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용호상박
장소: 드라마센터
일시: 까치까치 음력 설날 밤
인원: 사랑하는 가족과
드라마센터를 나서는 내내 아니 올림픽대로를 달려오는 내내
마치 모르는 이가 차창밖으로 날 바라다보면 실성한 사람으로 여길 정도로
환한 보름달을 얼굴에 품은 듯 실실실 웃어가며 입이 귀에 걸려 흐뭇하게 돌아왔다.
왜~?
정월 초하루 음력 설을 일찌감치 끝내고 호젓하게 나선 도심 나들이가
온 가족이 행복에 겨워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내용이야 관람한 님들의 혹평이 없는 탓에 내 일찌기 생각 접고 들어섰는데
정말 오랜만에 뵙는 전무송선생님의 모습이 보고프고,
지난 번 극으로 인해 아쉬웠던 맘을 송두리째 이 극에 올인했기에
그 기대가 온통 오태석 감독님 어깨에 매달려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희한했던 건 극을 접하기도 전에 맘이 너무도 편안했다는 것~~!
이 이야기는 내용은 상이하지만 어쩌면 의 형제애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잔잔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드라마센터의 편안한 이미지와 함께
오늘 대하게 될 극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피부로 와 닿게 하고 있었다.
'오태석'하면 가장 한국적인 색을 만들어 가는 감독, 아니 그 한국적인 것을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해 오태석만의 또 다른 색을 만드는 감독으로 손꼽힌다.
타협이 없이도, 타인들의 질책이 쏟아져도, 그만의 강력한 색을 만들며
수없이 지우고, 또 지우며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만들어 가는 감독이기에
내 스스로 스승으로 받들며 몰래 사모한다.
그래서 주저없이 달려간 드라마센터에서의
형제애를 범굿이라는 주제와 빗대 초입부터 한편의 잔잔한 드라마를 연상케 하며
낮게 구름처럼 깔린 스모그는 배우들의 스톱모션만으로도 내 시선을 사로잡는데
그 모습이 형언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움에 셔터를 누르고만 싶었다.
형 팔룡(전무송 분)과 동생 하룡(정진각)...
그들은 집안 대대로 전수 되어 온 이라는 가업을 이어 받아
커다란 소머리를 무대 정중앙에 놓은 채 하룡 처(이수미)의 주술과도 같던 읊조에 따라
한 마을의 생과 사를 온통 소머리에 의존하는데 정통을 따라야만 하는 범굿은
더이상은 범신이 안찾아온다며 안심하는 사람들로 인해 애꿎은 바다신께 바치며
비극의 실마리를 만들어 갔다. 점점 더 욕심의 그늘을 채우던 동생 하룡과 함께...
이후로 실로 오랜만인 전무송님의 연기는
세월이 흐른 자욱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리워져 팔룡으로 분한 모습이 실제인 것만 같아
이마에 베인 진땀만으로도 배역의 느낌 충분하기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조금 아쉬웠던 건 끈끈한 형제애를 살리지 못한 것 같기에 여운이 더해졌고,
끄트머리 팔룡의 죽음에서 뭔지 모를 느낌의 초읽기가 석연한 구석이 있었기에
한귀퉁이에 쓰러졌던 팔룡의 모습이 뱃사람들의 요동치던 움직임에 가리워져
보는 내내 마음이 쓰였었다. 이는 곧 작가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목화만의 빛이 정말 잘 살던 범굿하던 장면에선 이수미님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는데
정말 자연스럽던 그녀만의 독특한 연기는 용호상박의 맛을 더욱 감칠맛나게 하며
입에 술잔 머금고 나타난 무희들의 군무와 함께 우리색을 느끼기에 충분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현실을 거스르며 역행하던 어리석은 우리네 모습은 진노한 범신의 역정으로 인해
정말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커다란 파도와 같았기에 음향과 함께 쓰러져가며
혼신의 연기를 다 하던 배우분들이 생각 나 도입부와 함께 이 극의 하일라이트로 꼽는데
무대를 가득 채웠던 대나무밭의 움직임이 마치 칼바람을 몰고 오는 것만 같았기에
님들도 이 느낌 꼬옥 느껴보기 바란다.
진면목을 보였던 엔딩에선 하룡 처로 분한 이수미님의 눈에 비친 이슬로 인해
가슴 언저리가 짜안했는데 안온다는 범신더러 꼬옥 오라며 죽은 형제를 뒤로 되뇌이던 말은
내 좁은 소견에 의아함을 남기며 감독은 커다란 뜻으로 보듬어 극을 마무리했다.
목화 작품엔 색이 있다. 이후로 가장 감동적으로 와 닿은 이 느낌은
'역시~ 오태석!'이란 감탄사를 연발하며 엔딩의 끝 없는 박수를 보냈다.
피날레의 기립이 아주 아쉬운 순간이었기에 내 용기 없음에 부끄러움이 남는다...
평소 오태석감독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던 은 이 날 함께 한 울 신랑 또한
찬사를 아끼지 않음에 극을 대하는 관객 입장에선 조금 쉬운 극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봤다.
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행복에 겨운 모습으로 이 느낌을 담고 왔기에~~!
극단 목화의 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아담하고 편안한 드라마센터에서의 공연이었기에 금상첨화였던 극!
오태석군단을 몰고다닐만큼 강렬한 이 극이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음 좋겠다.
가족과 함께 하기에 충분한 극 과 극단 목화, 오태석감독님께 이 느낌 바친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