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에 맞설 전망좋은 나라들 ; 비스타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4개국의 뒤를 이을 신흥 성장국으로 ‘비스타(VISTA)’가 급부상하고 있다. ‘VISTA (전망이 좋은 장소)’란 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아르헨티나 5개국의 영문 앞글자를 딴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브릭스경제연구소 가도쿠라 다카시(門倉貴史) 대표가 개념을 정립했다.
대표주자는 작년 WTO에 가입한 베트남이다.
“도쿄 핫쵸보리(八丁堀) 도요(東洋)증권 앞에서 오전 9시 개점을 기다리는 행렬. ‘아직 (투신을) 살 수 있습니까?’는 전화도 끊이지 않는다. 당일 매진.”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지난 5일 보도한 베트남 증권에 쏠린 일본인들의 폭발적 관심의 일단이다.
경제성장률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7%를 넘는 고공행진을 해 온 베트남의 작년 해외직접투자액(FDI· 주식이 아니라 공장 등을 직접 사는 것)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다.
2000년대 전반기엔 매년 30억달러 수준이었다. 미국 반도체회사 인텔이 마이크로 조립공장에 10억달러를, 일본 전자회사 캐논도 1억달러를 하노이 공장에 추가 투입했다.
앞으로 투자가 예정된 기업 명부에는 마이크로소프트·IBM·혼다·닛산 등 세계적 유명기업들이 줄줄이 올라 있다. 한국의 포스코는 인텔의 투자액을 능가하는 11억달러를 투입해 냉연·열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터키는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이 최고 9%를 기록하며 주변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실적은 2002년 6억2000만달러에서 2005년 84억달러로 훌쩍 뛰었다.
작년엔 국영통신사 민영화 등의 영향으로 97억달러가 해외에서 직접 투자로 유입됐다. 이는 두바이를 끼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120억달러)에 이어 서아시아 둘째 기록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가 작년 일본 기업의 투자 상담을 분석한 결과, 터키에 대한 투자 상담 역시 225건을 기록해 전년보다 84% 증가했다. ‘브릭스’에 속하는 중국과 인도에 대한 투자 상담이 각각 5%와 2%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남아공은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로 2005년 해외에서 들어온 직접 투자가 2004년의 6배에 달하는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경제성장률은 2001년 2.7%에 머물렀지만, 2005년엔 5%로 올랐다. 도요타·다임러 크라이슬러·GM·폴크스바겐 등 자동차사의 투자도 이어진다. 2010년엔 월드컵도 개최한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역시 2003년 이후 정치 불안 해소와 급속한 경제 회복으로 개인소비가 성장을 이끄는 선(善)순환 구조에 진입했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경제성장률이 8~9%를 오갔고, 4년간(2002~2005년) 외국인 투자도 25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급상승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엔 아직 완전한 정치적 안정은 이루지 못했지만, 역시 2억2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중산층의 증가로 아시아에서 베트남과 함께 떠오르는 신흥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엔 지진해일(쓰나미)과 환율 불안, 유가 대폭 인상, 발리폭탄 테러 등 거듭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2004년을 웃도는 5.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 브릭스경제연구소는 2005년 9600억달러였던 ‘VISTA’ 5개국의 경제 규모(GDP 합계)는 2050년 26조8000억달러로 28배 팽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도쿄=선우정특파원 su@chosun.com]
포스트 브릭스
‘앞으로 다가올 50년은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즉 브릭스(BRICs)가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다.’ 지난 2003년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미래전망보고서 예측이다. 보고서는 오는 2050년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44조 달러로 미국(35조 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하는 등 브릭스 국가들이 모두 상위 6개국(G6)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기업들이 미래 성장시장을 잡기 위해 브릭스에 대한 투자 경쟁에 나선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인도는 2004년 55억 달러에서 작년 95억 달러로, 러시아는 154억 달러에서 284억 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매년 600억~700억 달러를 끌어들이고 있는 중국은 이제 조건이 좋은 투자만 골라서 받겠다고 할 정도다. 너도나도 브릭스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예전만큼 재미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투자수익률은 2003년 23.8%에서 2005년엔 15%로 떨어졌다. 그래서 벌써부터 “브릭스 다음은 어디냐”가 세계 경제의 화두(話頭)가 됐다. 전문가들이 꼽고 있는 ‘포스트 브릭스’ 후보들은 16~17개 국가에 이른다.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브릭스에 인도네시아·멕시코·터키를 더한 ‘E7’을 미래의 세계경제 주역으로 꼽았다. 일본의 ‘브릭스 연구소’는 최근 VISTA(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 아르헨티나) 5개국을 추천했다. 이밖에 브릭스 국가에 카자흐스탄과 남아공을 더한 ‘BRICKS’, 브릭스에서 브라질 대신 베트남을 넣은 ‘VRICs’, 터키·베트남·태국을 가리키는 ‘TVT’ 등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골드만삭스는 포스트 브릭스 후보로 11개국(Next 11)을 거론하면서 이례적으로 한국을 포함시켰다. 골드만삭스는 “한국같이 훨씬 더 발전한 나라도 (개도국보다) 성장잠재력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반면 PWC는 ‘2050년의 세계’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규모가 2005년 세계 11위에서 2050년엔 16위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E7 국가들에 모두 추월당한다는 것이다. 올 연말의 새로운 국가 지도자 선출은 한국 경제가 상반된 전망의 어느 쪽 길로 가게 되느냐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김기천논설위원 k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