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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공포소설..은 아니고 낙서

박현우 |2007.05.08 14:36
조회 43 |추천 0

언젠가 끄적거렸던글 ㅋㅋ

그나마 끝까지 써보고도 햇빛을 비춰주지 않은걸 이제 이게 마지막인듯 ㅋ

 

 

좀 무서운게 컨셉이니까 읽어보세요 ㄷㄷ

 

 

 

 

신의 날 : 일곱 번째 술잔-


 태초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 창세기 1장 1절 -
  
하느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니라.
     - 창세기 1장 27절 -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 구약성경, 십계 중에서 -
  
신을 시험하려 들지 말라.
     - 신·구약 성경, 곳곳에서 -
  
신은 죽었다.
     - 니체 -

  
                            -0-
  
  "그렇다면, 만약에 당신이  신이라면 여기서 기적을  보여주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당신의 빈 술잔이 꽉  찬다던가 하는 것
말입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신을 시험하려 들지 마시오."
  
                            -1-
                         바로 오늘
  
  "나는 신이오."
  그가 말했다.
  "예?"
  나는 취한 눈을 치켜 뜨고 물었다.
  "나는 신이오."
  그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하하, 그래요?"
  나는 느닷없는 그의 장난에 어색해져서 다시 술잔을 들어올렸
다. 벽시계는 열 두 번째 종을 울리고 있었다.
  
  우리는 어둠침침한, 지하에  있는 '지벤'이라는 전형적인  독일
풍 호프집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나와 절친한 사이였
는데, 우리는 가끔씩 만나면 이곳에 와서  술을 마시곤 했다. 하
지만 그는 3천 시시이상, 즉 호프 잔으로 여섯 잔 이상은  절대
마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술이 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언제나 보면 그는 술집을 나와서 헤어질 때까지 멀쩡했다.  약
간의 취기가 올랐을 뿐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몸이 안 좋은 날은 겨우 그 정도 술에도 거
나하게 취할지언정 그는 절대로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
다. 또한 그는 그 정도 술에 이성을 잃고 흥분을 하거나 허튼 소
리를 하는 일도 없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2-
                       신의 날 7주 전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불과 7주전이었다.
  오늘로서 정확하게 7주가 되어 있었다.
  신경 정신과를 개업하고 있는 나에게 그가  찾아온 것은 늦가
을 날씨를 보이는 어느 을씨년스러운 겨울날이었다. 그는 자신의
문제를 내게 털어놓았다.
  "뭔가 이상합니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그 이상한 생각이 뭐죠?"
  내가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상해요."
  "그냥 이상하다……. 좀 애매하군요."
  나는 환자와의 대화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기 위해 옆에 있
는 녹음기에 빈 테이프를 넣고 녹음 스위치를 눌렀다.
  "어떻게 이상하신 지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다시 물었다.
  "음, 그러니까,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니면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음, 그렇군요."
  나는 그 말에서 환자의 증세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이중인격, 그리고 자아분열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
실한 것은 좀 더 많은 얘기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가끔씩 마음속에서 누군가 내게  말하는 것 같습니
다. 일곱 번째 날이 다가온다, 일곱 번째 날이 다가온다고."
  "일곱 번째 날이요?"
  "네, 그렇습니다."
  "일곱 번째 날이라면 일요일을 말하는  것 아닌가요? 혹시 일
요일에 대한 어떤 강박관념은 없습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은 없는데요."
  "잘 생각해보십시오. 예를 들어 일요일에는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데 놀러 가자는 가족들 때문에 시달린다던가……."
  "저에겐 가족이 없습니다. 혼자 지내고 있죠."
  그가 내 말을 끊었다.
  "아, 그래요? 그러면 매주  일요일까지는 끝마쳐야 하는  일이
있다던가 하는 건요?"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 교회에 다니시나요?"
  "아닙니다. 저는 무교입니다."
  "그렇다면 일곱이라는 숫자, 혹은 매주마다 같은  요일에 번갈
아 일어나는 일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도 없나요?"
  그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전혀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함께 그 일곱 번째 날이란 것에  대해 이야기
를 나눠보도록 하죠. 분명히 뭔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일곱
번째 생일에……."
  나는 그와 한 시간 이상을 일곱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이야기
를 나눴다. 그리고 결론은 내가  아무 것도 알아낸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3-
                      지난 몇 주 동안
  
