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드디어 딸이 중학교 졸업을 했습니다.
보통의 경우 졸업식에 학생이 먼저 가 앉아 있고 축하
해 주러 가족들이 좀 나중에 가는게 자연스러운 모습일
텐데 이거 원 누가 졸업생인지 누가 축하객인지 졸업식
날 아침까지도 늦게 일어나 함께 차를 타고 졸업식장
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얼굴에 살짝 파우더까지 바르고 서클
렌즈에 아이라인까지 그리고 빨리 어??/FONT>되고 싶어 안
달인 아이 모습을 보니 이걸 어떻게 말리겠나 하는 생
각이 들더군요.
사춘기 소녀 특성을 아이 입장에서 너그럽게 받아주고
공감( 전문용어로 공감적 이해라고 배웠는데..) 해 줘야
내가 배운 상담교육의 효과가 있는 건데, 어이없는 비
웃음과 왜 눈에 확 뜨이게 좀 더 진하게 그리지 그랬
느냐면서 내 입장과 내 기분대로 핀잔을 주고나니돌아
오는 건 아침부터 기분 상하는 말들과 느낌뿐이었어요.
사실 선생님께 칭찬만 듣던 큰 애와는 달리 3년 내내
지각대장에다가 선생님께 찾아가서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을 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졸업식에 가는 것도 그다
지 즐거운 기분만은아니었지요. 우리 아이에 관한
한 선생님의 지친 표정을 또 다시 보게 되는 것이 제게
는 또하나의 고통이었으니까요. 얼마전 개인적인 일
로 학교를 찾아 갔을 때의 선생님의 지치고 힘든 표정
이 우리 아이 때문에 힘드신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게
해 주었지만 사실은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설사 그것이
거짓말일지라도 단 한가지 만이라도 우리 아이에 대한
칭찬의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우리아이가
지각도 잘하고 게다가 고분고분 하지않고 잘 대들며,
떠들고 이런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라도 잘하
는 것이 있었을 텐데. 하도 아이에 대한 힘든점만 계
속 들어야 하다 보니 선생님의 기분은 이해 할 수 있었
지만 저도 고통스러웠던것 같아요.그날은 아예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제가 학교에 찾아간
용건에 대해서만 처리해 주실 뿐이었지만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지치고 피곤하셔서 더 이상 아무 말씀도 못
하시는 선생님을 보고는 몸둘 바를 몰랐었어요. 선생
님 많이 힘드시죠? 이런 말조차 너무 가식적이거나 일
상적인 말로 들릴 것 같아 저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어
요. 하지만 말이 없어도 그냥 서로 알 수 있는 뭐 그런
느낌들이 내재해 있었다고나 할까?
큰아이는 선생님을 찾아 갈 때마다 선생님들의 침이 마
르도록 칭찬을 들어 오히려 제가 민망할 정도였고 졸업
식순에 이름 몇개는 올라가 있었는데 그건 아니어도 이
렇게 불편한 기분으로졸업식에 가게 만들다니.... 이
런 불만들이 아이에게 더 잔소리를 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는지도모르겠어요.
이런 불편한 기분을 큰 애에게 말했더니 큰아이가 그럽
니다.
엄마 그런건 내가 다 했으니까 충분하잖아요? 오늘 수
업있는 날도 아니고 그냥 놔두세요.
뭘 더 바라세요? 속물 같은 내 모습이 제 자신도 싫더
군요.
1학년 때 합창부에 들어 도 교육청 표창을 받아서 인지
유일하게 특기상을 하나 받았는데아침의 기분과는 달
리 기특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 하더군요.무던히도 지
각하고 사춘기를 유난하게 보내서 3년 내내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아이였고 특히 2,3 학년 담임 선
생님이 힘드셨지요. 졸업장을 일일히 나누어 주시고
우리애와는특히 길게 무슨 말인지 주고 받으시더군
요. 서로 많이 싸우고 관계도 여러번 악화되고 상처
를 많이 주고 받았으니 왜 할말이 없었겠어요. 이제 다
끝났습니다. 돌아가도 좋습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자 저는 아이를 선생님 곁에 제일 먼저 세우고 사진
을 찍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와 포옹을 하시고 제가 인사를 하려고 했
을 때 선생님의 눈가에 눈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선생
님 많이 고생하셨어요. 라면서 제가 등을 두드려 드리
면서 위로해 드렸지요.
선생님 제가 한번 안아드리고 싶네요. 하면서 안아드
렸더니 계속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우리 진솔이 잘 할거예요. 고등학교에 가면 잘하겠지
요..뭐 그랬더니 그럴거라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
더군요. 저도 눈물을 안보이려고 돌아서서 계속 하늘
을 올려다 보면서 눈물을 닦아냈어요. 그동안의 갈등
과 오해와 묶은 감정들이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눈물
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모범생이었던 아들의 졸업식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가
슴 먹먹한 감동이 밀려왔어요.
대단한 놈이야 . 여자 둘을 울게 만들다니.... 뭐가 되
려는지 참...
어려웠고 고통스러웠던 만큼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싶
었던 졸업식이었어요.
콩알 만큼의 희망이라도 버리지 말고 희망의 콩알에 싹
이 나고 잎이 나서 재크의 콩나무처럼 하늘 높이 자라
고 커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얼마전 조선일보에 실렸던 장영희(서강대
영문과 )교수님의칼럼을 기억해봅니다.
Fairy Tale(동화) -Gloria Vanderbilt-
There once was a child.
living everyday
expecting tomorrow
to be different from today
옛날 날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삶이 한 편의 동화라면...
한 문장으로 된 짧은 시의 제목이
"동화"입니다.
어렸을 적에 읽었던 동화들은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났
습니다.
징그러운 두꺼비가 멋진 왕자로 변하고 무서운 마녀에
의해 탑꼭대기에 갇혔던 공주는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됩니다.
모든 고난과 질시는 다 지나가고 행복과 평화만 남습니
다.
삶에는 그렇게 완벅한 해피엔딩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는' 희망이 있습
니다.
오늘이 고달파도 내일은 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
오늘은 깜깜한 터널이지만 내일은 어디선가 한줄기 빛
이 보이리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삶은 아름다운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