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과 소련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의 수많은 전투 중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알려진 이 전투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요한 당사자들의 결자해지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939년 중반 서유럽과 소련은 독일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외교적으로 교섭 중이었다. 그러나 영국은 소련과의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독일에 대해서는 일종의 전쟁 억제 효과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교섭에 미온적이었다. 이런 모습은 소련으로 하여금 독일의 총구가 동유럽으로 향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련을 침공하게 하려는 서유럽의 음모가 아닐까 의심하였다.
결국 소련은 서유럽이 아니라 독일과의 동맹체결을 시도하게 된다. V.M. Molotov가 소련 외상에 취임하고 나서 빠르게 진행된 이 사건은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발단이 되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극우 군국주의 나치즘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정치명분으로 삼는 극좌의 소련은 1939년 8월 23일에 독-소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리고 이 조약의 체결은 히틀러로 하여금 전쟁을 촉발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Winston Churchill은 소련의 외교행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1939.10.1)
"I cannot forecast to you action of Russia. It is a riddle wrapped in a mystery inside of an enigma ; but perhaps there is a key. That key is Russian national interest"
하지만 독일과 소련의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독일은 전격적에 돌입하면서 1940년 3국 동맹을 결성 전세를 확장하였다. 히틀러는 1942년에 이르면 나폴레옹 제국에 필적할만한 거대한 독일을 이루어내었고, 그는 유럽을 새로운 질서로 개편하였다. 새로운 질서에 소련은 유럽국가가 아니었다. 이런 식의 질서에 소련은 합의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소련은 3국 동맹에 가입하지 않게 된다.
이후 히틀러는 소련을 잡아야 영국이 가지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Barbarossa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소련침공은 단기전으로 끝나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변하였고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패배는 전쟁의 국면을 전환시켰다.
1942년 8월 21과 1943년 2월 2일 까지의 Battle of Stalingrad는 다양한 예술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 중에 소련의 시각으로 다뤄진 작품은 드물다고 한다. 그 와중에 'Enemy at the Gates'라는 수작이 발표 된 것이다.
바실리 자이체브(Vassili Zaytsev)라는 실제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실제 주인공보다 100배는 잘 생긴 Jude Law가 자이체브 역할을 맡았다. 남자가 봐도 잘 생긴 그의 매력은 엉덩이가 무척 인상적이었던 Rachel Weisz와 짝을 잘 이뤘다. 과연 실제로 저런 사랑이 전쟁 중에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 채 말이다.
고등학교 때 시험 마치고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때는 정말 스펙타클과 긴장감이라는 두개의 코드만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면 이제는 역사적 맥락 또한 알고 보았다. 왜 소련과 독일이 전쟁에 나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정유공장이 있는 스탈린그라드, 스탈린의 이름이 걸린 도시 스탈린그라드를 수호하는 것이 소련에게 중요한 일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못하는 독일군의 급박함이 느껴졌다.
결국 스탈린그라드 전쟁은 소련과 독일의 각축전이었지만 그 자체로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싸우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이끌려가는 자이체브, 그저 달려가는 것이 작전이고, 그 작전을 거스르고 뒤돌아서면 자신의 친구에게 총을 맞는 처절한 전투. 총은 2명에 한 정씩 지급되어 동료가 죽어야 자신의 총이 지급되는 현실. 결국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잊어버리고 시끄러운 소리에 나의 행동을 맞기게 된다.
'장미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Jean-Jacques Annaud 감독의 작품이다. 초반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히로인을 맡았던 'Zooey Deschanel'가 등장하는데 등장하자마자 죽는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야한다. 혼자 까불면 안된다. 근데 영화정보 사이트들을 확인해보니 그녀가 잠깐 나왔다는 정보가 없다. 어라? 내가 잘못본걸까?
끝내 자이체브의 승리와 연인의 극적 상봉으로 마치는 이 영화의 결말은 아쉽지만, 중간 중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나이퍼 대결은 정말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