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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왕자, 난장이 혹은 사냥꾼 그리고 백설공주

정해진 |2007.05.05 22:15
조회 61 |추천 0

백설공주의 원작을 음미하고 있자면 '동화'라는 생각보단 성인을 위한 상상의 집합체 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사랑 혹은 권선징악의 소소하고 참 당연스러운 얘기를 생각했지만 그들과 그녀들의 관계는 생각보다 아름답지도 소소하고 당연한 얘기꺼리도 아니었다. - 아니 어쩌면 소소한 얘기꺼리 중 한 가지일지는 모르겠다.- 왕의 총애를 잃은 왕비와 다른 여자와 지속적 관계를 가지는 왕의 얘기로 시작되는 백설공주는 요즘 세상에서 조차(?) 흔히 볼 수 있는 불륜 얘기 정도로 생각될 정도로 평범(?)한 선상에서 얘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곧 백설공주라는 헤로인이 나타나며 얘기는 급격히 급류를 타게 된다. 아이가 없었던 왕비는 아이를 가진다면 왕의 총애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총애를 얻기 위한 도구였던 백설공주에게 왕이 눈길은 물론 발걸음까지 옮길줄이야!

 

 

 

우연을 가장하여 의도적으로 열쇠구멍으로 왕과 공주의 불륜을 지켜본 왕비의 눈엔 복수심이 가득했으리라. 짐작하지 않아도 뇌리를 스친다. 어쩌면 진짜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왕비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어야 할 - 하지만 연적이 되버릴 - 백설공주와의 악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왜? 왕은 하필 자신의 여식을 향해 욕망을 던졌을까?

 

 

 

왕이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고독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보기가 힘들다. 보기에도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한 왕궁에서 거기에 항상 욕구불만에 쌓인 왕비 앞에서 다른 여자를 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이리라. - 질투에 불붙은 왕비가 왕의 여자를 암살하지 못하라는 법 없다. 자식도 죽이려고 했는데 - 그런데 보기 싫어도 봐야하는 자신의 딸이 그렇게 아름답게 태어날줄이야.

 

 

 

그렇다면?

 

 

 

왕은 그다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 아니 너무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 매일 같이 공주를 탐하는 백설공주 그리고 이미 네메시스가 되버린 왕비. 이미 그녀에게 백설공주는 혈육이 아닌 가증스런 연적에 불가했다. 그런 기색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딸 vs 어머니' 라는 대결구에서 '여자 vs 여자' 라는 방식으로 게임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였을까 백설공주는 자신을 질타하는 왕비에게 반항과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 해요. 남자에게 사랑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뭘 알겠어요?" 라는 말들을 쏟아내며 왕비를 몰아붙힌다. 왕비. 잠시 GG 선언. 왕비의 무언의 백기를 받아든 백설공주에게 거칠 것이 없었다. - 아니, 왕에게 더 이상 부끄러움은 없었다. - 왕은 어느 자리에서나 백설공주와 함께 했고 밤이되면 그녀를 탐했다. 하지만 왕은 몰랐던 것일까?

 

 

 

인간이 가진 익숙함이라는 것에 대한 실증이라는 감정을

 

 

 

백설공주에게 있어서 왕은 더 이상 왕이 아니었다. 자신을 이용해 어떻게든 욕구를 풀어버려는 탐욕스러운 늙은이에 지나지 않았다. 백설공주. 이제 그녀에겐 좀 더 재밌는 놀이감이 필요하다. 백설공주는 놀이감으로 왕의 신하를 선택한다. 놀라울 만큼의 잔인성으로 신하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백설공주는 신하들의 고통을 만끽하며 웃으며 과자를 먹는 행위를 거침없이 실행에 옮겼다. 늘어가는 피해자 더 잔인하고 더 오만하게변해가는 가해자. 늘어가는 뒷 얘기. 폐쇄적인 만큼 소문이 빠른 왕궁. 모든 것을 다짐한 왕비.

