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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년은 바람에 날리고 1

은하철도 |2006.07.20 00:18
조회 740 |추천 0

 

 

(먼저 연재했던 <앞집 과부와 뒷집 홀아비>마감합니다. 아쉽겠지만 더 이상의 줄거리를 전개하면 여러분들이 아주 기대하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공개게시판이기에 그만 줄이게 되었습니다. 남녀의 성행위장면의 묘사는 아무래도 여기서는 삼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이 삼년 전에 이 곳에 올렸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안개꽃의 외출>이라는 단편을 연재 했습니다. 제목을 <중년은 바람에 날리고>로 고쳐서 9편으로 연재해 올리겠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많은 애독에 감사드립니다.)

 

 

 

중년은 바람에 날리고



1.


돌이엄마는 부업으로 하는 목걸이구슬을 꿰다말고 한숨을 푹 쉬었다.  구슬이 담긴 바구니를 옆으로 휙 밀더니 화장대 위에 있는 가계부를 손을 뻗혀 잡아 펼쳤다.  이번 달에도 적자다.  벌써 몇 달째 돌이엄마를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가계부적자는 돌이아빠의 펑크 난 카드대금 때문이었다. 

“이 웬수가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중얼거리는 돌이엄마의 미간이 잔뜩 찡그려졌다.  중소기업체에 다니는 남편은 중국으로 공장이 옮겨간 후에 더욱 가관으로 놀았다.  한달에 두세 번씩 출장을 떠나면 열흘이나 보름에 한번씩 집에 왔다가 이삼일 있다가 다시 떠나는데, 도대체 남편인지 아니면 어느 떨거지가 하룻밤을 재워달라고 오는지 아리송할 지경이었다. 


남편은 중국으로 공장이 이전하기 전에도 마음에 들게 논 것은 아니었다.  중년에 들어서 더욱 찐 뱃살을 앞으로 쭉 내밀며 능글능글하게 놀았고 사업핑계를 대고 외박하거나 늦게 퇴근해 들어오기 일쑤였다.  도대체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살림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두가 남의 일처럼 무심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 가정을 지탱하고 있는 자기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조차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밥 줘.”

자정이 넘어서 술에 취하여 들어온 남편은 잠자는 돌이엄마를 툭 건들이며 밥을 찾았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을 뜬 돌이엄마는 끓어오르는 성질을 꾹 누르며 밥을 차려 내왔다.  씩씩거리고 앉아서 밥을 먹는 남편을 샐쭉한 눈으로 쳐다보는 돌이엄마는 남편이 점점 먹을 것만 찾는 무감각한 동물로 변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일찍 들어와서 운동도 좀 하고 그래요.  나온 저 배 좀 봐. 쯧,”

이 한 마디는 무척 참고 참아서 툭 던지는 돌이엄마의 말이다.

“내버려 둬. 나중에 다 한꺼번에 처리하면 되니깐,”

퉁명스럽게 던지는 남편의 평범한 이 한마디가 돌이엄마의 꼭지를 휙 돌게 하는 적이 많았다.  먹을 것만 찾으며 뱃살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말도 말이지만, 힐끔 쳐다보는 남편의 표정이 꼭 소가 닭 쳐다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밥을 다 먹어치운 뒤에 트림을 꺽꺽 해 대는 소리가 밥상을 치우는 돌이엄마의 뒷  꼭지에 또 꽂혔다.  설거지감이 싱크대에 부딪치는 소리가 거칠게 들렸다.  그러면 또 남편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왔다.

“좀 조용하게 설거지해라. 애들이 잠에서 깨겠다.”

여기까지 상황이 전개되면 돌이엄마는 딱 얼어붙었다.  머리가 하늘에 붕 뜬 기분이 들면서 눈앞에 불이 확 켜지는 것이다.  손끝까지 떨려오는 성질을 다시 꾹 참았다.  얼마 후에 설거지를 마친 돌이엄마의 귀에 또 들리는 소리가 있으니 곧바로 아랫목에 퍼진 남편의 코고는 소리였다. 

“어휴, 저 웬수 같으니......”

성질 같아서는 발로 걷어차 밖으로 내쫓고 싶지만 점점 거대하게 변해가는 남편의 덩치가 끄떡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쌩 하는 발길로 방에 들어선 돌이엄마는 장롱에서 얇은 담요를 한 장 꺼내가지고 거실로 휙 나와서는 소파에 벌렁 누웠다.  천정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있자니 안방에서 들리는 코고는 소리가 더욱 성깔을 돋운다. 


사실 남편하고 잠자리를 같이 한지도 무척 오래되었다.  그나마도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잠자리는 확실한 토끼잠자리였다.  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인터넷을 대하고부터 돌이엄마는 다른 부부들이 어떻게 잠자리를 나누는지 알게 되었다.  인터넷 카페의 성인방이나 익명방에 올려진 부부의 잠자리에 관한 글을 많이 접하게 된 돌이엄마는 자기가 지금까지 얼마나 재미없는 잠자리를 하고 지냈는지 억울할 지경이었다. 