  그 후 그와 나는 쉽게 친해져갔다.
  그의 성격은 매우 활달하면서도 감성적이었다. 또한 그는 대인
관계에서의 포용력이 컸고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남들
을 즐겁게 했다.
  그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10대의 감성에 30대의 지성, 그리고 50대의 관용을 가지
고 있습니다."
  그 표현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그의 감성은 항상 풋풋하고 순수했다.
  그의 지성은 매우 논리적인 표현력과 폭  넓은 지식을 기반으
로 하고 있었다.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의 직업은 컴퓨
터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였지만 나름대로 물리학 공부를 계속하
고 있었다.
  그의 관용은 마치 인생의 연륜을 어느 정도 쌓고 머잖아 손자
를 맞이하게 될 다정한 할아버지 후보생  같은 부드러움을 풍기
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대화의 주체였다. 항상 10대처럼 새로운 아이디어
들을 만들어냈고, 30대다운 폭 넓은  지식을 구사했으며, 50대와
같은 포근함으로 모든 사람들의 말들을 일일이 들어주고 있었다.
그러기에 누구나 단 한 두 번의 만남에서  그와 친해질 수 있었
다. 아니 차라리 그를 따르게 되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정신적 질환이 있다. 그것은 그다지 믿어지지  않
는 일이었다.
  일곱 번째 날이 다가온다.
  매주 주말에 만날 때마다 이 말을 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에
겐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그는 지극히 정상, 아니 모든 면
에서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일곱 번째 날이 다가온다.
  내게는 그런 그가 항상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정확하게는 6일 전 나는 그에게 대뇌 단층 촬
영을 받게 했다. 뇌 의학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나와 아주  절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날은 주말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혹은
새로운 환경, 단층 촬영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그는 그  일곱
번째 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4-
                     신의 날 세 시간 전
  
  오늘도 나는 그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으레 한가로운 토요일 저녁을  그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먼저 途?저녁식사를 한 후 잠시 거리를 거닐며 시간을
때우다가 소화가 될 무렵, 주말이면 언제나 그랬듯이 이  술집을
찾아온 것이었다.
  김요한 신부는 아직 오지 않고 있었다.
  나와 오랜 친구 사이인 그는 이번에  중동 지방에서 발견되었
다는, 고고학자들이 성경의 원전이라고 주장하는 고서를  확인하
기 위해 예루살렘에 가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가 돌아오기로 한 날이었다.
  요한 신부는 돌아오는 즉시 나와 만나기로  했지만 예정 시간
보다 몇 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나는 두 시간 전에  요
한 신부의 호출기에  서울에 도착하면 이  술집으로 찾아오라고
녹음을 남겨놓았다.
  
