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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窓> ‘요코이야기’의 교훈

참여연대 |2007.02.05 16:01
조회 42 |추천 1
‘요코이야기’의 교훈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2007-02-05

 

 

한 일본인이 쓴 라는 책이 최근에 큰 논란을 빚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내용은 일본 제국주의를 ‘피해자’로, 식민지 조선을 ‘가해자’로 여기도록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의 패전에 따라 식민지 조선을 떠나게 된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한 ‘증언’이라니, 우리로서는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지만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심지어 교과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늦기는 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의 문제가 널리 공론화되고 시정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와 같은 책이 미국에서는 교과서로 사용되고, 국내에서도 희귀한 ‘증언’으로 출간되는 현실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를 ‘진실’로 만드는 이 기막힌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집요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는 완전히 의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

첫째,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다시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기록일지라도 일단 기록으로 남으면 어떤 말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계속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주의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불리한 기록을 모조리 없애려 했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된 기록을 남기는 책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는 일본 제국주의의 국가범죄는 전혀 말하지 않고 조선인의 개인범죄를 과장해서 기록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왜곡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는 왜곡되었으며, 지금도 계속 왜곡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친일파’들이 나서서 이런 짓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에 비해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작업은 여전히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친일인명사전’과 같은 민족적 과제조차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의 저항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에 분노한다면, 우리의 현실에도 분노해야 한다.


둘째, 우리의 역사를 세계에 잘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일본에 비해 정말 후진상태에 있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찾아가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그곳의 일본관은 커다란 몇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한국관은 복도 한쪽에 문간방처럼 엉성하게 꾸며져 있을 뿐이다. 우리는 조선이 일본을 가르쳤다는 식으로 자랑하고 있지만, 다수의 세계인은 동북아에는 중국과 일본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세기말에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만 한 것이 아니라 서구 열강에 일본을 알리는 작업을 강력히 펼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라는 책이다. 니토베 이나조라는 주미 일본공사가 미국인들에게 일본을 미화해서 알리기 위해 1898년에 영어로 쓴 이 책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니토베 이나조와 친한 친구였던 테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을 비롯해서 미국의 지배층은 이 책을 읽고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본에 대한 깊은 문화적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의 조선침략을 비롯한 일본 제국주의의 강화에 이러한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2차대전 이후에 일본은 다시 서구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대대적으로 시도한다. 일본 정부는 1950년대 초에 미국의 주요도시들을 돌며 일본의 국보급 미술품들을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일본 문화에 감동해서 일본에 우호적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친 체계적 노력으로 오늘날 미국 문화에서 일본 문화는 거의 내적 존재가 되다시피 했다. 심지어 ‘사무라이 잭’과 같은 TV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져서 세계적으로 방영되고 있으며,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에서도 일본 문화의 영향은 너무나 명확하다.

일본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기록도 문제가 많지만 알리는 것은 더욱 더 그렇다. 세계에 우리를 알리는 것은 고사하고, 3ㆍ1절에도 낡은 반나찌 영화를 방영하고, 광복절에도 낡은 반나찌 영화를 방영하는 식이다. ‘장군의 아들’ 따위나 틀고 또 트는 후진상태로는 절대 가 ‘진실’이 되는 무서운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다. 라는 책을 보자. 일본의 특징을 천황주의에 입각해서 그럴 듯하게 설명하는 는 우리에게 너무나 무서운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마치 일본을 아주 잘 알려주는 책인 양 큼직한 양장본으로 어마어마하게 꾸며져서 국내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그 출판사는 원저에는 없는 사진과 그림까지 잔뜩 곁들여서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본의 이미지를 강력히 전달하는 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니토베 이나조가 춤을 추며 즐거워 할 일이다. 더욱 최근에는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최근의 ‘일본소설 붐’을 계기로 국내의 한 출판사가 미시마 유키오를 ‘20세기 일본 최대의 소설가’라는 식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시마 유키오라는 자는 1970년 11월에 일본의 무장을 주장하며 배를 갈라 자살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는 20세기 일본 극우파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일찍이 김지하는 ‘아주까리 신풍 - 미시마 유키오에게’라는 제목의 시를 써서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역사의 왜곡이 현재와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는 과거가 과거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고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막고자 기를 쓰는 국내의 여러 정치세력과 사회세력의 문제에 깊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친일파들이 해방 이후에도 오래도록 권력을 장악했으며, 여전히 강력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와 같은 문제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는 결국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무서운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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