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엔 꼼짝도 하지않고 같은 길목에 언제나 앉아있는 홈레스 할아버지가 landmark처럼 있었다. 내가 이동네로 이사온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그때도 이 할아버지는 아저씨의 모습으로 그자리에 그대로 매일 앉아있었다. 바쁜 길목이라서 거의 매일을 지나다니면서 아저씨(할아버지)의 삶을 구경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었다.
겨울 밤에 깡통에 불을 지펴놓고 외롭게 앉아있는 모습을 볼 때면 차에서 당장 내려서 추위를 같이 나누고 싶어했던 기억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한때는 "나 저 아저씨랑 결혼하고싶어. 아무도 원치않는,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저 아저씨를 내가 사랑해주고싶어."라는 말을 했다가 친구들에게 나의 지나친 savior mentality에 대해 연설을 듣기도 했었다.
이웃 친구들은 종종 농담거리로 삼기도 했었다. 저 아저씨 앉은 자리의 20feet 반경에는 곰팡이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그 앉은 자리 밑에는 거대한 뿌리가 자라고 있을 것이니 우리가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등등. 바구니와 박스들에 담긴 세간살이가 때로는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해서 구경하는 나의 관심거리였는데, 불과 며칠전부터 새로운 식구가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큰 플라스틱 통 안에 붕어 한마리가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어떤 날엔 물이 탁하게 보이기도 해서 "어이구, 새 식구한테 물좀 갈아주지...쯧쯧"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저께부터 이 아저씨가 보이질 않았다. 10년이 지나도록 일어서는 모습조차 한번 보질 못한터라 몹시 궁금증이 생겨 이웃 친구들한테 물어보기 시작했었는데, 어젯밤에 Mikael로부터 가슴이 철렁하는 소식을 들었다. 사흘전에 paramedic이 와서 이미 숨이 끊어진지 오래되어 앉은 채로 몸이 굳어버린 아저씨를 태워가는 것을 목격했단다.
슬픈 소식이다. 그토록 쓸쓸한, 그러면서도 의연한 자세의 삶을 살았던 아저씨의 마지막 떠남이 너무나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마지막 며칠간이나마 혼자가 아니었고, 모처럼 생긴 붕어 식구와 더불어 얘기도 하고 즐거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홀로 떠나가지 않고 며칠동안이라도 사랑을 품고 기쁜 마음으로 지내다가 가셨으리라는 추리를 해본다. 따뜻한 마음의 축복이라도 전하고자 동네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붕어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다. 나도 누군가의 붕어가 될수있도록 살아야지... 언제, 어디서라도, 누구에게라도 벗된 붕어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 그렇게 살다보면 내게도 붕어된 사람들이 저절로 생기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