                            -5-
                       신의 날 5분 전
  
  어느새 여섯 번째 술잔이 비어 있었다.
  "이거, 어떡하죠? 그만 나갈까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어쩌면 지금쯤 요한 신부가 이곳으로 오고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냥 맨송맨송하게 기다리기가 뭐했던 것이었다. 또한 나의 맞은
편에 앉아있는 사람이 언제나 일곱 번째  술잔을 거부했기 때문
에.
  "누굴 기다린다면서요?"
  그가 물었다.
  "하지만 술도 안 마시면서 더 앉아있기도 뭣하니까요.  차라리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길까 해서……."
  "더 시키면 되죠."
  그가 말했다.
  "예?"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
치 지구의 자전 시간이 25시간으로 바뀌었다거나, 태양계의 행성
이 열 개라는 말처럼 생소하게 들려왔다.
  "이제 겨우 일곱 잔 째인데요, 뭐."
  그가 말했다.
  "원래 여섯 잔 이상은 절대 안 마셨잖아요?"
  나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그가 답했다.
  "내일이 내 생일이거든요. 아니, 곧 되는군요."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 바늘은 밤 11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야! 그래요? 왜 진작 말씀을 안 하시고…….  그럴 줄 알았
으면 좀 더 좋은 곳으로 모실 걸."
  내가 느끼기에도 나는 나답지 않게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그
만큼 그가 일곱 번째 술잔을 시킨다는 것은 신기한 일로 느껴졌
던 것이다. 아니면 그의 의식 표층을 지배하고 있던  일곱이라는
숫자에 대한 강박관념이  드디어 사라진 것이  확실하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에 대한 축하이기도 했고 또한 나  자신이
그를 치료했다는 성취감이기도 했다. 7주만에, 꼬박 7주만에…….
  "아니, 됐어요. 난 여기가 제일 맘에 듭니다. 우선 여기 상호부
터 그렇잖아요?"
  여기 상호.
  지벤.
  그것은 독일어로 일곱을 뜻했다.
  그 동안 나는 왜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
다. 혹은 무의식 속에서는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의 카리스마적인
매력에 이끌려 다니느라 의식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여기요……,"
  나는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두 잔 더 주세요."
  종업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곧 영업이 끝날 시간인데요."
  "괜찮아요. 여기 사장님이 다 알아서……."
  "야, 갖다 드려."
  다른 목소리에 돌아보니 이곳의 고참 종업원이 이쪽을 쳐다보
고 있었다.
  "네, 알았어요."
  종업원은 곧 대답하고 빈 술잔을 가져갔다.
  