“섬세하고 복잡한 여성의 성적감흥을 미리 알아서 충족시켜 주는 남편”


카페의 익명방에서 본 이 글은 실로 충격이었다.  여자가 섹스를 원하면 아침에 남편의 밥상을 차릴 적에 일부러 젓가락을 거꾸로 놓는다.  돌이엄마가 생전처음 들어보는 섹스사인이라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남편이 그날 밤에 섹스를 원하면 출근할 적에 아내를 등 뒤에서 살짝 안아 준다.  그러면 그날은 심야의 황홀함을 상상하며 하루를 지낸다.  드디어 밤에는 일찍 아이들을 재우고 미리 준비한 칵테일이나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흔하디흔한 소주라도 아내는 준비해 놓는다.  아내의 섹스사인을 보고 출근했던 남편은 일찍 퇴근하여, 샤워하고, 수염도 깎고, 상긋한 스킨로션도 바르고, 부드럽게 곁에 앉아서, 그윽한 눈길이 어쩌구, 속삭임이 저쩌구 하며 절차가 진행된다.  실로 섬세하고 복잡한 여성의 성적감흥을 배려한 성실한 남편의 행동이다.  또한 여자가 성적오르가즘을 느낄 때까지 남자가 강력하게 버텨준다.  누구는 삼십 분, 또 누구는 이십 분이라고 하는데......


천정만 바라보고 멀뚱거리던 돌이엄마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성질이 안 날 수가 없다.  뻑 하면 자기보고 성깔이 더럽다고 남편은 말하지만 도대체 남자로서 해 준 것이 뭐란 말인가,

남들은 아침에 보낸 섹스사인부터 시작하여 그날 밤에 무드를 잡기까지 성의를 다하며 사는데, 남편은 오픈게임에 속하는 섹스사인과 분위기는커녕 본게임에서조차 엉망진창이다.  남편은 잠자다가 묵직한 다리를 슬쩍 돌이엄마의 종아리에 올리는데, 그것이 바로 남들이 말하는 섹스사인이다.  준비하고 분위기를 잡고 하는 절차가 완전히 생략된 것이다.  돌이엄마가 모른 척 눈감고 반응을 안보이면 남편은 엄지발가락으로 종아리를 콕 꼬집는데, 그 신호는 섹스사인이 아니라 바로 돌격신호인 것이다.  후다닥 돌이엄마를 끌어안고 옷을 벗겨 일을 시작하면......

딱 삼 분.


언젠가 돌이엄마는 치솟는 성깔에 남편에게 대들었다.

“당신 말이에요.  도대체 여자의 기분이나 아우?  꼭 똥 누다 만 기분이네.”

그러자 남편은 등 돌리고 누운 채로 대꾸했다.

“오래하면 뭐해?  피곤한 몸인데 후다닥 해 치우면 되지.”

돌이엄마의 눈에 쌍심지가 확 켜졌다.

“뭐예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성깔이 입으로 몰려들면서 말소리조차 더듬거렸다.  남편은 돌아보지도 않는 채 또 염장을 질렀다.

“간략하게 해도 아이들은 달 것을 다 달고 나왔으니, 되었지. 뭐~”

기가 막혔다.  재미도 못 보고 새끼들만 베고 낳아서 이런 고생을 한다는 생각이 꼭지를 흔들었다.  그날 밤에 아주 집안을 뒤집어 엎어버리려고 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참았다.  하긴 달고 나올 것은 다 달고 나온 아이들이라서 잘 생겼다.  잠자리가 짧다고 해서 아이들의 키가 작은 것도 아니고......


돌이엄마는 한참 들여다보던 가계부를 휙 집어 던졌다. 

몇 달 전에 카드회사에서 독촉전화를 받고 안 사실이지만 남편의 씀씀이가 별안간 헤퍼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중국에서 돈을 펑펑 쓰는 모양인데 쫓아가서 알아 볼 수도 없고 남편에게 따져봐야 사업상 손님대접이라는 한마디였다.  누구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현지처라는 것을 둔다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적당한 바람기도 있는 남편이 그냥 넘어 갈 리가 없을 것도 같고,  꼬치꼬치 알아보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골도 아프니, 그냥 돈이나 펑펑 벌어다 주면 만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카드를 막느냐 몇 달을 허겁지겁 대는 남편의 통장이니 살림살이에 돌이엄마의 알토란같은 비상금만 야금야금 빠져나갔다.  그래서 남편이 보고 느끼라는 의미로 구슬을 꿰는 부업을 일부러 하는데,  목걸이 하나를 완성시켜봐야 그 품삯은 30원이다.  열개를 만들면 300원,

언젠가 밥하기 싫어서 낮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는데, 그 값이 3000원이었다.  목걸이 백 개를 만들어야 겨우 짜장면 한 그릇 값이니 기가 찬 노릇이었다.  그런 기분도 모르고 남편은 여자도 집에서 하는 일이 있어야 잡념이 없어진다고 넙죽한 주둥이로 한마디 또 던졌으니, 그 화상은 주둥이만 뻑 벌리면 곧바로 염장을 지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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