 

 

 

'이게 다 백설공주 때문이다.'

 

 

 

왕비 다시 한 번 레이스를 시작한다. 백설공주만 없다면 왕의 총애를 얻고 나라의 위기(?)도 구할 수 있으리라 - 아아! 구국의 혼이 되려 마음 먹은걸까? - 이 방법 저 방법 다 생각해본 왕비는 결국 사냥꾼을 시켜 백설공주를 죽이고 간과 폐를 꺼내오게 시킨다. 백설공주의 잔인성과 비례한 결과물을 얻고 싶었을 것이다. 백설공주를 강제로 숲으로 끌고가는 사냥꾼. 죽이지 말라고 간절하게 부탁하는 백설공주. - 아! 정말 가증스럽다. - 흔들리는 사냥꾼. 결국 백설공주를 놓아준 사냥꾼. 도망가는 백설공주. 사냥꾼 산돼지를 죽여 간과 폐를 가지고 왕비에게 간다. 왕비 입 막음을 위해 사냥꾼을 죽인다. 사냥꾼이 살려준 덕에 백설공주는 숲으로 도망가게 되고 자신의 과오를 조금은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난장이들을 만나게 된다. 백설공주는 난장이들에게 자신이 왜 숲으로 도망쳐왔는지 자초지정을 설명한다.

 

 

 

 '마음이 고약한 어머니가 자기를 죽이려 했지만, 그 명령을 맡은 사냥꾼이 자기를 불쌍하게 여겨 목숨을 구해주었다.'

 

 

 

자신의 과오를 반성했던 잠깐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백설공주가 왕궁에 있을 당시 주도적인 위치에서 왕비의 치욕스러운 기분을 느끼지 못했기에 왕비에 대한 증오가 그다지 깊지 않았다면 이젠 상황이 변했다. 백설공주. 이제 그녀 역시 증오의 씨앗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백설공주의 증오보다 가까이 다가와있는 난장이들의 욕망이 있었다. 산속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여성의 존재를 느껴본적 없는 난장이들에게 백설공주는 - 만약 백설공주가 지독한 추녀였다 하더라도 - 천국이 보낸 천사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왕비의 새로운 왕궁 생활도 시작됐다. 왕비는 거짓으로 백설공주의 죽음을 - 숲속에서 짐승에게 잡혀 먹혔다고 -  알리고 왕과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매일 밤 왕에게 몸을 맡기는 왕비. 얼핏 다시 행복을 찾은 것 처럼 보이는 왕궁. 하지만 이미 딸에게도 불경(?)을 저지른 왕이 다른 여자라고 건들지 않을까? 왕궁은 다시 왕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으로 가득차게 된다. 허탈감.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아니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아름답지?

 

 

 

하지만 거울은 매몰차게 배신한다. "왕비님, 이곳에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예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일곱개의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예요." 오! 이런 큰 일이다. 백설공주를 죽여야 한다. 백설공주가 다시 왕 앞에 나타난다면? 딸을 죽이려 했던 매정한 어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위기의식이 왕비를 사로잡는다. 사실 일곱개의 산 너머에서 살고 있는 초라한 공주가 갑자기 왕궁에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왕비의 우려는 비뚤어진 욕망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세월 앞에서 1월의 태양처럼 무기력해 지는 자신의 아름다움 그리고 초라한 행색 안에서 5월의 햇살 처럼 더욱 빛나는 백설공주의 아름다움. 인정 할 수 없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탄핵.

 

 

 

왕비는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 두 번의 시도를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독이든 사과를 선택한다. 사과는 백설공주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었다. 사과를 먹고 쓰러지는 백설공주. 난장이는 쓰러진 백설공주를 발견하고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유리관에 백설공주를 묻고 슬픔에 잠긴 난장이들에게 이웃나라 왕자가 우연치 않게 찾아오고 왕자는 백설공주와 유리관을 난장이들에게 부탁해 자신이 수거해간다. 왕자. 드디어 나타났다.

