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어김없이 찬 바람이 눈 끝을 스쳤다
어깨는 움츠러 들었고 고개는 숙여졌다
하지만 다행이도
오늘은 해가 눈을 부셨다
살며시 감은 눈 위로
하나, 둘 씩 눈이 내렸다
밤새 외로워 울었던 나뭇가지 위에도
친구된 눈꽃들이 위로해 주고 있었다
다 헐어 구멍난 신발 사이로
짖궂은 얼음바람이 불쑥 들어와 걸음을 늦췄다
시큼해진 코 끝과 붉게 상한 두 뺨을
목도리로, 긴 하루처럼 늘어진 목도리로 감쌌다
'오늘도 바람이 차구나'
머릿 속 어디선가
잔잔한 오르골 소리가 들려왔다
추워 잔뜩 오므린 몸이
오르골 돌아가는 태옆소리와 함께 서서히 펴졌다
얼굴이 갑자기 뜨거워 졌다
눈물은 이미 얼음판이 된 콧등을 녹이고 있었다
내 두 눈은 살아있는 난로가 되어
흐르고 또 흘러 내렸다
가슴팍까지 늘어져 있는 목도리를 타고,
얼어 깨질 것 같은 내 마음을 녹였다
느려지는 오르골 소리,
서서히 그쳐가는 눈꽃비,
'오늘은 햇살이 눈부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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