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 '우아한 세계'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맘 한구석에서
눈에 밟히고 밟힌 건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회식이 많아서 술에 취해
들어오신 적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는 식구들 다 깨워놓고 장난을 치려고 하셨는데
어릴때는 그게 왜 그렇게 싫었는지 막 소리를 지르고 했었죠.
친척들이나 친구들과 술을 드시다가 욱하시는 바람에
싸운적도 있었고 엄마가 나가서 힘들게 모시고 온적도 있었고;
술취한 모습, 엄마와 싸우는 모습 그런 모습들 볼 때마다
아빠가 왜 저 정도밖에 못하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막 들어서
아빠에게 정말 정말 심한 말들도 많이 했었습니다.
아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적도 있었죠;
영화에서 딸이 아빠가 조폭이라서 맨날 싸우고 다녀서
아빠가 죽어버렸다고 좋겠다고 말했을 때 송강호의
괴로운 심정을 보면서 아빠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빠에게 잘못했는지 후회하게
되더군요. 이미 후회하고 또 후회했었지만 더 깊이 반성하게 되더라구요.
아빠도 세상살이가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리고 자식으로써 그렇게 심한말을 하는 게 아닌데;
나때문에 그렇게 부딛히며 살아가시는 분인데..
내가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일들을 막 얘기하면
자식 셋인 우리집 형편에 힘들텐데 한번 알아보자
라고 말씀하시곤 백방으로 알아보고 다니셨죠.
포기해야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능력없는 아빠를 속으로 원망하면서
괜히 퉁퉁 거려서 아빠를 한숨쉬게 한적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아빠라고 자식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들, 공부, 더 하게
해주고 싶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탓하시기엔
너무 많은 것을 해주셨는데 눈앞에 보이는 기회를 잡지 못하는
그런 마음에 괜히 아빠한테 툴툴거려 맘 아프게 해드린 것 같아
정말 후회막급입니다.
자기는 혼자 남아서 몸 버리고 맘 외롭게 살아도
자식과 가족을 위해 기러기 아빠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송강호의 모습을 보면서는 대학이다 직장이다 집 떠나
살고 있는 자식들 매번 그리워하는 우리 아빠 모습 같아
눈물이 나더군요.
바쁘게 하루 이틀 내 생활하다보면서
엄마,아빠한테 하는 전화도 조금씩 줄어들게 되고.
집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고;
이제 직장에 다니며 사회에 부딪혀보니
아버지께서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 회사생활을
하셨는지 얼만큼 외로우셨을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아버지도 직장상사에게 혼이 난적도 있고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껴서 괴롭기도 했고
고비들도 있었을텐데 뭔가 스스로를 위한 재충전, 투자도 필요했을 텐데
그냥 가족들을 위해서 쉼없이 달려오신 것 같습니다.
아빠 덕분에
우리는 등따시고 배부른 그런
'우아한 세계'를 살아온거죠.
자식들 좋게 좋게, 원하는대로
자신이 느끼는 괴로움, 불편 안느끼도록
편안하게 살도록 뒷받침해주시는데도
만족못하는 자식들.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런 아버지의 답답함, 묵묵함, 뚝심, 자존심, 오기.
그런 심정들을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한테도
이해받지 못하면 얼마나 더 외로울까요?
아버지를 이해해드리고 싶어요.
이제 50대에 들어선 아버지는
자식들과 대화할 때 세대차이 날까봐
걱정도 좀 하시는 것 같고
집안식구들이 막 화기애애하게 얘기하고 있을 땐
혼자 슬쩍 방에 들어가 TV도 보시고
그러실 때도 많아요.
직장에서도 회식자리 가면 젊은 사람들끼리
놀게 해야 한다고 1차까지만 놀다가
슬쩍 빠져주신다는 아버지. 정말 많이 늙으셨어요.
아빠 좋아하시는 일들
같이 주말에 등산가는 일. 드라이브 하는일
근처 절에 가는 일
아빠 직장에서 있었던 얘기 들어주는 것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 아빠 잔소리도 충고도 귀담아
들어주는 것. 아빠한테 가끔 전화 해서
아빠한테 웃음 한번씩 주는 것.
무엇보다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그런 일들 알면서도 자주 해드리지 못했던 일들
자주 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아빠에게 자식이 이제 커서
그동안에 아버지의 외로운 삶의 여정을
이해해줄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아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