                            -6-
                          신의 날
  
  그리고 지금 내 손에는 반쯤 빈 일곱 번째 술잔이 들려있었다.
  "농담이 아니오."
  그 친구가 말했다.
  정말 어딘가 좀 이상했다. 그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말투도 이상했다. 나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일곱 번
째 술잔은 이미 비어있었다.
  그가 뒤를 이었다.
  "나는 신이오. 이 우주를 내가 창조했소."
  그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0시 정각에 술에 취한  채로
생일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우스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종종 엉뚱한 말로 사람들을 많이 웃겼
으니까.
  나는 웃음으로 응수했다.
  "이번 생일이 만으로 서른 다섯  아닙니까? 그런데 우주를 창
조했다뇨?"
  "하긴……,"
  그가 말했다.
  "내가 창조했다는 것은 좀  틀린 표현이지. 실은 내가  우주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주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것이오.  그렇지
만 삼라만상을 만든 것은 나였으니 내가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
소."
  "그럼 우주가 탄생한 것이 불과 35년 전이었단 말인가요?"
  나는 오목조목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의
엉뚱한 말에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었
다. 더욱이 오늘은 그의 생일, 그의 날이었으므로.
  "그렇소. 이제 우주는 만 서른 다섯 살에 접어든 거요. 연호로
말하면 밀신 36년이지."
  "밀신 36년? 그건 또 뭐죠?"
  "밀신, 그것은 은밀한 신을 말하는  거요. 자신을 숨기고 있는
신, 나 자신조차도 모르게 감춰져 있던 신. 지금까지 나는 나 자
신이 신이라는 것을 감추고 지냈소. 아니, 그래, 나 자신도  모르
고 지낸 것이었지. 일정 기간이 될 때까지는 인간과 같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내가 창조한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껴보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 35년 간의  최면을 걸어두었던 것
이오. 그리고 이제 막 나는 그 최면에서 깨어났소."
  "그렇다면 이 우주의 역사는 어떻게  된 거죠? 인간의 역사는
또 어떻게 된 것이고."
  "그건 내가 다 만들어낸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쓸쓸하고
허무하지 않겠소?"
  "그럼, 지금 서른 여섯이 넘은 분들은요? 이미 60, 70, 아니 90
살이 넘은 기억을 가진 할아버지도 계시잖아요?"
  "그 기억도 다 내가 만들어낸  것이오. 즉, 인공기억이지. 라는 영화도 못 봤소? 거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도
20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론 일 년  밖에 안 된 복제인
간이었소."
  이제 그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그
렇게 믿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증상이 어떤 것인지. 그는 과대망상  적인 자아분열성 환자였다.
그의 속에 숨어있던 또 다른 그, 그 인격체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 환자였다. 그것은 이미 보편적인  증상이었
다. 그는 과거에 자신의 과대망상증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  의해
많은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이 과대망상  적인
그를 무의식의 장막 뒤로 감추고 항상  온화한 그만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이중인격이 아닌 다중인격자였다. 적어도
4가지가 그의 다중인격의 실체일 것이다. 어쩌면 피라미드  구조
로 된 형태인지도 모른다. 3중 인격적 성격 위에 자신을  신이라
고 착각하는 또 다른 그가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또는 그
냥 3중인격일 수도 있었다. 그 세 가지 인격이 조화가 되어 신이
라는 또 다른, 집합명사 격인 인격을 형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적어도 세 개의 인격이 있었다. 하나는 감성적인 10대,
또 하나는 지성적인 30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덕망 있는 50대
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정신분열의 원인이 무엇일까? 또 7이라는 숫자
는 무엇을 암시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SF 영
화에 미쳐있던 사람일는지도 모른다. 영화   운
운하는 것을 봐서는 그게 확실한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매우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이런  특이한 증상,
이런 특이한 구조의 자아분열을 보이는 환자는 드물었으니까.
  "음, 그렇다면 고대의 유적들도 그렇게 설명이 되는 것이군요?
그것도 당신이 다 만든 것인가요?"
  이제 나는 농담이 아니라 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렇소. 그 뿐만이 아니지. 화석도 마찬가지요.  삼엽충, 공룡,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 모든 것도  내가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
오. 그래야 인류가 허무함을 느끼지 않으니까. 자신의 뿌리가 있
어야만 정신적 기반이 생길 테니까. 결론적으로 난 당신과  같은
인간들 때문에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 했소. 피라미드,
만리장성, 에펠 탑, 그리고 이 나라에 있는 남대문 같은 것 말이
오. 그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생존하지도 않았던 공룡이나  삼엽
충, 매머드 화석까지도. 동물들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 없었는데
도 말이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음……."
  나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 그는 정신질환자치고는 매우 논리적
이었다. 하긴, 그는 물리학을 공부했으니까. 정신질환자는 조심스
럽게 대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 무시될 때는 언제고 포
악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조심스
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증상에  강
