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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페트 [2권] - promise - 1-4

홍한석 |2007.04.17 23:24
조회 29 |추천 0

금단의 페트(The forbidden pet) -

[애니, 소설 보러 오세요^ - ^]

 

이 름 배진국

제 목 금단의페트 - promise -
 
 
 
 
 
 그나저나 추워죽겠는데 다크엘프녀석은 뭐 하는 건가. 뭐,
 이런 숲 속에서 음식이 될만한 것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테지만. - 혹시 빈손으로 오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내 속마음이라도 읽은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한지도 얼마 지
 나지 않아서 녀석은 그렇게 무엇을 가득 품에 들고 나타났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내 바로 밑에 품안에 들고있
 었던, '먹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엇'을 던지는 다크엘프녀석.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니 굉장히 큰 어떤 생물의 알과 버섯처
 럼 보이는 것, 그리고 감자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비롯해서,
 생전에 먹어 보지도 못하고 들어 보지도 못한 그런 것들이었
 다.
 "내 능력으로 어둠의 장막을 쳐야겠군. 일단 장작부터 모아
 야지."
 나와 다크엘프녀석은 근처를 맴돌며 장작으로 쓸만한 것들
 을 모으기 시작했다. 약 그렇게 몇 십분 동안 장작더미를 모
 으자, 녀석이 그 어둠의 장막이란 것을 야영할 범위를 감싸도
 록 사용했다.
 정확히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 다크엘프들만의 특
 수한 마법일지도 모르고, '빛'주문의 역마법인 '어둠'주문의
 발전형일지도 모른다. - 나도 마법을 배우는 입장에서 처음
 보는 그러한 마법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이 사실이었다.
 여하튼 어둠의 장막이란 주문 안에 들어가서 불을 피우자,
 조금이지만 따스한 온기가 주위를 감싸고돌았다.
 "이건 무슨 알이죠?"
 "와이번의 알이다. 잠들어 있는 녀석의 목을 따고 얻은 것
 이지."
 씨익-하고 조금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다크엘프
 녀석. 그리고 모닥불 안에 그 와이번의 알이라고 하는 것을
 집어넣었다. - 와이번답게 그 알도 일반 달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편이었다.
 버섯과 와이번의 알, 그리고 감자 비슷한 맛이 나는 무엇을
 먹은 후, 그렇게 나는 피곤에 지쳐 모닥불 근처에서 잠이 들
 었다.
 
 너무 피곤했지만 추위 덕에 마음대로 자지도 못했다. 눈을
 떠보니 모닥불의 장작들은 재가 되어 다 타버린 지 오래였다.
 귀가 따갑도록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떨며 그렇게 난 자리에
 서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았다.
 어둠의 장막은 없어지고 우중충한 숲의 기운만이 주위를 감
 싸고 있었다. 시아녀석과 다크엘프녀석은 예상외로 사이좋게
 어깨를 맞대고 무엇인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살짝 발걸음을 움직이자 뒤를 돌아보며 살짝 미소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네는 다크엘프녀석.
 "잘 잤냐, 공주님."
 "누가 공주님이라는 겁니까."
 "흐응, 그렇게 늦장 부려서 사내녀석이라 할 수 있겠어."
 아침부터 기분 나빠지는 것은 사양이므로, 내가 한 발 양보
 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충 다크엘프녀석의 말을 무시하고는,
 이 지긋지긋한 숲을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천천히 하기 시작
 했다.
 세수도 하지 못한 까닭에 기분은 더러울 수밖에 없었다. -
 마실 것도 아까운 마당에 무엇을 닦기 위해, 소중한 물을 낭
 비한다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봐도 넌센스였기 때문이다. 게다
 가 용변도 일행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진 않은 곳에서 처리를
 해야했다. 이 정도면 기분이 찜찜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것
 일 것이다.
 이런 여행을 할 때마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던 평
 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따스하고 맛있는 음식,
 조금은 딱딱한 침대, 온 몸을 가득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푸
 는 목욕 같은 것 들.
 나보다 어리고 약한 시아녀석도 저렇게 참고 있는데, 이렇
 게 약한 마음가져서는 안 되는 거겠지.
 시아녀석은 그 다크엘프녀석과 무엇이라 중얼거리며 즐거운
 듯 미소짓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모습에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참 알게 모르게 사귐성도 좋은 녀석이군.'
 예전에 그 사람을 두려워하던 소심한 구석은 어디로 간 것
 인지. 특히 댄스파티 이후로는,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경계
 도 많이 없어졌다.
 그럴수록 녀석에 대한 나의 존재감도 옅어지겠지. 뭐 그 편
 이 좋은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 같이 한심한 녀석보다는 조금
 더 신뢰감 있고, 다정한 남자를 찾아서 의지하는 것이 좋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조금은 무거운 것도 사
 실이었다.
 
