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있던 일이고, 익숙했던 일인데,
올해는 좀 다릅니다. 마음이 몹시 어수선하네요.
몇 년 전부터인가, 한 5년 전부터인가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과 함께 새해를 맞는 게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 때만 해도 다들 여자 친구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지지리 궁상떨면서 새해를 맞는 것보다
우리끼리 모여서 건설적인 새해를 맞이하자는 게 취지였습니다.
어느 해는 맥주를 마시며 함께 카운트 다운을 했고,
어느 해는 해돋이를 보러 동해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새해를 맞기도 했습니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한 명씩 여자친구와 함께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저를 제외한 다섯 명 모두 커플로 참석을 합니다.
올해도 열 한명이서 카운트다운을 하며
한강에서 폭죽도 터뜨리고,
새해 이루고 싶은 소망들도 나누고,
배 모양의 카페에서 새해 첫 커피도 마셨습니다.
카페 안에는 온통 커플들뿐이더군요.
그 중엔 강아지까지 데리고 온 커플도 있었습니다.
여럿이 온 사람들도 우리처럼 홀수로 있는 사람은 없더군요.
"올해엔 여자 친구 꼭 생길 거에요"
덕담이라고 해 주는 이 말이 제겐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습니다.
평균치보다 작은 키, 어눌한 말주변, 센스없는 패션 감각....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친구가 꼭 생기길 바란다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순간, 올해부턴 달라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진취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일도 사랑도 모두...
지금은 결혼정보회사에 상담을 받으러 와 있습니다.
문 앞에서 들어올까 말까하고 망설이고 있는 여자 둘이 보이네요.
저 두 여자 분도 저와 같은 새해 결심을 한 것이겠죠.
제가 다가가서 현관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둘 중 한 여자 분이 제 인연일지도 모르잖아요.
올해 마지막 날엔, 저도 애인과 당당하게 모임에 나갈 겁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라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사랑도 쟁취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