과는 달리 정통사극을 표방한 연개소문.. 연개소문의 세계로 빠져보기로 하자.

연개소문 없는 고구려
요즘 연개소문에 대한 평은 가혹하다 못해 처절하다고 할 수 있다. 연개소문은 사료를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방영초기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정도로 빈번하게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연개소문이 직접 안시성 전투를 지휘하던 전투 장면이야 작가의 의욕과잉이 빚어낸 선의의 과장으로 양해한다고 해도, 연개소문을 느닷없이 멜로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 최근의 연개소문은 정통 사극이 아니라 정통 멜로드라마에 오히려 가깝다.
게다가 연개소문에는 연개소문이 없다. 주인공이 연개소문인지 수양제인지 무색할 정도로, 수나라씬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8~90%이다. 게다가 연개소문에는 고구려가 없다. 거의 신라, 아니면 수나라가 연개소문을 차지한다.
연개소문에서는 김유신을 높이 그리는데, 사실 연개소문은 연개소문을 다룬 사극이다. 굳이 김유신을 등장시킬 필요도 없고, 그를 높일 필요도 없다. 차라리 주몽처럼 연개소문을 중심으로 모든 사건이 진행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 까 싶다. 물론 연개소문을 통해 당시 수나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도가 너무 지나치다 싶다.

민족의 혼을 살린 연개소문
하지만 연개소문은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연개소문 역시 연개소문 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초반의 전투신은 민족의 혼이 강렬히 느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안시성 전투에 연개소문이 참가했다는 설정은 좀 그렇지만 말이다. 하지만 초반 연개소문의 활약상은 주몽과는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압도적인 무위를 자랑하며 당태종의 눈을 쏘아맞히고, 계필하력과 설인귀를 물리쳤으며 마문거를 일격에 죽인 연개소문의 무용, 그리고 수나라의 30만 대군을 요택과 장산군도에서 물리친 고구려군의 저력은 민족의 혼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여성의 활약
드라마 연개소문에서는 여성의 활약이 돋보인다. 물론 드라마 주몽 역시 소서노라는 여걸이 활약하지만, 연개소문에서는 여자들로 이루어진 낭자군의 존재, 연개소문의 동생 연수정 등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사실 고구려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보다 낮지 않았다. 서옥제를 통해 보면 오히려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서옥제란 남성이 처가에 찾아가 혼수품을 바치며 신부와 결혼하게 해달라고 빌고, 그러면 신부측에서는 혼인을 허락하며 집 뒤가에 서옥을 지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처가와 같이 살게하는 제도이다.
조선중기 성리학이 만연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남녀평등의 나라였다. 어느 사극을 보더라도 대부분 남성을 주제로 한다. 하지만 연개소문에서는 연개소문의 부인 홍불화, 연개소문의 여동생 연수정을 통해 여성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당당했던 고구려의 여걸 들이 어떠했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연개소문은 많은 비판을 안고 출발했다. 하지만 그 비판 역시 시청자들의 관심이다. 오히려 이러한 비판은 연개소문 드라마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 것이다. 어쨋든 연개소문이라는 드라마는 고구려 정통사극이라는 출발을 알린 점에서 주몽과 역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가늠할 수 없는 꿈의 크기, 정통사극 대조영

