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독서는 나의 주된 취미 생활이자 하나의 놀이였다. 따라서 서점은 나의 가장 큰 놀이터이며 휴식의 공간이다. 2005년 12월 어느날, 나는 여느때처럼 놀이터를 갔고 전공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며칠 뒤 교수님 미니홈피를 들러 추천 서적을 부탁드렸더니 공교롭게도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하스’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다. 국제 관계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텍스트 등에서 그의 주장이나 언급 등을 보았을 것이고 그는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 2005년 나는 부시 2기 행정부의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었던 ‘스티븐 크래스너’를 만난 적이 있어 그의 직책이 아주 낯익다. - 따라서 이 책은 나에게 무척이나 흥미롭고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리처드 하스’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본다면 거부 반응이 덜 하겠지만, 나는 고정된 사고의 무슨 ‘~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처음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을 읽었을 때와 같은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1989년 11월 9일, 역사적인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상징되는 미․소 냉전이 와해되고 미국은 유래가 없는 단일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세계가 평화로워지고 있는가?’ 혹은 ‘과거에 비해 안정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 또한 이런 의문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봄으로써 냉전 이후 세계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고 있고 이 책을 통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부시 행정부’가 보이고 있는 일방주의적 외교 행태에 일침을 가하고 있으며 열강들과의 협력을 통한 대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보이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미적, 비판적 의견을 희석하고 미국의 양보․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미국의 인도주의적 개입 문제에서 코소보 사태와 같이 중국과 러시아가 각기 그들의 입장 - 중국의 소수 민족, 일례로 티벳, 신장 위구르 족과 러시아의 체첸 문제 - 때문에 소수 민족의 인권 문제에 대한 개입을 반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소수 민족 분쟁에 눈 감아 줘야 한다는 논지나 이슬람 테러리즘에 채찍을 통한 대응 시사, 북한, 이란 문제에 있어서의 열강 등과의 협의를 통한 제재 언급은 그의 지극적인 현실주의적 입장과 미국의 국가 이익에 대한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정권교체와 같은 급박한 전략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정권 진화, 그리고 신기능주의적 입장을 견지했다는 데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읽는 것은 패권국의 정책을 읽는다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북한 문제와 맞닿아 있는 핵심 관계자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미국의 외교정책 하나하나에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달려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높이 살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눈 여겨 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2006.3.6 열네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