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보드에 감춰진 비밀과 사건들
뱅크슛이 언제, 어떤 경기에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백보드를 이용하는 슛은 백보드가 생겨난 그 순간부터 고민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백보드가 언제, 왜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백보드의 등장
1891년에 농구가 생긴 뒤 한동안은 백보드가 없었다. 막대에 바구니를 달아놓고 시합을 했던 초창기 농구 경기는 조금 발전해서 바구니 밑에 구멍을 뚫기에 이른다. 경기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농구가 하나의 ‘경기’로 인정 받아 승부를 가리는 대회로 발전하면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가 막대를 흔들어 슛이 성공되지 못하게 방해한 것이다.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백보드였다. 막대에 판을 달고, 거기에 림을 설치한 것이다. 대한농구협회가 1988년 발간한 에 따르면 FIBA의 정식 농구경기에 철제판 백보드를 처음 설치한 건 1896년이었고, 이것이 목재로 바뀐 게 1910년경이었다.
그랬던 백보드가 투명한 유리가 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흥행’을 위해서 였다. 높은 곳에 앉은 사람들이 백보드 때문에 경기를 잘 보지 못하겠다고 불평을 하기 시작하면서 백보드를 투명한 재질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덩크가 경기 중에 자주 속출하면서 안전을 위해 유리의 질이 강화되었고, 더 나아가 탄력 있는 선수들을 위해 백보드 아래 쪽을 더 튼튼하게 하여 혹시나 긁히거나 찍히는 일이 없도록 두꺼운 판을 백보드 밑에 설치했다.
즉, 지역방어나 스크린 등 전술적인 부분처럼, 농구 장비 역시 선수의 필요와 경기력의 진화(?)에 의해 발전을 거듭해온 셈이라 할 수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백보드에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 바로 종료 버저와 함께 백보드 가장자리에 빨간 불이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NBA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일명 ‘어부 샷’이라 불렸던 2004년 데릭 피셔(LA 레이커스)의 버저비터 위닝샷 이후 이를 보다 정확히 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빨간 불이 들어온다. 그러나 2006-07시즌 울산 모비스와 대구 오리온스의 4라운드 경기에서는 알고도 막지 못해 논란이 되었다.
백보드 부숴지면 누가 물어내나
오늘날 프로농구는 백보드 ‘시설’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1.백보드는 가로 180cm, 세로 105cm의 직사각형에 정면이 평평하고 투명한 재질이어야 한다. 백보드는 엔드라인으로부터 1.2m 안쪽에, 코트 바닥으로부터는 2.9m 높이에 위치한다.
2.백보드 뒷면에는 림의 중심을 센터로 하여 바깥쪽이 가로 59cm, 세로 45cm인 직사각형이 5cm 넓이의 하얀 선으로 그려진다.
3.백보드에 장착되는 바스켓은 내부 지름이 45cm인 철재로 된 압력방출식 안전 링과, 설치했을 때 림에서의 길이가 40~45cm인 하얀색 줄로 된 네트로 구성된다. 네트는 볼이 바스켓을 통과할 때 그 볼을 잠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4.백보드 뒤에는 매 쿼터 종료를 알리는 2초간 부저가 울림과 동시에 불이 들어오는 전구를 설치할 수 있다. 전구는 심판의 눈에 잘 띄도록 빨간색이어야 한다.
이러한 시설들은 주로 홈 팀이 관리한다. NBA에서는 과거 몇몇 홈 팀들이 림을 의도적으로 느슨하게, 혹은 꽉 조이는 등의 편법이 있었다. 자신의 팀에 더 유리한 슈팅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확함과 엄격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경기와 관련된 룰로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살펴볼 수 있다.
