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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연애 이야기 (폭풍우 치는 밤에)

김재용 |2007.02.02 21:53
조회 264 |추천 1


폭풍우치는 밤에

감독: 스기이 기사부로.

목소리 출연: 나카무라 시도우, 나리미야 히로키

 

늑대와 염소의 탈을 쓴 동성의 사랑 이야기.

 

늑대와 염소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보았을 때

대부분 "초딩들이나 보는 거 아냐?" 라고 반응할 것이다.

늑대와 양이 친구가 된다는 설정만 보고도 '귀여운 얘기겠지.'

하며 무심히 지나칠 것이다.

 

하지만, '폭풍우치는 밤에'를 보는 내내 한국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혹은 '왕의 남자'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늑대와 양이 서로를 아끼며 함께 있으려고 하는 애틋함을

가슴에 와 닿도록 과장되지 않게 묘사하고 있는 성숙한 영화다.

 

 첫 도입부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폭풍우치는 어느날 염소 '메이'는 버려진 오두막으로 피신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컴컴한 오두막 안에서 천둥소리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오두막에 비를 피하러 들어온다. 서로를 알아볼 수는 없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둘은 안심을 하게 된다.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둘은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하며 둘이 참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폭풍우가 그칠 때쯤 다음날 점심 약속을 같이 먹기로 한다.

다음날 염소 메이가 맞닥뜨린 것은 늑대인 '가브'였다.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로 생각하기에는

메이와 가브가 만나 친해지는 과정이 너무 로멘틱하다.

둘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몰래 몰래 데이트를 한다.

경치가 좋은 언덕 꼭대기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고 곁에 누어

낮잠을 자기도 하고 보름달을 함께 보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또 멀리서 다음날 약속장소를 알려주려고 가브는 돌덩이로

비밀 싸인을 보내기도 한다.

 

 늑대가 먹이인 염소를 먹고싶은 본능을 참는 부분 역시 과장된

액션으로 표현하지 않고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설득력 있게

묘사된다.

염소 메이가 잠든 척 하고 있는 사이, 늑대 가브는 몰래 들쥐를 먹고

와서 입에 묻은 흔적을 지운다. 메이는 또 살생을 하고 왔느냐며

나무란다. 그러자 가브는 "내가 늑대인 것을 어떻게 하라구!"

하며 답답해 하고, 메이는 "알고 있지만, 싫은 것은 싫은 거에요."

라며 마치 부부싸움을 하듯 아웅다웅 하기도 한다.

 

가벼운 내용을 기대하며 보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무거운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다. 혹독한 추위의 산 중턱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가브를 위해 메이는 자신을 내주려고 하는 바로 그 부분이다.

 

영화 '폭풍우치는 밤에'를 보며 단순한 설정을 가지고도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출력과 제작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퀴어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쯤 보길 추천해본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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