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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 느리게 더 느리게(1)

신기숙 |2007.04.20 15:40
조회 33 |추천 0
 1. 일본여행의 시작

 

두 손을 그러모아

조심스럽게 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기도 전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만다.

 

손으로 전해지는

다소 뜨겁기까지 한

차의 온기에

얼어붙은 마음까지

스르르 녹아버리고 만 것이다.

 

불과 한 두 시간 전만 해도

이렇게 아담하고 깔끔한 방에서

두툼한 방석에 단정하니

무릎까지 꿇고 앉아

차 한잔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 아늑함을 만끽하고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깜깜한 저녁에

낯선 거리에 서서

끊어지는 영화필름처럼

비가 죽죽 내리는 저 밖으로

감히 한발 내딛지 못하고

크게 한숨부터 몰아쉬었던 것이

마치 꿈만 같다.

 

한손에 캐리어를 끌고

한손에 우산을 들고

너덜너덜해진 지도를 꽉 움켜진 채

터덜터덜 걸어 도착한

료칸(旅館).

 

어둠속에 빛나던

작은 불빛에

마치 내 집을 찾아온 냥,

그저 마음 놓이고 편하고 반갑기 그지없었다.

 

일본만의 고유한 숙소, 료칸은

장소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짚으로 짜여 있는 다다미(量) 바닥과

단순한 장식품 하나 걸려있는 벽,

방안에 덩그러니 작고 낮은 탁자 하나만이 놓여 있어

단정하고 절제된 느낌이 든다.

 

깊은 사찰의 수도승이

머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안으로 내디디는

발조차 조심스럽다.

 

늦은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이미 후통(布團, 일본이불)이 깔려 있는데,

네모반듯하게 펼쳐져 있고

다소 도톰한 모양새가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듯하여

보는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행 전부터 기대했던 온천욕도 잊어버리고,

비에 젖어버린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저 하얗고 따뜻한 후통 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다, 는

유혹을

쉽사리 떨쳐내기 어렵다.

 

나는 안다.

방안의 따뜻한 온기와

아늑한 분위기가

내게 편안한 하룻밤을 제공하듯이,

이번 여행이 무한한 편안함과 휴식을 안겨 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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