1.백보드의 전면, 양쪽 옆면, 아래면, 윗면은 볼이 닿을 경우 인플레이로 간주된다. 볼이 백보드를 넘어가는 것은 아웃 오브 바운스이다. (2004-05시즌부터)
2.경기 중 림, 네트, 백보드, 또는 지지대에 의도적으로 매달리는 공격팀 선수에게는 테크니컬 파울과 20만원의 반칙금(NBA는 500달러)이 부과된다. 수비 선수가 득점 가능성이 있는 루즈볼을 건드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기 팀의 림, 네트, 백보드에 매달리는 경우 비신사적인 행위의 테크니컬 파울과 20만원의 반칙금이 부과된다. 볼을 건드렸을 경우 야투가 성공된 것으로 간주하며, 볼을 건드렸건 안 건드렸건 테크니컬 파울은 주어진다. 단, 공격이나 수비 선수가 자신이나 다른 선수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행위는 넘어간다.
그러나 경기 룰 두 번째와 관련해서는 심판들의 좀 더 형평성 있는 잣대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도 밑에 선수들이 있어서 덩크 후 먼저 착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종종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억울함을 호소해온 바 있다.
그렇다면 림이나 백보드를 훼손시켰을 때는 어떻게 될까? KBL은 2005-06시즌에 140kg가 넘는 거구, 나이젤 딕슨이 부산 KTF에 합류하자 혹시나 시설에 훼손이 갈까 걱정한 바 있다. 딕슨은 웨스턴 켄터키 대학 시절에도 백보드를 부순 바 있기 때문이다. NBA에서도 대럴 도킨스나 샤킬 오닐이 백보드를 산산조각 낸 바 있다. 국내에서는 문경은과 현주엽이 90년대에 백보드를 와장창 박살낸 적이 있다. 문경은은 국가대표 친선경기 당시 워밍업 때 덩크를 하다 림을 고장내 경기 시작이 지연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기가 막혀 하던 허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프로무대에서 림이나 백보드를 훼손했을 때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1.시합 전 / 하프타임 때 림이나 백보드를 훼손 했을 경우 – 페널티 없음
2.경기 중 훼손했을 경우 – 의도적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 테크니컬 파울이 주어지나 퇴장을 시킬 권리는 없다. NBA는 이후 총재와 경기위원회의 리뷰(review) 이후 벌금이나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에 두고 있다. .
한편, 선수들은 고의가 아닌 이상 시설물을 파손해도 보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 백보드 파편은 위험하지 않다. 특수 아크릴판 재질에, 고강도 특수 스프링 림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NBA도 유리혼합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뱅크슛의 탄생
뱅크슛은 백보드가 탄생했을 무렵부터 존재했다. 선수들은 골밑 슛을 배울 때, 백보드에 맞춰서 성공시키는 방법부터 배운다. 또 레이업을 할 때도 백보드에 맞추어 넣도록 배운다. 뱅크슛도 같은 원리다. 장신자 중에는 팔을 크게 휘둘러 백보드에 맞춰 성공시키는, 이른바 훅슛의 달인들도 많았다. 초창기 조지 마이칸부터 카림 압둘-자바 등 장신 센터들이 대표적인 예다.
가장 이상적인 각도는 45도다. 정면에서 일부로 림을 맞춰 넣는 선수는 거의 없다. 정면에서는 조금만 각이 삐뚤어져도 크게 튀겨 나오기 때문이다. 또 45도 각도가 백보드가 가장 잘 보인다. 그 뱅크슛을 가장 잘 이용하는 선수가 국내에선 이보선, 김현준이었다. 최인선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보선씨의 경우, 삐딱하게 던져서 백보드를 맞춰 성공시키는 뱅크슛이 기억 난다. 그러나 뱅크슛하면 딱 생각나는 선수는 아니었다. 김현준은 포물선이 낮아 뱅크슛을 자주 사용했다”라고 회고한다.
