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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랑을 말하다ː[올해에도 눈이 왔다고..]

황정화 |2007.01.10 14:52
조회 49 |추천 0

 

<EMBED src=http://mediafile.paran.com/MEDIA_4338443/BLOG/200701/1168408169_tuner006_2-yabo99.mp3>

 

 

 

- 저기 봐, 

가로등 밑을 잘 보고 있으면 땅으로 떨어지던 눈들이 다시 

하늘로 막 올라간다

 

그러면서 그녀는 손끝으로 눈송이를 가리키며 들뜬 목소리로 외치곤 했다

 

- 저거, 저거 봤어? 봤어? 지금 올라가는거~

 

나는 사실 그녀가 말하는걸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눈송이들이 제자리에서 날린다면 모를까

위로 다시 올라간다는건 무슨 말인건지.. 

하지만 그런건 아무 상관없었다. 

나는 그녀옆에 꼭 붙어서는 눈동자가 아플만큼

그녀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열심히 보았다 

목을 빼고,  고개를 비틀고,  그녀의 키에 맞추려고

벌을 서듯 무릎을 엉거주춤 굽히고..

그러다 은근슬쩍 뒤에서 그녀의 어깨라도 짚으며 

그녀의 시선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고  애를 쓰곤했었다

 

그녀가 보는걸 나도 보고 싶어서.. 

그녀가 아름다워하는 것을  나도 아름다워하고 싶어서.. 

그렇게 목을 빼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좋다.. 

따뜻하다..  그런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이 각도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눈송이는 

전 세계에서 이 우주에서 우리 둘만 보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빨갛게 얼어있는 그녀의 동그스름한 코끝을보면, 

눈이 녹아내리느라 반짝이는 그 이마를 보면,

바람도 불지않는데 온몸이 다 일렁거리곤 했었다. 

생각해보면 그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다 축축해지도록 길거리에 같이 서있는것 만으로도

완전히 행복했었다.

 

 

그날, 눈이 아플정도로 바라보던 그 작은 손끝을

내가 어느날부터 잡아주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그런 행복을 내가 먼저 놓아버렸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이것 좀 봐..  저것 좀 봐..  나를 좀 봐.. 

내게 보여주려 하는게 너무 많아서

어느 순간 내가 먼저 피곤해졌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나쁜 기억이 많아지는게 싫다 

녹을때 못 녹고 남아있으면 눈도 저렇게 썩어버리잖아 

그늘진 배수구 근처에서, 음식물 쓰레기통 밑에서, 

딱딱해진채 썩어가고 있는 눈을 보면서 

내가 그런말로 이별을 말했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모든게 다 없었던 일 같다고.. 

눈이 내리던 날,  

나란히 서있던 그 순간만 진짜였던거 같다고.. 

올해에도 눈이 왔다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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