 "아아, 젠장."
 "거의 다 온 것 같으니 힘내라고."
 살짝 눈웃음치며 날 바라보는 다크엘프. 그녀의 말대로 시
 간이 흐를수록 숲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처음에 비하면 천국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따스했다.
 마실 것도, 먹을 것도 모두다 부족했지만 이를 악물고 근성으
 로 이겨내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아녀석과의 관계는 아직까지도 무엇인가 서먹서먹해 진
 것도 같았다. 말실수 한 것은 사실이니 내가 먼저 사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겠지만.
 자꾸 '돌아가서 사과하자.'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참 바보같이 무책임한 나다운 면모라고 생각하
 며 쓴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멍하니 길을 걷고 있는 것도 정말
 미치도록 지겹다. 먹물을 잔뜩 뿌려 놓은 거 같은 어두운 숲
 에는 들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빼면 정말 정적, 그 자체다. 빛
 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인지 나무도 풀도 뭔가 정상적인 모습
 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다.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지끈지끈거렸지만 일행의 유일한
 남자인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이동속도를 떨어트릴 수는 없었
 던 것이다. 사실 예전의 나였으면 며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흐느적거리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잘 버티는 걸 보면 체력을
 키운 보람이 있었다. -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도
 리가 없었다.
 "잠시…."
 다크엘프녀석은 갑작스레 무엇인가 발견한 듯, 안색을 굳히
 고 무엇인가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보
 이는 허리까지 오는 긴 은발은, 여태까지 겪은 수고 덕에 조
 금은 헝클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움과 단정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 갑작스레 경직된 상황에서 새삼스레 이런 사
 소한 사실을 깨닫는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겠지. 여하튼
 나도 멍하니 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을 중지하고 주변을
 살폈다.
 "… …."
 얼마전과 달리 무엇인가 지나치게 조용했다. 쉽게 말로 표
 현할 수는 없겠지만 무엇인가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
 도 사실이었다.
 위화감 가득한 숲에서 나와 모두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동안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용히 다크엘프녀석은 허리에
 차고 있던 조금은 짤막한 검을 뽑아 들으며 작은 목소리로 입
 을 열었다.
 "와이번녀석이 우리를 점심거리로 생각하고 있나보군. 젠
 장, 고대의 아티펙트라고 해서 비싸게 주고 산 것인데."
 "아티펙트?"
 이런 상황에서도 내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크엘프는
 조용히 오른손을 내밀며, 내 눈앞에 마법적인 기운을 뿜고있
 는 붉은 보석이 달린 반지를 보여주었다.
 "팔칵스의 눈물, 돈주고도 못 보는 구경이니 지금 실컷 하
 라고, 아가씨."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숲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저 반지의 영향이었던 모양이다.
 "드래곤 피어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꽤 영향력이 강한
 것인데…. 확실히 보통 와이번은 아닌 모양이군."
 재미있다는 듯 미소지으며 중얼거리는 다크엘프녀석,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한가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어찌 보
 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조용한데?"
 "생각보다 똑똑한 녀석이군. 우리가 진이 빠지길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야."
 작은 목소리로 다크엘프는 주문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여
 전히 미소지은 얼굴로 나와 시아녀석에게 '투명화'주문을 걸
 어 주고는,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는 다크엘프.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흘러 정말 와이번이 있기는 한 것인
 가, 라고 자문을 할 때 즈음.
 "온다."
 입가에 미소가 더 짙어지더니 몸을 움직여 순식간에 시야에
 서 사라지는 다크엘프녀석. - 그리고 땅이 흔들릴 정도의 외
 침이 고막을 때렸다.