대조영....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출발한 KBS 정통사극이다. 연개소문, 주몽과는 달리 대조영에 대한 평은 호평이다. 사실 본인 역시 드라마 대조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로 대조영의 완성도는 여타 사극에 비교해볼 때 높다고 할 수 있다.
대조영은 고구려의 멸망과 그 멸망을 딛고 일어선 발해를 다루고 있다. 타사의 드라마가 찬란한 고구려를 칭송할 때 (내년 방영될 <태왕사신기>까지) 고구려의 몰락을 선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역사의 일부였으나 놀랍도록 아는 바가 적은 나라, ‘발해’ 에 대한 거의 최초의 본격 드라마라는 점이 이채롭다. 우리가 너무 고구려에 외친 나머지 고구려의 후예인 발해에 대해 소홀하지는 않았나 싶다. 대조영은 바로 발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돌려줄 중요한 사극이다.
발해가 어떤 나라인가? 만주와 연해주를 지배하고 당으로부터 해가 지지 않는 해동성국이라 불리우며 번영한 동아시아의 강대국이 아니던가? 발해는 고구려가 망한 후 동북아를 호령한 우리의 왕조이다. 발해를 잃는 건 우리 역사를 잃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조영이 갖는 의의는 크다고 하겠다.
고구려의 성같이 견고한 이야기
대조영은 주몽과 연개소문과 달리 철저히 고구려의 관점에서 전개한다. 드라마 주몽은 부여와 현도군, 계루의 시각에서 연개소문은 고구려와 신라, 수나라의 관점에서 전개하는데 반해 대조영은 고구려를 위주로 고구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연개소문과 주몽에서는 다루지 않은 민중들의 시각도 첨가해서 말이다. 초반신에서 전쟁의 희생양이 된 민초들의 눈물을 방영하였다. 자신들의 화살받이로 고구려 백성들을 이용한 당군, 그리고 자신의 할아버지, 부모, 형제에게 칼을 겨눌 수 밖에 없는 고구려 병사들의 시점이 교차하면서 드라마 대조영은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점이 바로 대조영이 지닌 강점이다.

안시성 전투에서 양만춘과 이세민의 대립은 단연 돋보인다고 하겠다. 오만에 빠진 당태종과 그런 당태종을 경고하는 양만춘, 그리고 안시성을 함락시키려는 이세민의 확고한 의지와, 안시성과 고구려를 지키려는 양만춘의 독백과 고뇌는 드라마 대조영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국인 당나라에도 황제와 조국에 생명을 바치려는 충신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 편인 고구려에도 밤낮 모사를 꾀하는 인물이 없지 않다. 설인귀 같은 장수는 우리 편이면 좋을텐데 싶은 생각마저 들만큼, 그리고 부기원은 왜 저런 자가 고구려에 있을까 할 정도로 각 인물들이 호쾌한 매력을 자랑한다.
대조영에는 고구려가 있다
대조영에는 고구려가 있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면 바로 대조영에서는 고구려라는 나라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앞서 연개소문에서는 연개소문과 고구려가 없는 연개소문이라 평한 바 있다. 그에 비해 대조영에는 고구려가 있다.
연개소문을 무서워하는 당태종의 두려움과, 당당한 고구려의 남아 연개소문의 대화는 인상이 깊었다. 이세민의 꿈에서 연개소문과 이세민의 대화는 내가 고구려의 후예임이 자랑스러운 부분이 있다.

"네 이놈! 너희들 스스로 만리장성을 쌓고 그 경계를 긋지 않았으냐? 만리장성 바깥은 너희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야 광개토태왕이 점령했던 우리 고구려 땅이란 말이다" 란 연개소문의 말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되었음을 질타해준다고 하겠다.
게다가 "고구려 역사가 얼마인지 아느냐? 천년이야! 중원의 하찮은 왕조들이 숱하게 바뀌는 동안 우리 고구려는 천년 사직을 이끌어왔으니라. 고작 30년도 안 된 하룻강아지가 호랑이 목을 물겠다고 덤비다니, 내가 그 오만함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란 대사는 중국의 오만함과 그들의 동북공정을 공격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중국에 대한 한국의 분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조영은 고구려를 위한 드라마이다. 완성도도 높고, 민족의 자긍심에서도 아직까지 대조영을 따라갈 사극은 없다. 하지만 대조영을 만드는 것 역시 시청자이다. 대조영이 지금보다 발전하려면 시청자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연개소문, 대조영, 주몽 이 세 사극은 바로 고구려를 다루고 있다. 이 사극들의 중심에는 고구려가 있다.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의 미래이다. 사극을 통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으로 이 세 사극의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