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합니까?
1971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대학생들을 죄수와 간수로 나누어 교도소 실험을 했다. 누가 죄구가 되고 간수가 될지는 동전을 던져 무작위로 결정했다. 죄수가 된 학생들은 건물 지하에 임시로 만들어진 감방으로 들어갔다. 실험은 2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6일재 되는 날 실험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임시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죄수 학생들은 감방의 물건을 모조리 내동댕이쳤고, 잠겨진 문 저똑의 간수 학생들이 어떤 진압작전을 펼칠지 불안해했다. 이윽고 간수들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죄수들을 제압했다. 간수들은 죄수들에게 보복하기 시작했다. 굴욕적인 노동을 시키고 정신적 고문을 가한 것이다.
교도소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죄수들에게 증오심을 갖고 야만적으로 대했던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실험 도중에 찾아온 신부에게 부탁해 부모에게 감금 사실을 알려 보석금으로 빼내줄 것을 부탁했던 일을 되돌아보며 경악했다.
짐바르도 교수는 평범한 학생들로 구성된 간수 집단이 6일 만에 빠른 속도로 폭력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 개인이 집단의 익명성 뒤로 숨을 때는 자제력을 읽고 도덕적 판단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집단이란 본질적으로 위험한 것이다. 둘째, 개인이 집단에 들어가서 힘을 갖게 되면 냉혹하고 멋대로 구는 야생동물처럼 행동한다.
짐바르도의 결론은 집단을 경멸하는 전통적인 견해를 재확인한 셈이었다. 대표적인 저서는 1895년 구스타프 르봉이 펴낸 것이다. 집단을 혐오한 르봉은 이 책에서 "집단 내에 쌓여가는 것은 재치가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집단은 높은 지능이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없으며, 소수 엘리트보다 언제가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주장했다. 스탠퍼드의 교도소 실험 이루 심리학자들은 집단이 오로지 반사회적 행동만을 일삼는다는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집단이 자주 폭력에 저항하고 사회에 유익한 행동을 한다는 측면에 주목했다. 그러한 접근방법의 하나로 1979년 존 터너는 사회적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을 발표하였다. 이 이론은 개인들이 가령 "우리 모두는 미국인이다" 또는 "우리는 모두 기독교 신자이다"라고 말할 때처럼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느낄 떄, 서로를 믿도 신회하며 힘을 합치고 집단 우두머리를 기꺼이 믿는다고 설명했다.
집단 안에서 정체성을 함께 확인한 사람들은 두 가지 사회적 특징을 나타냈다. 첫째, 그들은 판단 능력을 상실하지 않았으며 개인적 소신보다 집단의 공통 이해를 위해 결정을 내렸다. 반란처럼 가장 극단적인 집단행동에서조차 구성원들은 집단의 가치체계에 따라 행동했다. 둘째, 개인들은 그들이 속한 집단의 규범을 준수했다. 예컨데 일터에서는 종업원으로, 교회에서는 신자로, 축구장에서는 응원단으로서 그 집단의 규범과 가치 체계에 맞게 반응을 나타냈다.
2001년 영국의 BBC에서 텔레비전으로 교도소 실험으로 보여주었는데, 스탠퍼트의 실험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죄수들은 정체성을 공유한 집단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서로 상대가 시키는 대로 협조하며 상황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간수들은 정체성이 없는 조직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그들은 서로 티격태격하고 폭력성을 드러내기는커녕 집단의 폭력이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고통스러워했다.
BBC의 실험은 개인들이 집단 안에서 판단력을 상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가치체계에 합당한 집단일 경우에만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 집단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BBC의 실험은 스탠퍼드 실험의 결과를 완전히 뒤엎어 놓은 셈이다.
심리학자들은 두 교도소 실험의 결과를 통해 한 가지 기본적인 사항에 의견을 같이 했다. 보통 사람들이 집단 속에 흡수되면 누구나 상황에 따라 선행을 하기도 하고 악행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행동의 선택은 그들 자신의 판단에 따른다는 것이다.
출처: 『미래교양사전』, 이인식, 임프린트 갤리온, 1996, 4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