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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쉰 다섯개 세월이 흐르면 고목은 나이테가 불

김의현 |2007.01.27 03:27
조회 26 |추천 0

*촛불 쉰 다섯개

 세월이 흐르면 고목은 나이테가 불어나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케이크의 촛불이 늘어난다. 이번주 교회에서는 한 교회의 장인 목사님의 생신이었다. 2층으로 된 케이크 위에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촛불이 다른 때보다 더욱 밝아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커멓게 노화하는 고목과는 달리 인간의 삶의 여정은 늘어나는 촛불로 더욱 화려하기만 했다. 그 빛속에는 세월에 묻어나 지금 목사님의 이마에 자리잡은 주름도, 빈손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궈온 교회에 흘린 땀방울과 핏방울도 아롱져 보이는 듯 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먼 훗날에도 계속해서 인간은 존재를 의심할 것이고 그 가치를 논할 것이다. 진정한 인간의 의미를 되새김질할 것이고 또 과거와 현재를 견주어보는데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삶의 목적은 그러한 답에 근접하기 위하여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종교인은 신의 존재와 계시에서, 부모는 자식과의 유대관계에서, 연인들은 서로간의 사랑에서 그 의미를 가늠해보는 것이 삶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목사님 생의 55년동안 2층으로 된 케이크는 처음인 듯 싶었다. 단지 케이크 뿐만 아니라 처음인 것은 참으로 많아 보였다. 하나 둘 불어나 어느덧 40여명 정도가 된 성도수, 이제 지은지 3년차가 되는 번듯한 교회건물, 또 여선교회의 목사님 특별 선물 증정식은 전에 없던 풍경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웠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분위기는 시간과 함께 무르익었다.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은 흘렀는지.

 벌써 목사님이 목회를 하신지는 20년이 가까워 오는 듯 싶다. 처음에는 아동부 예배를 드릴 여력이 없어서 아들인 나는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했다. 집이 없어서 어머니의 직장에 칸을 막고 살았던 시절과 겨울이면 추운 바람과 냉기를 막지못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부부 둘이서 시작했던 예배의 시간들, 그리고 첫 성도가 왔던 환희의 순간들은 목사님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목사님의 연세가 벌써 쉰 다섯이다. 40여명의 성도들이 많다고 할수는 없지만, 번듯하게 생일을 자축할 정도는 되는가 싶어 뿌듯하다. 고목이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모진 비바람을 겪으며 해충과의 끈질긴 싸움끝에 수많은 나이테를 보유하고 있듯이, 목사님의 생신은 그 어느때보다도 의미가 깊어 보인다. 설교시간만 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며 열성을 다하시는 목사님의 얼굴이 더없이 환해보이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지금보니 상당히 야윈얼굴에 몸매도 왜소해 보인다. 세월은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추억을 가져다 주지만 건강한 육체는 점차로 노쇄함으로 뒤바꿔 놓는다. 하긴, 희생의 미덕이 있어야 그 의미는 더욱 값어치있는 법이다.

 언제나 옆에서 지켜보았던 나는 많은 것들이 기억난다. 여느 인간이나 그렇듯이 오늘의 성과를 기리며 과거를 회상하자면 행복한 순간보다는 시련의 시간들을 떠올린다. 수많았던 고난의 순간들. 순탄치 않았던 목사님이라는 한 인간의 삶에 엮여있던 모진 풍파들이 오늘만큼은 고마워 보인다. 피와 같았던 눈물을 흘렸던 그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을 자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작은 한 단체의 장으로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우뚝 설 수 있고 계속해서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수많은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되뇌었던 인간의 의미를 여기서 찾아본다. 목사님은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함께할 가족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성도들이 곁에 있기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온전한 의미를 지니는 듯 싶다. 이번 목사님의 생신이 더없이 소중하고 특별한 이유다.

 그런 인간의 문제를 나로 하여금 대입시켜 본다. 나는 어떤 과정을 겪고 있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훗날 나도 케이크에 촛불 쉰 다섯개쯤 꽂을 때가 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거칠지만 우직하게 서있는 고목과 같이 되길 바라며 다시한번 목사님의 생신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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