뱅크슛은 가드들의 특기 중 하나였다. 드리블을 치면서 휘젓고 들어가서 스텝을 밟은 뒤 백보드를 맞춰 넣는 식으로, 요즘 KBL에서는 임재현(서울 SK)이 자주 사용한다. 포워드 중에서는 추승균과 양경민, 김동우가 애용한다. 추승균은 외곽보다는 포스트-업에 이은 페이더웨이를 뱅크슛으로 잘 연결시키고, 양경민과 김동우는 백보드를 맞춰 넣는 3점슛이 필살이다. 김동우는 “부상 때문에 다리를 쓰지 않고 슛을 던지다 보니 슛 거리가 길어졌다. 그 때문에 3점 뱅크슛에 강점을 지니게 되었다. 상대 수비가 방심할 때 던지곤 한다”라고 그 비결을 설명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문경은은 자유투를 뱅크슛으로 해결해 눈길을 끈다. 87.7%로 올 시즌 자유투 성공률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뱅크슛으로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평소 슛이 긴 편인 그가 이처럼 자유투를 뱅크슛으로 해결하자 최근에는 대학생 선수들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외국 선수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지 몰라도 국내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유행이 되가는 모습이다. 특히 슛이 긴 선수들이 애용한다.
NBA 선수 중에서는 팀 던컨의 뱅크슛이 ‘알고도 못 막는’ 무기로 통한다. 좌, 우를 가리지 않고 45도 부근에서 던지는 던컨의 슛은 상대로 하여금 잠시도 그에게서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던컨 이전에도 뱅크슛에 능한 선수들은 많았다. 특히 보스턴 셀틱스의 샘 존스는 아예 뱅크슛을 자신의 ‘시그내쳐 무브(signature move)’로 만들었을 정도.고교시절부터 뱅크슛을 갈고 닦았다는 그는 “당시만 해도 뱅크슛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던지는 뱅크슛이 효과를 봤다”고 회고했다.
백보드를 활용하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덩크슛이다. 백보드를 맞추고 나오는 공을 잡아 그대로 꽂아 넣는 원맨 앨리웁은 이제 덩크슛 컨테스트의 단골 손님이 됐다. 그러나 트레이시 맥그레디와 빈스 카터는 이를 경기 중에 시전해 팬들을 놀래켰다. 특히 맥그레디의 묘기는 ‘T-MAC to T-MAC’이란 별칭까지 붙여졌을 정도다. 2007년 올스타전에서는 드와이트 하워드가 백보드에 자기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고 덩크하는 재치 넘치는 플레이로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백보드 때문에 부상을?
그런가 하면 백보드 때문에 생긴 사건, 사고도 많다. 버저가 울리는 상황에서 불이 켜지자 NBA 심판들은 더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까지 도입되면서 한순간에 승부가 뒤집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2006-2007시즌 워싱턴 위저즈와 새크라멘토 킹스간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당시 존 샐먼스는 경기 종료와 동시에 하프라인에서 슛을 던져 성공시켰지만, 판독 결과 그는 버저가 울린 후에 손에서 공을 뗐기 때문에 득점이 무효처리 됐다. 짜릿함을 원했던 킹스 선수들에게 돌아온 건 아쉬움뿐이었다.
워싱턴 위저즈의 캐런 버틀러는 밀워키 벅스와의 경기 도중 루번 패터슨의 슛을 블록하려다 백보드에 손을 부딪쳐 부상을 입었다.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골절. 결국 시즌 아웃 됐다. 새크라멘토의 프란시스코 가르시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원정 경기 도중, 림과 백보드 사이에 볼이 끼자, 이를 쳐내려고 점프하고 내려오다가 발목을 다쳤다. 그는 2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KBL에서는 6라운드 KCC-삼성전에서 신동한(KCC)이 백보드와 림을 잇는 이음쇠 위에 공을 올리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동한이 던진 볼이 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맴돌다가 그 자리에 얌전히 멈춰 버린 것. 웃을 수도, 안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또 농구계 격언 중에는 ‘백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제압한다’는 말도 있다. 이는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그만큼 리바운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격구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