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을 돌이켜 보면,
그 쉽지 않은 여행들이 가능했던 것은
내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둔 방 안에서
나 자신과 씨름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 대신 아열대의 태양이 떠 있는
눈부신 세계 속으로 걸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불면의 베개를 떨치고 여행길에 나서는 그 순간
이미 나는 달라져 있었고,
내 얼굴은 새벽의 미명 속에
희미한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누구와의 약속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그 희망을 내 것으로 하겠다는.
- 지구별 여행자중에서 / 류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