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상표를 도용한 가짜 상품을 진짜 명품이라 속여 팔거나 서적이나 음반 등을 불법 복제한 행위로 처벌 받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블랙베리 (BlackBerry) 라는 무선 이메일 솔루션이 타사의 특허를 불법 사용했다고 제소당했는가 하면 , 영국에서는 L ' Oreal 사의 화장품과 유사해 보이도록 (look-alike) 포장을 한 경쟁사가 법정공방 끝에 패소하기도 했는데 이는 모두 지적재산권 (intellectual-property rights) 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소산인 창작물과 발명품 등 지적 재산은 보호 받아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 또한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그 나라의 선진화 정도는 비례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

특허 출원과 경제성장은 비례
지적재산권은 크게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으로 구별되며 산업재산권은 특허권·상표권·의장권 및 특정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생산 , 가공된 상품을 일컫는 지리적 표시 등을 포함한다 .
UN 산하의 세계지적재산기구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 2004 년 특허 출원 건수는 일본을 선두로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한국이 그 뒤를 따르고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5 위에 올랐다 . 특히 중국의 특허 신청 건수는 지난 10 년 사이에 무려 7 배 증가했는데 , 이중 반 이상이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다 . 특허 출원의 증가는 경제성장과 거의 비례하는 것으로 WIPO 는 분석했다 .
권리자와 소비자 이익 함께 고려해야
이는 특허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보호는 사람들의 창의력 계발에 동기를 부여하고 왕성한 창작 활동과 기술 개발의 촉매 역할을 하기때문에 결국 사회·문화·경제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 그러나 지적재산권 부여는 결과적으로 권리자에게 일정 기간 독점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해 오히려 기술개발과 혁신을 지연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
따라서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당위 못지않게 보호기간 및 권리 침해자 처벌의 적정성이 중요하다 . 동시에 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로 공공이익이 희생되거나 경쟁이 저해 받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전문가들은 이런 시스템을 잘 갖춘 나라로 미국을 꼽는다 . 즉 , 미국은 지적재산권 보호에 많은 예외 조항을 두어 귄리자와 소비자의 이익 보호 사이에 균형을 유지한다 .
미국 국내법 꼼꼼히 살펴야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애버트 (Frederick Abbott) 교수가 미국의 국내법과 정책의 관점에서 최근 미국이 체결한 FTA 를 분석한 자료는 이를 증명한다 .* 예를 들면 , 미국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판례를 통해 지적재산권과 공공이익의 보호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선진화된 “감시와 균형 (checks and balances) ” 시스템을 갖추고 FTA 협상에서 상대국에게 미국의 수준에 맞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따라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free-trade agreement)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하는 상대국들은 미국 국내법을 세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애버트 교수는 강조한다 . 왜냐하면 미국과 법과 제도의 차이로 FTA 합의사항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협상에서 동의한 것보다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등의 예상치 않은 난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미국과 지적재산권 협상시 가능한 많은 예외조항을 둘 것을 권고한다 .
제주도에서 10 월 23 일부터 미국과 4 차 협상을 시작하는 한국 정부 대표들도 이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으로 국민들은 믿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
* “ Intellectual Property Provisions of Bilateral and Regional Trade Agreements in Light of U.S. Federal Law,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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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과 관련 , 한미 양측은 그 동안 통합협정문 초안에 일단 합의하고 별도의 양허안 없이 협정문을 중심으로 협상했다 . 양측은 4 차 협상에서 서로의 법령 및 관행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서로의 제도 변경보다는 상호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 쟁점별 양측 입장 표 참조 )
저작권의 주요 쟁점은 보호기간 연장과 일시적 저장 및 기술적 보호조치 등이며 그 외 ( 음반제작자와 실연자 및 방송사업자의 권리 등의 ) 저작인접권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
저작권 보호기간은 한국은 베른협약 등 국제조약과 현행 국내법상 저작자 사후 50 년을 주장하는데 이는 저작자의 자손 2 세대까지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 연장 등을 이유로 70 년으로 연장하는 추세이며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고 있다 . 또한 미국은 저작자가 단체이거나 음반제작자의 경우는 95 년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한다 .
기간 연장시 저작권자는 수혜자일 수 있으나 출판업계 및 사용자측은 피해를 볼 수 있고 이에 따른 산업경제적 파급효과를 계량화 하기가 쉽지 않다 .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일단 현행 50 년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
일시적 저장 복제권과 면책 규정이 관건
일시적 저장은 어떤 웹사이트에서 불법으로 내려 받은 음악 파일이나 검색시 전송 받은 정보를 이용자의 컴퓨터에서 재생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복제·저장되는 현상으로써 컴퓨터를 끄면 없어진다 . 협상에서의 쟁점은 컴퓨터상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복제물에 대해서도 저작권자에게 통제권을 부여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 이를 인정할 경우 , 일시적 복제물이 인터넷에 유포되었을 경우 제공자는 물론 선의의 이용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
이와 관련 한국은 기존의 보호조치만으로도 불법 전송물에 대한 통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 미국은 일시적 복제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는 등의 이유로 복제권이 저작권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미국측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인정할 경우 일정 수준의 면책 규정 추가 여부가 관건이다 .