 "크오오오오!!!"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며, 두 손으로 귀를 감싸안았다. -
 조금 시간이 흘러 빼꼼 고개를 들어올렸을 때, 그 검고 거대
 한 '무엇'에 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제 정
 신을 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와이번의 길고 긴 머리는 나와 시아녀석이 있는 자리를 뚫
 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의 영향으로 시야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녀석의 후각은 놀랍도록 뛰어난 것이다.
 막 와이번이 거대한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갑작스레 다크
 엘프가 나타나 와이번의 머리에 일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눈
 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일방
 적인 공격의 연속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방을 적시는 녀석의 피, 하지만 그렇
 다고 그녀의 손속이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워?'
 살아있는 생명을 해하려 하는 움직임이 아름답다는 것은 어
 떻게 생각하면 조금은 넌센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 손짓하나 마저도 '아름답다'라는 말밖에는 표현하기
 힘들었다.
 고속의 움직임, 불필요한 동작을 최대한 감소하려는 듯한
 숙련된 행동들, 그리고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빠르게 춤추고
 있는 검의 잔상.
 입을 벌리고 바보처럼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
 거대한 와이번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죄스러운 큰 몸뚱이
 를 가누지 못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휴, 간단하군. 간단해. 이렇게 몸으로만 밀어붙이는 타입
 이 상대하기 편하다니까."
 기르디녀석을 놀라게 할 수 있는 것도 저런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겠지.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했지
 만, 저건 정도를 뛰어넘는 실력이다.
 '젠장, 왜 저런 괴물 같은 녀석들만 나타나는 거냐!'
 내 무능력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왕자녀석도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보처럼 난 축축한 바닥에 앉아, 그렇게 멍하니 거대한 와
 이번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이렇게 큰 와이번의 이빨은, 잘만 이용하면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는 법이지."
 미소지으며 중얼거리더니 금새 와이번의 두 어금니를 뽑아
 버리는 다크엘프녀석. - 저런 것도 능숙하지 않으면 엄청 힘
 든 것일텐데 별로 그리 힘들이지 않고 해내다니, 정말 가지가
 지 대단한 엘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뭐 뒤적뒤적 거리며 와이번의 시체를 좀 더 뜯어내
 더니, 수습한 것을 배낭에 집어넣으며 입을 여는 그녀였다.
 "뭐, 그래도 손해본 것만은 아니군."
 무엇인가 가득 들어있는 배낭에는, 분명 상상한 것 이상으
 로 값어치 나가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난 생각했다.
 "내일이면 축복 받은 숲에 도착할 수 있겠지. 그럼 몬스터
 들도, 춥고 배고팠던 고생들도 안녕 이다."
 "다행이군요. 이제는 정말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는
 데."
 조용히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는 다크엘프녀석. 말했듯이
 저항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아, 맥빠진 얼굴을 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인간 꼬마치고는 잘한 편이라고 칭찬해주지. 징징
 거리고 늦장 부렸으면 도중에 그냥 내 손으로 처치해버리려고
 했어."
 "진담인가요?"
 "하하, 농담이야."
 글쎄, 여태 같이 지내온 걸로 봐서는 농담인 것 같지도 않
 은데 말이야. 검술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와이번의 먹이가 되
 었을 지도 모르지. 저 다크엘프녀석이 친절하게 업어서 목적
 지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드니까 말
 이다.
 "여기는 와이번의 시체가 있으니까. 일단 빨리 벗어나는 것
 이 좋겠어. 냄새를 맡고 다른 몬스터들이 몰려오면 골치 아프
 니까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축축
 한 숲길을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 드문드문 햇살이 어두
 운 나무숲을 뚫고 축축한 길을 비추고 있어, 왠지 모르게 조
 금은 피곤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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