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장이모감독을 떠올릴때 대작영화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이었을까? 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름을 각인 시킨 그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깊이있는 이야기와 삶의 성찰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런 그가 대작영화감독이란 수식어를 달게 된 건 에서 부터 였으리라. 그런 그가 새롭게 선보인 대작영화 . 뚜껑을 열어 보았다.
장이모를 이야기 할 때 색(色)을 빼놓고 이야기 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 그의 영화는 색의 향연이라 불러도 될 만큼 색이 넘쳐난다. 을 처음 보았을 때가 아직 기억난다. 브라운관이 녹아내릴것 같았던 붉은 빛. 그 강렬한 붉은빛을 넋을 잃고 바라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이어 그는 을 통해 다시한번 나를 붉은색의 바다에 밀어 넣었었다. 그 후 잠시 이미지보다는 드라마에 충실하던 그가 다시금 본색(?)을 드러낸건 다름아닌 영화 . 그는 여기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래드,블루,화이트 세가지 색으로 각각 다르게 풀어나갔다. 엄청난 미적센스와 각각의 색채가 보여주던 분위기는 나의 시선을 다시한번 사로잡기에 충분했었다. 다소 빈약하다고 생각되던 스토리라인은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 점차 밝혀지는 진실에 다 용서가 될 수 있었다. 이후 장이모가 선택한 색은 "그린" 이었다. 장이모는 영화 을 통해 싱그러운 초록색을 스크린에 하나 가득 흩뿌려 놓았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옐로우"를 들고 왔다. 눈을 뒤덮는 금빛의 향연. 그것이 영화 였다.
영화를 보고나서 머릿속에 남은것중 가장 강렬한건 역시 노란색 이라는 이미지였다. 고증을 따르기 보다는 최대한 화려하게 구성된 궁궐의 이미지도 훌륭했고 탐미적 관능주의에 입각한 궁중복식도 보는 내내 시선을 묶어두기에 충분했다. 궁 내부외의 풍경은 무채색에 가깝게 처리 한 것도 황금색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일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이리라. 이쯤되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집작했을거다. 영화 는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에 집중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이 사라지고 눈앞에 궁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 관객은 황금색에 서로잡혀 버리게 된다. 지나치게 아름다워 눈을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려한 황금색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면에 영화의 시나리오는 지나칠정도로 실망스럽다. 는 황제와 황후 두사람의 부부싸움을 이야기의 축으로 삼는다. 무협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영화도입부의 시대설명도 없이 영화는 서로를 향해 살의를 뿜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영화는 상당부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기대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원치않게 맺은 근친 상간등 충격적인 이야기를 횡으로 나열하고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원활하게 엉키지 못하고 설익은 밥마냥 따로 굴러다닌다. 인물들간의 갈등은 미약하게 숨어있다 어느순간 갑자기 폭발해 버리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않는 서로간의 감정들로 캐릭터는 꽉 채워져있다. 이제 장이모는 이미지에만 목을 매고 이야기는 완전히 포기 해 버린것일까?? 이나 에서 보여주던 조밀한 내면묘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수가 없다. 는 이미지의, 이미지에의한, 이미지를 위한 영화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협영화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민망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무협영화의 정석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 결투씬. 정반합의 예술성 보다는 극한의 이미지로 결투를 처리하고 있는점은 굉장히 아쉽다. 분절되는 이미지의 파편은 더이상 무협이 아닌 액션으로 치닫고 있었다. 에서 보여준 정중동의 미학을 다시금 기대하는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니리라.
하지만 이런 취약함을 압도하는건 분명 이미지이다. 장이모라는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왕국이 그대로 되살아난듯한 그의 영상은 다른 무엇보다 미술로서 빛이 난다. 휘황찬란한 장신구와 가슴의 반을 드러낸 육감적인 여자의 복식은 그가 꿈꿔오던 일종의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기술과 자본으로 세상을 휘어잡고 있는 헐리웃에 대적하는 중국의 전략은 인해전술과 역사에 대한 복원 이었다.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고 궁내부에 생긴 시체의 산을 신하들이 신속히 정리해 원상복구하는 그 장면은 이 사람의 힘에대한 일종의 선언이 아니었을까? 화면의 어디에 눈을 두어도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게 영화. 탐미주의란 어떤것인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 갈등에서 시작해 갈등으로 끝나던 이 영화를 나는 너무나 흥미있게 지켜보았다. 내가 27년간 보아온 어떤 영화에서도 이토록 미장센이 해일처럼 덮쳐오는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시각적 아름다움. 이것이 내가 본 영화 였다.
PS: 역시 주윤발은 화면에 등장 해 있는 것 만으로도 그 존재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홍콩이 낳은 최고의 배우중 한명이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