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올 종손자로 7년 만에 첫 정규앨범
"외국인은 하지 못할 음악 만들고 싶었죠"
최신 힙합 트렌드가 가야금, 거문고 같은 국악기와 만나면
어떤 화음이 빚어질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라 '예상대로' 불협화음만 가득할까. 아니면 의외의 조화도 가능할까. 국내 힙합계에서 잔뼈가 굵은 원썬(One Sun, 본명
김선일)이 지난해 말 발표한 첫 정규앨범 '원(One)'에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묘한 장단과 울림이 가득하다. "시대에 따라 힙합 비트는 바뀝니다. 국악기를 접목시켜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외국 사람은 하지 못하는 힙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특히 타이틀곡 '넌 내게'와 '축귀'는
가야금 등 국악기와의 조화가 돋보인다. '넌 내게'는 가야금 반주 위에 힙합 비트와 가수 보영의 서정적인 보컬이 인상적으로 어울린다. '축귀'는 흥겨운 마당놀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지박령과 명도 액귀 역귀 u ready 모두 제 갈 곳으로 승천 준비' 등의 가사도 인상적이다. '넌 내게'의 후속곡인 '원'에는 인도와 아랍 악기가 사용됐다. "'넌 내게'는 전통적인 힙합 8비트에 중화권 멜로디를 얹었어요. '축귀'는 레게톤(Reggaeton)이라는 최신 힙합 장르를 바탕으로 귀신 쫓는 푸닥거리 부분을 랩으로 만들었습니다. 작년부터 레게톤을
접하고 한국형 레게톤을 만들려고 결심했죠." 그가 힙합에
국악기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1년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아이보개'를 샘플링한 '서사'를 선보여 국악계의 호평을 받았다. '국악의 대중화 모색' 등을 주제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교양강좌 강의를 맡기도 했다. "미국 힙합의 경우 1900년대 초 음악을 샘플링의 소재로 많이 활용했는데 요즘 소스가 떨어졌죠. 그래서 최근에는 인도, 일본 등의 음악을 샘플링하는 게 유행이었어요. 하지만 국악을 쓴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힙합에 독특한 음계를 사용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음악을 이용하자고 생각해 국악기을 도입했죠." 국악기를 비롯한 동양철학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의 작은할아버지가 동양철학의 대가인 도올 김용옥 교수라는 인연 때문일까. "작은할아버지와는 음악적인 정서 부분에서 저와 전혀 관계가 없어요.
제 머리가 굵어진 이후 서로 친밀하게 대화를 나눈 적도
없죠. 동양철학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가 지니고 있을 법한 전통적 믿음 등의 차원에서 스스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원썬은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어릴 때 외국에서 자란
경험 등 주위 환경으로부터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는 진공관식 앰프 오디오 마니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접했고, 프랑스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프랑스와 미국의 최신 음악을 제대로 체험했다.
이후 대학(숭실대 기계공학과) 2학년 때인 1999년 힙합계에 발을 디뎠으며, 2001년 싱글 앨범, 2003년 미니앨범 '포 훔
(For Whom)' 등을 내놓아 힙합 마니아와 국악계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받았다. "모든 음악은 서로 교집합을 갖고 있어요. 서로 섞이더라도 결국 대중이 듣고 좋으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거창한 의미보다는 힙합을 좋아하는 요즘 대중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