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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의 로맨스

조카사랑 |2006.07.16 13:55
조회 3,488 |추천 0

한달에 만원을 용돈으로 받는 조카는 셈 빠르기가 어른을 능가합니다.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풍성한 용돈을 챙긴 조카는 자신의 장부를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나: 솔민아, 음,삼촌한테 지금까지 받은 돈이 얼마야?

 

조카: 엉. 몰라. 그치만 내가 삼촌한테 투자한 건 알아.

 

나: 헉~ 니가 나한테 무슨 투자를 해?

 

조카: 콜라 사다죠, 죠스바 사다죠, 쵸코렛 사다죠...
궁시렁 궁시렁~

 

나: 그게 전부 투자였어? 솔민이가 삼촌을 좋아해서 사다
준게 아니구?

 

조카: 좋아해서 사다죠찌. 계산은 계산이구.

이 녀석과의 로맨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게임방.

 

요즘, 전 게임방에 자주 들르곤 합니다. 후진 컴을 사용하는 저는 환상적인
속도를 보이는 겜방에서 통신을 하곤 하는데 알고보니 조카녀석은 이미
그 겜방의 단골이 되어있더군요.

 

추석 연휴 하루 전, 제 책상 위에는 쪽지가 있었습니다.

 

"삼촌, 겜방 갈 때 나 깨워. 아빠,엄만텐 비밀이야.
안 깨우면 어쩔 수 없지만 짜장면 먹구 싶으면 깨워"

 

늦은 밤에 조카와 전 손을 잡고 문을 나섭니다.

 

조카: 쉬~ 불꺼!! 엄마가 얼마나 눈치 빠른 줄 알아?
빨랑~! 아빠한테 걸리면 난 사망이야.

 

나: (까치발 들고 걸으며 작은 목소리로) 솔민아, 아예
기어갈까? -_-;;

 

게임방에 도착하자 조카는 졸리운 눈을 부벼대며 스타 크래프트에
몰두 합니다. 우쒸~를 연발하며 아뵤 아뵤를 연발하며 광분합니다.

 

나: 마,좀 조용히 하면서 해라.

 

조카: (노래까지 흥얼 거리며) 삼촌, 저 노래가 뭔줄 알아?

 

나: 지금 애덜이 듣는 노래?

 

조카: 엉. 저게 바루 y2k 노래야.

 

나: 엉. 예스 투 기아 주제가야? -_-;

 

조카: 으휴... 말 시키지마.

 

겜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정신없이 하고 들어온 시간은 무려 새벽
5시였습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걱정이 된 저는 조카에게
물었습니다.

 

나:(농담조로) 솔민아, 아빠랑 엄마랑 깨어있으면 어떡해?

 

조카: 그럴 리 없지. 울 엄마 한 번 자면 늦게 일어나.

 

나: 그럼, 아빠는...?

 

조카: 푸히~ 엄마보다 더 늦게 일나지.

 

자신있는 조카의 목소리와 더불어 문을 확 여는 순간~

쇼파에 큰 형이 앉아있습니다. 물론, 형수님과 함께 -_-

 

큰형: 솔민이, 너 지금 정신이 있어?

 

조카:(오들오들)

 

큰형: 그리구 형철이 너두 그래. 너 나이가 몇 살이냐?
애 데리구 지금까지 어딜 나갔다 오는 거야?

 

나: 겜방에... 모. 낼부터 학교두 안가구 그러니깐...어쩌구 저쩌구~

 

큰형: 솔민인 혼 좀 나야겠다.

 

나: 함 봐죠. 나 때문에 그랬는데... 내가 자는 걸 억지로 깨워서 간 거야.

 

조카: 아냐. 사실은 내가 삼촌한테 막 가자고 졸랐어.

 

큰형, 형수님: (멀뚱 멀뚱)

 

녀석과 저의 기막힌 호흡속에 사건은 대충 무마되었습니다.

 

☞ 조카의 방.

 

나: 녀석. 삼촌편을 들어주다니 얼~ 기특한걸?

 

조카: 아냐 아냐. 피는 물보다 더 진한 거라구 해짜너.

 

나: 이구~ 말은 잘한다. 이제 그만 자자.

 

조카:(내 귀에 입을 바짝 대며) 삼촌, 대신에 짜장면은 없어.

 

나: 켁-_-(댓가로 짜장면을 없애다니...)


훗날, 조카가 제 키보다 더 자라고 무거운 것을 저보다 더 잘 들고,
누가봐도 어른이 되었을 때, 사소하지만 삼촌과의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조카의 어른스러움을 자랑하고 싶고, 마냥 조카의 순수한
세상에서 어울리고 싶어했던 철없는 삼촌이 언제나 옆에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민아! 삼촌은 항상 솔민이편이란다.^^

(울 조카 어렸을 초등학교 때 얘깁니다. 지금요? 한달에 만원 용돈주면
저 쇼파에 눕히고 간지럼 태울 겁니다-_-) ^^

 

http://www.dayogi.org/?doc=bbs/gnuboard.php&bo_table=uni_lastboad&wr_id=258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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