 

 

 

항상 마지막에 나타나 승리자가 되는 왕자.

 

 

 

하지만 이 왕자는 살아있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시체애호가였다. 성적불능자였던 왕자는 한 여성과의 경험에서 여성에게 치욕을 당한 후 여자시체만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그런 왕자에게 백설공주는 최고의 선물이나 다름없었다. 매일 같이 백설공주(?)를 탐하는 왕자 하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깨어나게 되는 백설공주 왕자는 깨어난 공주에 대해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컷지만 - 왕자에겐 살아있는 미녀보다 시체가 된 그저그런 여자가 더 사랑스러울 것이다. - 백설공주가 함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왕자와 백설공주의 결혼식. 그리고 왕비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백설공주.

 

 

 

거울과 대화하는 마녀를 사냥하자.

 

 

 

백설공주는 왕비를 꾀어내고자 왕자를 설득하고 왕자는 왕비에게 파티초대장을 보낸다. 초대에 응하는 왕비. 아뿔사! 왕자 옆에 저 아이는 백설공주! 즉시 체포되는 왕비. 왕비는 사냥꾼에게 백설공주가 그러했듯이 목숨을 구걸했지만 백설공주는 차갑게 그녀를 응시한다. 그래. 이미 오래전부터 그 둘 사이에는 모녀간의 정이라는 것은 없었다. 한쪽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이고 한쪽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갔던 사람이다. 백설공주는 왕비에게 뜨겁게 달궈진 쇠구두를 신게 하고 죽을 때 까지 춤을 추다 죽게한다. 아름다움에 미친마녀는 춤을 추며 그렇게 죽어갔다.

 

 

 

왕과 왕자, 난장이 혹은 사냥꾼 그리고 백설공주

 

 

 

백설공주의 남자들은 모두 저 마다의 사정이있다. 폐쇄된 왕궁에서 가장 쉽게 접근 할 수 있었던 백설공주를 선택한 왕. 평생 단 한 번도 여성을 경험하지 못했던 난장이들 그리고 시체애호가 왕자까지.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에 편승해 그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단 한 사람 사냥꾼을 제외한다면. 정말 특이한 인물이다. 사냥꾼. 백설공주 전반부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섹스' 를 생각해본다면 사냥꾼은 백설공주를 숲으로 끌고간 후 그녀를 범했어야 이야기가 성립된다. 하지만 사냥꾼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 그녀를 곱게 보내준다. 단지 그녀가 어리고 애처롭게 부탁해서였을까? - 결과적으로 사냥꾼은 죽었지만 - 만약 사냥꾼이 백설공주를 죽이지 않은 것이 들통난다면 그의 목숨 역시 위태로웠을텐데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고고한 이상을 사랑한 사냥꾼.

 

 

 

백설공주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연적과 증오, 복수 그리고 마녀사냥까지 시작부터 불륜으로 찌들어 있고 점점 미쳐가는 왕비와 어머니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백설공주까지 시종일관 범죄와 함께 하는 이야기가 백설공주 이야기다. - 살인미수, 살인, 근친상간, 기타 등등 현대의 법으로 죄목을 따지자면 몇 십가지 될 것같다. - 이러한 분위기에서 사냥꾼은 홀로 고고하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다.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전면에 혹은 후면에 들어내고 있는 것을 깔아뭉게 듯이 사냥꾼은 왕비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킨다. 백설공주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동화속에는 전혀 나타나있지 않지만 상상을 보태 비약해보면 그렇지 않을까?

 

 

 

사랑하는 백설공주를 죽일 수 없다. 모든 이들이 그녀의 몸을 탐하지만 난 진정 그녀를 사랑한다.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진정 백설공주를 사랑한 사람은 왕도 난장이도 왕자도 아니다. 그녀 자신도 아니다. 이름없이 죽어간 사냥꾼. 그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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