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인터넷에서 주로 씹는 대상은 바로 기독교인것 같다. (문희준 씨는 드디어 구원받았구나!) 넷심이 꼭 민심인 것은 아니지만, 민심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고로 최근 한국에 반기독교 정서가 스물스물 퍼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될 것이다.
사실 이유는 꽤나 명백하다. 기독교(개신교)인인 나도 짐작할 수 있을만한 이유들이다. 이하 언급되는 '기독교'는 편의상 모두 개신교를 뜻한다.
일단 표면적인 문제부터 살펴보자. 현재 한국 기독교의 전도 방식은 별로 세련되지 못하다. 이것은 가장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는 일인데 제발 지하철에서 예수믿으셈이라고 외치는 일 좀 그만 했으면 싶다. 가는 사람 붙들고 귀찮게 한다든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걸로 소위 길 잃은 양이 한마리라도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도 다행한 일이긴 한데, 나는 양 한마리 되찾으려다 양 백마리쯤이 목자를 싫어하게 될까봐 두렵다. 이건 결코 과한 걱정이 아니다. 기독교인인 나조차도 조용한 지하철에서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을 보면 짜증나는걸.
그래도 저런 식으로 전도하는 사람들 중에 다수는 기독교계 사이비나 이단종파 줄신일 것 - 이건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 근거는 없다 - 이라고 생각하고 넘겨도, 길에서 나눠주는 교회 이름 박힌 휴지.... 아....
이건 아니잖아?
길에서 상대의 행동을 변화시킬 목적으로 금품을 주는 행위는 보통 판촉행위가 아닌가 그 말이다. 교회는 장사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굳이 그런 식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교회가 장사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는가? 휴지는 물론 고맙게 잘 쓰겠지만 차라리 그 휴지 마련할 돈으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이나 내는 게 더 기독교의 인상을 좋게 만들어 줄 것 같다. 사실 내가 제일 권하고 싶은 전도방식은 맨투맨이다. 교인이 스스로 기독교인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정갈하게 살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면 그 사람들은 자연히 기독교에 관심을 갖고 좋은 인상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기독교를 믿으라고 직접 권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미 인상이 좋으니까. 아니, 어쩌면 스스로 기독교를 믿고 싶어하게 될지도 모르지.
두번째로, (이것은 다루기가 좀 조심스럽지만 아무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니까 말해야겠다) 기독교의 교리는 좀 폐쇄적인 면이 있다. 여기서 폐쇄적이란 것은 진입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교리의 속성상 딱 한가지의 '바른 길'을 제시한다는 뜻이다. 즉 기독교의 교리는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의 품에 안겨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안도 없다. 즉 착하게 산다든지, 남을 돕는다든지 하는 일조차 부차적이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예수를 구세주로 믿지 않는다면 구원이라는 건 없다.
카톨릭은 이 일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개신교는 개신교가 신앙의 신비이며 핵심이라 믿는 예수가 유일한 구원이라는 교리를 전혀 양보하지 않는다. 나는 로마가 초기 기독교를 박해한 이유에 공감하고, 현대에도 그런 이유로 반기독교 정서가 퍼저나간다고 믿는다. 기독교의 논리에 따르자면 인간들이 믿는 다양한 신앙, 신념, 그리고 소박한 믿음들은 다 그릇된 길이 된다. 길은 애초부터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비기독교인의 비위를 거스리지 않겠는가? 소지는 충분하며, 오히려 이런 신념을 가진 이웃을 아무런 편견이나 부담감 없이 받아들이는 게 더 힘든 일일 것이다.
물론 한국의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따라서 기독교인이 저런 신앙을 가지는 것은 전혀 위법하지 않다. 또한 저런 이유로 기독교인을 차별하거나 박해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법을 어긴 사람들이 된다. 하지만 법과 사회의 평판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세번째. 기독교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세력 중 하나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더 팽창해가고 있다. 최근 신도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카톨릭 신자의 수가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예수님'을 믿는 신도들의 수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밤하늘은 온통 빨갛거나 때로는 하얀 십자가 투성이이며, 일요일이 되면 교회 근처의 주택들에선 언제든지 찬송을 부르는 교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회 유명 인사들조차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자신이 '교인'임을 밝힌다. (개신교인들은 사회적인 성공과 부를 신의 축복으로 간주하므로 '교인'들의 성공은 신앙의 좋은 본보기이자 신이 주신 약속의 성립이다.) 현재 기독교가 한국 사회, 정치문화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미 한국의 비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세력에 대해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유명 강사이자 논객인 모 씨는 한국 기독교는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꼭 유명인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터넷에서는 이미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진 세력이 확실히 존재한다.
이명박 씨. 서울 시장일 때는 서울을 신에게 봉헌했고, 기독교 신앙이 내 성공의 비결이라는 내용의 서적을 출판한 대표적인 친기독교 인사이다.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뉘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당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만일 대통령이 될 시엔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독교 세력은 더 세력이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기독교계가 '자기 주제'를 알고 종교의 영역에서 자숙하는 수밖에 없다. 종교가 정치에 손대는 순간 사회는 요상해진다. 중세 유럽을 생각해보라. 중세 유럽에서 기독교(여기서는 카톨릭)가 가진 폐단은 대부분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변질된 종교의 폐단이었다. 일부 목사님들이 줄기차게 주창하시는 '한국을 하나님의 나라로' 주장은 사실 꽤나 위험하다. 기독교가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기본 철학이 되기를 바란다니, 한국을 중세 유럽처럼 만들 생각인가? 기독교의 순수한 정신이 사람들의 정서와 행동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것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기독교가 그렇게 한국을 지배하고 나서도 과연 순수한 종교적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지금도 비대한 기독교 내부에서 어떤 썩어빠진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결론. 종교는 그냥 종교면 된다. 그럼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