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에 당신이  신이라면 여기서 기적을  보여주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당신의 빈 술잔이 꽉  찬다던가 하는 것
말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신을 시험하려 들지 마시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그럼 신께서는 지금 전  세계의 수
십억 인구가 믿고 있는 다른 종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
십니까?"
  "그것도 내가 만든 것이오.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
지. 그 첫 번째 이유는 나 자신이 인간의 생활을 하는 35년 동안
그들에게 정신적 구원을 가져다 줄 대상이 필요해서였소. 두  번
째 이유는 그들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랬
던 것이고. 이제 내가 신으로 돌아온 지금 그것들을 다 통합시킬
것이오."
  "그렇다면 구태여 거추장스런 종교를 미리  만들 필요가 없었
잖습니까? 그냥 신께서  돌아오셨을 때, 전지전능하신  능력으로
자신을 믿게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설사 기적으로 신임을 입증
하시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들의 머릿속에 신을 주입시키는 것은
매우 쉬운 일 아닙니까?"
  "나는 인간들을 사랑하지. 지배는 하되 군림하지는 않는단  말
이오. 그런 강압적인 방식은 인간들 세계에서나 있는 일인  것이
오."
  도무지 대화를 내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갈 수가 없었다.  그는
정신질환자 치고는 너무 논리적이고 너무 차분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쪽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왜 그 기간을 꼭 35년으로 정했던 것입니까?"
  "7년은 너무 짧기 때문이지. 내가 인간들 틈에서 7년  간을 지
낸다면 나는 인간 기준으로 겨우 소아에 불과하오. 그래서 그 다
섯 배인 35년을 선택한 것이오."
  일곱, 또 일곱이었다.
  일곱 번째 잔. 일곱 번째 날.
  '일곱 번째 날이 다가온다.'
  "7이라,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군요. 7
이란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종교를 믿소?"
  그가 되물었다.
  "저는 안 믿습니다만."
  "구약의 창세기 1장을 읽어보시오.  첫째 날은 빛을  갈라놓았
고……."
  "둘째 날은 뭍을 만들었죠."
  내가 맞장구쳤다.
  우리는 그렇게 여섯째 날까지를 얘기했다.
  "그리고 일곱째 날은……."
  "쉬었죠."
  그의 말에 내가 뒤를 이었다.
  "아니오, 일곱째 날은 쉬는  날이 아니오. 그  날은 바로 신의
날이오. 신 자신을 재정립한 날이오."
  "그럼 7은 그 의미입니까?"
  "그렇소. 나는 인간들이 그 사실을 주지하도록 그 흔적을 천체
에도 남겨놨지. 바로 일월 오행성."
  "해와 달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이제 나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그 환자의 최
면에 말려 들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지. 인간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일곱 개의  움직이는 천
체."
  나는 다음 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를 일깨웠다. 그의  최
면에 말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물었다.
  "그런데 일곱 번째 날에  신을 재정립 하셨다는  말씀의 뜻은
뭡니까?"
  "그건 내가 창조한 동물들의 몸 구조에 나를 맞췄다는 것이오.
애초에 나에게는 형체가 없었소. 생각해  보시오. 전지전능한 신
이 왜 육신이 필요하겠소? 신에게 눈이 왜  필요하고 팔이나 다
리, 그리고 손가락은 왜 필요하겠소. 원래 신은 육신이 없었기에
그것을 새로 만들었소. 왜냐하면  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과
함께 하고 싶으니까. 그래서 우선은 나의 모습을 인간과 같게 만
들었소. 모든 몸 구조를. 단 하나의 차이만 제외하고."
  "그 차이란 무엇입니까?"
  "그 차이란, 뇌에 있소."
  "뇌요? 머리 속에 든 뇌 말입니까?"
  "그렇소, 뇌."
  "사람의 것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인간에게는 없는 새로운 영역을 넣었지."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죄송합니다. 잠시……."
  그는 어서 전화를 받으라는 듯이 눈짓을 했다.
  "여보세요, 정화남입니다."
  "아, 정 박사? 나 김 박산데."
  "어, 김 박사? 그래, 이 시간에 웬 일이야?"
  "지난번에 그 단층촬영 한  환자 때문에. 박무정 씨라고  했던
가?"
  김 박사의 목소리는 몹시 흥분되어 있었다. 나는 맞은 편에 앉
아있는 박무정 씨를 슬쩍 쳐다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근데 왜?"
  "그 사람 뇌가 좀 이상한 것 같더군?"
  "뇌가 이상하다고? 그거야 원래 내가……."
  "아, 그런 뜻이 아냐. 내 말은 뇌의 생물학적 구조가 이상하다
는 거야."
  김 박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보통 뇌는 하등 영역인 변연계 위에  대뇌피질이 있는 거 알
지? 고피질, 구피질, 신피질 같은 거 말야."
  "어, 그런데?"
  "그런데 이 사람의 뇌에는 뭔가 알 수 없는 영역이 있어. 그것
때문에 며칠 밤을 꼬박 샜지. 촬영이 잘 못 된 게 아닌가 하고."
  알 수 없는 영역!
  나는 등골에 흐르는 전율을 느끼면서 박무정 씨를 돌아보았다.
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쩌면  그
가 김 박사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에게
는 그런 능력이 진짜로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영역이야. 그래서 인터넷을 통
해서 일본과 미국의 권위자들에게도 그 자료를 보냈지."
  "그랬더니?"
  "그들로서도 전혀 모르는 부분이래. 지금까지 그런 샘플이  나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일단  그것을
제7의 영역이라고 부르기로 했지."
  무거운 분위기가 나를 짓눌러왔다.
  갑자기 호흡 곤란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 맥박이, 내 심장이 뛰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럼 그게……."
  나는 말을 하다 말고 출입구를 돌아보았다.
  그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종업원이  누군가
와 승강이를 벌이는 소리였다.
  "여보세요? 정 박사."
  "응, 으응."
  "일단 좀 더 지켜보고 연락해  줄께. 오늘도 밤을 새야 할  것
같아."
  김 박사가 말했다.
  
