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확실한 보상·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성공신화 낳아…
설립 6년 만에 업계 3위, 릴레이·패러디 광고로 잇달아 히트작 내…
‘2006 한국광고대회’ 대상 수상하기도
과일가게에 들른 한 여성이 수화로 할머니에게 사과 다섯 개를 사겠다고 했다. “아~ 사과 5개.” 말귀를 알아들은 할머니가 사과를 담아준
뒤 “잠깐만” 하며 그를 붙든다. 그리고 밝게 웃으며 보여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예쁜 아가씨 또 와.”
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 캠페인 TV 광고물 중 에피소드 ‘필담(筆談)’이다. 휴대폰 컬러링으로 회춘을 꿈꾸는 사람, 자신의 번호를 보고 일부러 받지
않는 줄도 모르고 상대방이 바빠서 못 받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사연이 모여 광고 시리즈로 제작됐다. 이 광고는 11월 8일
‘2006 한국광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 광고(왼쪽) 팬택 계열의 휴대폰 '스카이'의 머스트해븐
광고.(오른쪽)
“대체 머스트 해브가 어쨌다는 거지?” 얼마 전 제품이 무엇인지 알려지기도
전에 광고물이 화제를 뿌린 경우가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조깅을 하던 여자가 자동차 사이를 지나다가 한쪽을 응시한다. 그를 멈추게 한 것은
‘MUST HAVE ___’라는 거대한 구조물.
호기심을 자극한 이 티징(teasing) 광고는 팬택 계열의 휴대폰 ‘스카이’
광고였다. 얼마 뒤 그 빈칸에 ‘용기’와 ‘감각’이란 단어를 넣은 광고물이 여기저기에 나왔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현대카드의 하나인 W카드 광고의 CM송이다. 흥얼거리는 사람이 늘어나더니 패러디송이 만들어지고 월드컵 응원가로도 재탄생했다.
모두
TBWA코리아라는 다국적 광고회사의 작품이다. 내놓은 광고물마다 히트를 치면서 이 회사는 밀려드는 광고물 제작 요청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광고주 앞에서 전략을 발표해 경쟁업체와 승부를 벌이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광고인에게 운명의 결전장이다. 발표 시간은 30분여 되지만 성공 여부에
따라 수백억 원이 움직이기도 한다.
2005년 TBWA코리아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23전 16승을 올렸다. 70% 넘는
성공률이다. 10개의 광고물에서 다른 업체와 경쟁을 벌여 7건을 따냈다는 것도 광고업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TBWA코리아는
지난해 광고 취급액이 3500억원을 넘어 제일기획과 LG애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1999년 영업을 시작했으니 설립한 지 6년 만이다. 1위와
2위 업체가 대기업에 속한 인하우스(In House) 광고회사이니 순수 독립대행사로는 TBWA코리아가 1위인 셈이다.
1998년
12월 국내에 설립된 TBWA코리아는 2000년 18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거뒀다. 2001년에도 전년
대비 43.1% 성장한 2648억원을 취급해 설립된 지 3년 만에 업계 5위로 부상했다. 2002년 이래 업계의 4~5위를 차지하더니 2005년
업계 3위에 오른 것이다.
최근 광고인 사이에서 ‘가장 일해보고 싶은 광고회사’로 통한다. 2006년 현재 SK텔레콤, 현대카드,
웅진코웨이, 풀무원, SC제일은행, 파리바게트 등의 기업이 TBWA코리아의 고객이다.
그렇다면 TBWA코리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이곳에서 만들어낸 광고물을 보자. 호기심을 유발하는 티징 광고, 패러디 광고, 고객 참여를 이끈 캠페인 광고 등 내놓는 것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옥션’ 광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광고물을 바꿔가면서 3개월간 12편을 내보내는 모험을 했는가
하면 곰 TV 론칭 캠페인은 여러 가지 특수효과를 활용한 팬터지 기법을 동원했다. 업계에선 ‘TBWA코리아 광고’라고 하면 새롭고 특별한 광고를
떠올리게 됐다.
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 광고를 기획한 김성철 국장은 “우리 회사의 광고 경쟁력은 자극적이거나 튄다기보다는 같은
사안이라도 새로운 틀걸이에 담아내는 데에 있다”고 했다.
TBWA코리아는 신문·방송의 매체 광고는 물론 대국민 캠페인 같은 쪽으로
광고의 지평을 넓혀왔다. 2002년 월드컵 때 첫선을 보인 길거리 응원 ‘비 더 레즈(Be the reds)’, 고객의 아이디어로 만들어가는
‘현대생활백서’ 광고는 모두 이 회사가 선보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프로모션팀 이원두 부장은 “우리 회사 사람들은 ‘광고를 어떻게
만들까’보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놓고 고민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했다. 광고 일은 아이디어로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야 하는 ‘사람
비즈니스’다. 우수 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로 광고 전쟁에서 한판 승부가 가려지기도 한다.
BWA코리아는 “우리 회사의 힘은
180명 직원”이라고 한다. 김성철 국장은 “한 편의 광고물을 만들기 위해 한 명당 1000쪽도 넘는 자료를 읽고, 잠 못자고 회의하고 머리를
모은다”며 “좋은 광고는 좋은 사람들이 연합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직원에 대한 회사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TBWA코리아는 신입
사원 채용 때 “아무에게나 열어주지 않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자물쇠 이미지를 내세웠다.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 coby072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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