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자임을 느낄 때?
손톱에 메이큐어를 칠하고 치마를 입는다고 해서 내가 여자라는 것이 증명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떨 때 내가 여자임이 분명해 지는가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한 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그날
그날은 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피곤하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이유와는 달리 고통이 수반 된다는 것이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동성의 친구들 앞에서 널부러져 있을 때와는 달리
이성 앞에서 철저히 포장 되는 것이 또 내가 여자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예를 들면 입을 가리고 살포시 웃는다거나 머리칼을 자꾸만 귀 뒤로 쓸어 올릴 때
혼자서는 문도 못여는 것처럼 출입구 앞에서 머뭇거릴 때
진정 내가 여자는 여자구나라고 느낀다
가증스럽지 않은가
볼이 터질 듯 자지러지게 웃던 내가
집에서는 질끈 묶고 잔머리라도 나올라치면 실핀으로 완전 무장을 하는 내가
긴 생머리를 고수하며 잔머리 조차 개의치 않는 것이...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가장 내가 여자임을 느낄 때는 언제냐
속되게 말해 길빵할 때
거리를 거닐며 담배를 피우는 남자들은 흔히 볼 수 있다
여자가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아주 흔치 않은 일이다
어른과 아이 앞에서만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그 이외의 경우 무리를 지어서건 혼자건 언제나 나는 흡연자임에 당당하다
혼자서 거리를 걷는데
미치고 팔짝 뛰게 담배가 피고 싶을 경우는?
일단 피운다
그러나 평소와는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마치 남자가 선임병 앞에서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없던 것과 같이
손으로 담배를 감싸쥐고는 안 그런척 하면서 살짝살짝 담배를 피운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담배를 왜 피우나 싶겠지만
내게 있어 흡연은 목 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는 것과 같다
갈증이 나는데 어쩔쏘냐
그러면서 한편으로 생각한다
시발 내가 여자만 아니었어도...(극적인 전달을 위함이니 양해들)
남들의 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맞을까봐 무서워서이다
일전에 길에서 흡연을 하던 두명의 여성이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
티비뉴스에 보도 된 것을 보고 든 생각이다
법적으로야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 제한을 두지 않지만
한국 남성들 담배 피우는 여자를 곱게 보지 못하는 건 이십하고도 일세기인 요즘도 마찮가지다
게다가 같은 여자임에도 여성흡연자에 대해 질책을 하는 이도 계시다(본인의 경험담)
그렇다고 길에서 꼬부러진 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욕하느냐? 그건 또 아니란 말씀
할머니가 아니면 담배도 못피우나...샹
내가 여자임을 느끼는 가장 분명한 순간 길빵
자랑은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태어날 2세를 생각해서라도 그도 아니라면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 흡연의 습관은 고쳐야할 것이지만
핑계를 대자면 술도 못 마시는 내가 춤도 못추는 내가 노래도 못하는 내가
유일무이하게 즐기는 것이 하나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흡연이란 말씀
당분간은 조금 더 즐기면 어떠리 ~
끊으려고 속을 까맣게 태우는 것과 피우면서 속을 태우는 것이
아직 내겐 별반 다를 게 없더라는...
그러한 결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