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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아버지의 깃발(2006)

윤상용 |2007.02.15 03:13
조회 235 |추천 1

 

제 목 :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 2006)

감 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 연 : 라이언 필립, 제시 브래포드, 아담 비치, 존 벤자민 히키 외

연 출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각 본 : 폴 해기스, 윌리엄 브로일리스 주니어, 제임스 브래들리 외

촬 영 : 톰 스턴

제 작 :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로렌즈

음 악 : 클린트 이스트우드

편 집 : 조엘 콕스

 

■ 줄 거 리 ■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요새 이오지마에 상륙한 미군해병은 전투 중 의례적으로 성조기를 꽂는다, 그러나 이 순간을 담은 사진 한장은 희망을 갈망하던 국민들을 사로잡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의미가 되었고, 아들이 전쟁터에서 살아돌아오리란 희망을 품게 했고,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는 위안과 자부심이 되었다.

 이러한 국민적 감정을 이용하려는 미 정부는 사진 속의 군인들 중 살아 있는 위생병 존 닥 브래들리(라이언 필립)와 인디언 출신의 아이라 헤이즈(아담 비치), 통신병 레니 개그논(제시 브래포드)을 불러 전쟁 보급품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서게 한다. 전국을 돌며 열렬한 환호와 갈채 속에서 열심히 영웅 노릇을 한 세 명 덕분에 시들했던 기금 마련에 불이 붙는다. 그러나 세 명은 전쟁터에서 전우들이 남아 있는 한 자신들의 영혼도 이오지마를 떠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 평 가 ■

 

제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유럽에서 연합군이 승리한 후 태평양에서 전세가 밀리던 미국이 반격을 가하면서 일본 본토로 진입하던 45년 초입을 배경으로 삼은 전쟁 영화다. 이미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에서 노하우가 쌓였지만, 이 영화에서 고증과 전투 씬의 현장감은 타의 추종을 단연 초월한다 하겠다.

 

참고로 단일전투로는 태평양 전투 전체를 통털어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손꼽히는데, 영화에서도 설명하듯 이 "유황도"는 일본 본토의 일부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일측 대본영이 결사사수를 감행, 결국 2만에 가까운 일본군 병력이 옥쇄했고, 미군 또한 2만 4천명 이상의 사상자(전사자는 약 6,800명)를 낸 전투이다.

참고로 이 전투에 참가한 미군 부대는 美 태평양 함대(US PACFLT) 외에 미 제 4, 5 해병사단, 그리고 제 3상륙부대(3 Amphibious Landing Force-현재의 3해병기동원정군[III-MEF]의 모체부대)였으며, 이들은 로이-나무르, 사이판, 티니안 및 이오지마에서 전투를 벌인 베테랑 부대였다.

 

 

영화 속의 "깃발"과 "깃발 세우는 병사들"의 모습은 실존하는 유명한 사진으로써, 이오지마 서남단에 위치한 수라바치 산 정상을 해병대원과 해군 병사가 45년 2월 23일에 점령하면서 깃발을 세운 것을 AP 통신 소속 종군기자인 존 로젠탈이 촬영한 것이다. 단지 이 사진의 아이러니는, 이 사진이 세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연출된" 사진이냐의 여부인데 - 간략하게 답부터 말하자면, 이 깃발의 상징성 때문에 정치가들이 이 깃발을 원했고, 이를 충족시켜주다보니 "본의 아니게" 연출이 되었다고 하는게 정답이겠다.

 

하지만 영화의 진정한 포커스는 이 "평범한" 이오지마의 영웅들의 모습을 비추는 데 있다. 해병대원 두 명과 해군병사 하나는 깃발 사진에 등장했다는 이유로 본국으로 송환되어 영웅 대접을 받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마음 한켠에 죽어간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이 강하게 작용했고, 심지어는 평생을 두고도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이들은 본의 아니게 영웅으로 "급조"되었고, 국가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알기에(-국가는 국채 판매를, 국민들은 전쟁 종료에 대한 희망을) 모두에게 좋은대로 영웅 노릇을 하지만, 뚜렷한 성격의 세 캐릭터는 같은 이슈를 놓고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해군 의무병인 "닥"은 자신이 놓친 동료 병사들, 그리고 잠시 떨어진 사이 적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한 동료 "이기"에 대한 죄책감에 평생 시달리고, 해병대 소속의 인디언 출신 병사인 "아이라"는 사진 속의 인물 중 다른 사람으로 잘못 알려진 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마지막 해병대원인 "르니 개그넌"은 영웅으로써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이용하려 하지만, 결국 금방 "어제의 영웅" 취급을 받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는다.

 

쉽게 말하자면, 이들은 평범한 병사들이지만 "영웅"을 원하는 세상에 의해 급조된 허구의 영웅들이라고 해야하겠다. 영화 초반에 "닥"이 회고하는 장면에서 이들이 평생을 괴로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중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그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평생 그 참혹한 광경들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가급적 그 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들이 그 기억을 잊을 수만 있다면 잊고싶기 때문이다...'라는 부분이다.

나폴레옹 시기의 한 군인의 말처럼, "전쟁이라는 것은 흔히 미화되고 영광스럽게 기억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시체에 참혹한 광경 뿐..."이라는 말이 되새겨지는 순간이다.

 

 

아울러 이들이 한 연회장에서 식사를 할 때 이들이 이오지마에서 깃발을 세우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케익 위에 딸기 소스를 붓는 장면이 나오는데, 두 말 할 것 없이 이 장면은 이들의 영광과 호의호식이 동료들의 피와 희생 위로 쌓아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하겠다.

 

아, 재미있는 점 중 또 하나는 이 영화의 "고증" 부분인데 - 마치 "포레스트 검프(1994)"처럼, 영화의 세세한 소품들이 그 시대의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이를테면 라디오에서 급하게 나오는 "루즈벨트(참고로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대충의 시간흐름을 보여주고(참고로 45년 4월 12일에 별장에서 사망했는데, 정부(精婦)의 집에서 죽었기 때문에 한동안 사망위치를 은폐했었다고 한다), 인디언 출신 "아이라"의 모습은 당시에 횡행하던 인디언에 대한 차별과 편견(:참고로 알콜 중독자가 많고 난폭하다는 편견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위상 상승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아울러...지금 이름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초반 미군의 함선 선내 장면에서 한 독특한 억양의 여성이 사기꺾는 내용의 방송을 하고 노래가 흘러나오자 다들 숙연해지는 모습이 있었는데 - 이것이 실제 일본군이 행했던 대미(對美) 선전방송이었단다. 미국계 일본인 2세 여성이 전쟁 당시에 동원되어 라디오 방송을 했다는데, 제법 목소리도 예쁘고 노래도 향수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아 미군들이 애청 했다나?

 

 

... 아무튼 뛰어난 수작임은 분명하지만, 사실 "전장에 내던져진 평범한 사람들의 고뇌"는 요새 너무 횡행하는 테마인 것도 사실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태극기 휘날리며(2003)"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다 비슷한 테마를 안고 있었으니까.

아울러, 이 작품은 연작으로 나온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2006)"와는 달리 완전히 연합군의 관점에서 전쟁을 보고 있지만, "이오지마..." 의 경우는 지나치게 일본군 개개인의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들도 일개 민초들이 전쟁에 말려들어 희생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 말대로 "일본의 평화주의는 가해자의 역사를 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오지마 전투의 경우, 한국인 강제징용자 전사자 수도 무시못할만큼 크다. 심지어 오끼나와에는 한국인 위령 추모비가 나중에 건립될 정도였는데... 정말로 억울했던 그들의 희생은 누가 기억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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