  출입구 쪽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김요한 신부였다.
  "아, 알았어. 그럼 나중에……."
  나는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랜만입니다."
  요한 신부가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예, 오랜만이군요. 이쪽으로……."
  신부는 내 옆에 앉자마자 맞은 편에  앉아있는 사람은 안중에
도 없다는 듯 대뜸 말을 꺼냈다. 매우 나지막한 목소리로.
  "성경의 내용이 엄청나요."
  "예? 무슨 말입니까?"
  "이번에 새로 발견된 미르시나 경전 말입니다. 그 내용이 너무
달라요."
  "어떤 내용인데요?"
  "일단 창세기 1장부터가 다릅니다. 일곱 번째 날이  쉬는 날이
아니었어요. 물론 기도한다는  의미에서는 맞지만,  원래 의미는
하느님이 그 자신을 만든 날이랍니다."
  쿵!
  강한 충격이 나의 뇌를 엄습해왔다. 제7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
는 이 인간의 뇌를.
  일곱 번째 날. 그것은 신이 만들어진 날이었다.
  신부는 계속했다.
  "그리고 하느님의 형상에 따라 인간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든 다음날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습에 친숙하게 하느님
자신의 모습을 만든 날이랍니다."
  나는 박무정 씨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주의 역사는 길어봤자 35년 이내입니다. 하느님께서
는 창조 작업을 끝내신 후, 스스로 창조하신 인간의 삶을 경험하
기 위해서 35년 간 인간 생활을 하신다고 적혀있거든요. 그 인간
생활을 마치는 날이 밀신 36년 1월 1일이라더군요. 그  밀신이란
연호가 서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밀신 35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
지만."
  맙소사!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 앞에 앉아 있는 자는…….
  정녕…….
  "그런데 신의 부활에는 한 가지 의식이 따른답니다. 그 성스러
운 의식을 훔쳐본 사람은 저주를 받아서 영원한 고통 속에 살게
된다는군요."
  "의식이요? 그게 어떤 거죠?"
  나는 불안감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물었다.
  신부는 말했다.
  "그 의식에 대해서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대꾸도 못하고 단지 표정으로만 묻고 있었다.
  "'일곱 번째 술잔'을 비우신 후."
  요한 신부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
  
  눈에 보이는 공포 따위는 마음에 그려지는  공포에 비하면 아
무 것도 아니다.
     -셰익스피어, 제1막 3장-
  
  
 덧붙임 : 비록 짧은 글이지만, 이러한 줄거리가 만들어진 이면에는 기나긴 세월이 함께 하고 있다.

             푸르른 하늘이 화창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 무더운 여름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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