기술적 보호조치는 저작권자가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막거나 ( 접근통제 ) 복제하지 못하도록 ( 이용통제 )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 미국은 접근통제를 위한 보호 조치까지 인정하고 암호를 깨거나 이를 위한 기기의 판매 행위 등으로 이런 보호조치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한다 . 한국은 저작자의 접근통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 이용통제의 경우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저작자의 보호 조치를 무력화시키는 도구의 거래만 금지한다 .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접근만으로도 저작물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어 기술적 보호조치를 통한 접근통제권도 저작자에게 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점이다 . 특히 합법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 시키는 행위는 처벌할 필요가 있다 . 그러나 이 경우 지불한 액수만큼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확산되는 추세여서 경제적인 효과를 고려해야 하고 또한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예외 인정 범위를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세계에는 6 백만 개 정도의 특허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물론 이중에서 실제로 경제적 효용가치를 지닌 특허는 10%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특허를 인정 받아 상용화에 성공하면 최소 20 년은 독점적 지위를 인정 받는다 . 이런 이유로 특허권이 기술발전과 경제발전을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의 하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
그러나 특허 사용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은 나라일수록 특허권 강화에 적극적이다 .
또한 투자자들도 특허권을 중요한 무형자산으로 간주해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나 연구소가 늘고 있다 . 예를 들면 , 도너츠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던킨 브랜드는 지난 5 월 프랜차이즈들로부터 받을 로열티를 담보로 17 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 미국의 예일대학교는 에이즈 치료제 (Zerit) 의 로열티를 담보로 1 억 달러를 조달 , 의대 건물을 신축하고 있다 .
특허출원 노력 강화 필요
한국은 아직 특허로 번 수입보다 사용료로 지불하는 돈이 26 억 달러 정도 많지만 일본의 예를 보면 실망할 일은 아니다 . 특허권 등 사용료 ( 로열티 ) 수지가 적자였던 일본은 3 년 전부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흑자폭이 30 억 달러로 늘었다 ( 도표 참조 ). 한국도 최근 특허 출원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로열티 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
이를 감안해 한국은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미국과 지적재산권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 .
한미 FTA 협상에서 특허권과 관련된 쟁점은 특허출원의 공개 등 다섯 가지 정도이다 (2 면 쟁점별 양측 입장 표 참조 ).
한국은 예외 없는 특허출원 공개를 , 미국은 예외를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 특허 출원 후 이의 공개 원칙은 전세계 특허제도의 기본이나 미국은 제 3 국에 출원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출원내용을 비공개로 할 수 있다 . 이는 출원 후에 고의로 특허의 성립을 지연시켰다가 제 3 자가 특허권에 포함된 발명을 사용하거나 이를 이용한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를 기다렸다가 특허를 성립시켜 로열티를 청구하는 , 이른바 “잠수함특허”를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한다 .
반면에 미국은 특허 출원일보다 발명일이 우선인 선 발명주의가 기본 원칙인데 출원 비공개제도는 영세중소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 즉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출원이 공개되면 대기업에서 그 출원의 소유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분쟁 도중에 포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호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또한 미국은 심사 지연 등의 특허청의 귀책사유로 인해 특허 등록이 “불합리하게” 지연되는 경우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지연기간만큼 현행 양국 공히 20 년인 특허권 존속기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 . 한국은 기간을 연장할 경우 관련 업체의 특허사용료 부담 증가와 특허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예상돼 소극적인 입장이다 . 또한 이 제도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불합리한 등록 지연”의 범위와 기준 시점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

한미 FTA 에서 지적재산권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 특허권 강화로 인해 한국에서 복제약 (generic drugs) 판매가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의약품 가격 폭등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의약품관련 특허권 문제는 지적재산권 분과가 아닌 의약품 분과에서 다루고 있지만 두 분과의 협상 결과가 달리 나올 가능성은 없다 . 그렇다면 과연 한미 FTA 체결로 인해 약값이 폭등할까 ?
물론 협정이 체결되고 한국 정부가 합의 사항 집행을 위해 취할 후속 조치에 달렸지만 약값 폭등은 기우이다 . 왜냐하면 첫째 , 호주의 예에서 보듯이 협정 체결 후 정부의 후속 조치에 따라 복제약 판매에 큰 변화가 없게 할 수 있다 . 둘째 , 현재 세계적으로 복제약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들도 복제약을 제조해 싼 가격에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미국과 호주가 체결한 FTA 7 장 (Article 7.10.4) 에는 호주 정부가 복제약 판매 허가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다 . 예전에는 호주 의약청 (TGA) 에서 특허 침해 여부는 심사할 의무 없이 복제약의 안정성과 효능만 인정되면 판매를 허용했다 . 그러나 FTA 발효 후에는 복제약 판매 허가 신청 사실과 신청인의 신분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해야할 뿐만 아니라 특허권자가 특허권을 주장 (claim) 하기만 해도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복제약의 시판을 금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호주 의회 보고서에 의하면 ,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호주 정부는 복제약 판매 신청시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증서를 첨부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 이는 의약청이 복제약의 특허침해여부를 심사할 경우 시판의 지연으로 약값이 상승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 즉 FTA 합의 사항을 이행하면서도 의약품 가격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
약값폭등은 기우 ( 杞憂 )
특허 침해임을 알면서도 복제약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것도 약값하락에 기여한다 .
혈전 치료제인 플라빅스 (Plavix) 는 특허 만료가 6 년이나 남았다 . 그러나 캐나다의 Apotex 사는 이를 알면서도 복제약을 판매했고 특허권자인 프랑스의 사노피 (Sanofi-Aventis) 와 미국의 BMS 는 이 겁 없는 회사를 제소하는 대신에 당사자간 합의로 해결했다 .
급성장하는 복제약 시장도 대형 제약사들을 유혹한다 . 전세계 복제약 시장은 거의 600 억 달러 규모로 전체 의약품 시장의 13% 정도지만 두 자리 숫자로 급성장하고있다 . 화이자 (Pfizer) 등 다국적 기업들도 이에 가세 , 싼 값에 복제약 판매를 시작했다 . 한미 FTA 로 약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
* “ Parliament of Australia Senate Final Report on the Free Trade Agreement between Australi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 August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