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장소 '라이브러리 컨셉트' 바람
품격과 정신적 편안함을 주는 공간인 서재가
공공장소의 인테리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롯데호텔 소공점, 신라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등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은
'라이브러리 컨셉트'를 채용해
로비 라운지나 티 하우스, VIP 휴식 공간을 꾸몄다.
호텔을 주로 찾는 중산층 이상 화이트 컬러 고객들이
대개 강한 지적 욕구를 가진 만큼
책을 통한 휴식과 재충전의 느낌을 주자는 전략이다.
새로 꾸며진 서재들은 인테리어와 공간 배치에서
편안하고 중후한 분위기를 줄 뿐 아니라
장서 가치가 높은 책들을 선별해 호텔의 고급화에 기여하고 있다.
유럽 귀족과 부르주아 가정의 거실을 장식했던
가죽 장정의 묵직한 책과 두툼한 안락 의자가
현대적 사교공간인 호텔에 등장한 것이다.
롯데호텔 소공점은 호텔 디자인 전문회사인 바베이 몰튼과 손잡고
올 초부터 리노베이션 공사를 벌였는데
이 중 서재 분위기로 꾸며진 신관 로비를 핵심으로 꼽는다.
롯데는 해외 관광객 위주로 운영되는 본관에 비해
고급 비즈니스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신관 로비를
1층에서 14층으로 옮겨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또 대형 서재와 유럽풍 티 전문 라운지 '살롱 드 떼'를 설치해
서재 분위기를 완성했다.
개인 서재 같은 안락함을 주기 위해
나무 마감재와 부드러운 느낌의 수직 카페트를 사용한 게 특징.
로비와 '살롱 드 떼' 사이에 마련된 서가에는
건축.인테리어 및 사진 관련 서적 1000여 권,
예술 및 요리.여행 관련 서적 1000여 권 등
11개 영역에 걸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추천한
유명 서적 2600여 권을 진열해
고객들이 체크 인과 체크 아웃을 기다리는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로비 라운지인 '살롱 드 떼'는
차를 즐기면서 독서나 담소,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는
서재 고유의 기능을 살렸다.
이 곳에서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황실에서 즐겼던
로네펠트 브랜드의 티와 허브 차 30여 종을
독일 명품 그릇인 로젠탈 티웨어에 담아
홈 메이드 스타일의 패스트리, 쿠키와 함께 서빙한다.
뉴욕 포시즌호텔 등을 설계했던 디자이너 피터 리미디우스에게 맡겨
'라이프 스타일 호텔'이란 개념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신라호텔에도
'더 라이브러리'란 이름의 라운지 바가 생겼다.
로비와 연결된 이 곳은
원형으로 둘러싼 목재 기둥 안쪽으로 몇 개의 서가를 배치해
역시 문화.예술.건축 등에 걸쳐 소장가치가 높은 책을 진열했다.
또 바 중앙에 벽난로를 배치하고 피카소의 판화 9점을 벽에 걸었다.
바 안쪽에는 5개의 크고 작은 별실을 마련해
편안하면서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더 라이브러리'의 조명은
전통적인 호롱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것으로 눈길을 끈다.
가구의 패브릭 역시 한국의 잿빛 마 옷감을 연상시키는 컬러를 사용하고
커튼도 조각보에 쓰이는 옷감을 사용해 한국적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더 라이브러리'의 주요 메뉴는
영국 정통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250여 종의 엄선된 최고급 와인이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은 26층의 클럽 라운지를 서재 분위기로 꾸몄다.
이 곳은 26~33층에 투숙하는 VIP 고객들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무선 인터넷과 노트북 컴퓨터와 함께
백과사전.전문서적.소설.여행서.잡지 등의 책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객들은 이 곳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이나 칵테일, 스낵을 즐기면서
책을 보든지 아니면 객실로 빌려갈 수 있다.
한편 레스토랑도 '책'을 끌어들였다.
최근 강남에 문을 연 '부엌과 서재 사이'는
여성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부엌의 아기자기함과
서재라는 공간이 주는 지적이면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결합시켰다.
책장은 캐주얼한 느낌의 응접실, 다이닝 룸, 리빙 룸으로
공간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과 함께 그릇, 와인, 주방기구들을 전시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채택한 서재 인테리어의 특징은
책꽂이와 장정이 깔끔한 책들 이외에 군더더기 장식이 없다는 점이다.
사무실이나 여타 공간에서 화려한 장식을 많이 접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순수한 무공해의 산소 같은 공간'을 오히려 꿈꾸는 것이다.
경박단소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선사하는 것도 서재 인테리어의 장점으로 꼽힌다.
2006. 8. 30 경향신문 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