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같은 걸 꿈 꿀 수 없는 시절을 산다.
밀란 쿤데라식의 느림은 얼마나 사치인가.
나는 신천대로가 끝나는 팔달교 부근이 콱 막히기를 기대하며
차를 몬다. 차가 금호강 흐름 보다 더 느리게 움직일때, 나는 비로소
강을 굽어본다. 중금속으로 이제 얼음이 얼지 않는 강, 그 위를 걷는
겨울새의 처연함 같은 거, 거기 노을이라도 비치면 울결은 어린 아이처럼 몸을 움직여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이다.
차는 느리게 움직인다. 한참을 멈추어 선다.
버튼을 눌러 신중현의 새 앨범 [김삿갓]을 듣는다.
[천리길 행장에 남은 일곱 푼을/ 들주막 석양에 술을 보았으니/ 어찌하겠는가] 대체 술이며 풍경의 깊이는 어떻게 획득 되는가.
록은 신중현의 저항의 방식이며 유효해 보인다.
방법이 있다면 늙음 또한 두려워 할 게 아니잖는가.
그러나 세상을 술 한잔에 시 한수로 건널 수 없음이여.
내 몸 또한 저 강물과 같아서 처음은 순결했으나,
이제 마음의 가장 얕은 바닥조차 비출 수 없게 되었다.
시인 김선굉 ( 시와 반시 98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