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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소(시공주니어문고)

샬롯의 거미줄 |2007.05.09 15:05
조회 30 |추천 0


동물을 잘 아는 작가 이상권이 들려주는 성장 동화 작가 이상권은 생태 동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달, 족제비, 들쥐, 닭, 산토끼, 여우, 멧돼지 등 동물의 눈으로, 동물의 이야기를 많이 써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소’이지만 생태보다는 소 한 마리가 성장하는 과정에 더욱 초점이 놓여 있다. 말썽쟁이 달소가 어른 소가 되는 과정을 꼼꼼히 그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하여 풀어낸 이 책은, 작가 이상권이기에 가능한 작품이다. 《겁쟁이》나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와 같은 전작들에서 보여 준 우정과 성장의 의미가 더욱 따뜻하게, 깊이 있게 묘사되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철없던 달소가 생각이 깊어지고 소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기까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끝없이 일어난다. 신기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았던 송아지 달소는 아이들과 똑같이 닮았다. 하지만 달소를 둘러싼 많은 사건들은 달소를 마냥 어린애로 두지 않는다. 엄마 깊은우물이 팔려 가고, 왕눈이를 만나 좋아하게 되고, 코뚜레를 하고, 쟁기질을 배우고, 상이군인 할머니가 죽고, 소싸움 대회에 나가는 등 달소는 만남과 이별, 기쁨과 아픔을 겪으며 점점 자란다. 어느덧 주변 동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른 동물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어른 소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달소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어느덧 한 뼘 자라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과 소


전통 사회에서 소는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일컫는 말인 ‘생구(生口)’로 불리며 소중히 여겨지곤 했다. 달소도 민구와는 한 형제처럼, 민구 아버지와는 한 가족처럼 서로를 믿고 아낀다. 달소 상처에 발라 주려고 제일 아끼던 구슬 50개와 연고를 바꾸고, 달소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왕눈이와 결혼을 시키자고 하는 민구나 달소와 함께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고, 달소가 우승한 뒤 고맙다며 우는 민구 아버지의 모습에서 달소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달소 역시 두 사람에게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힘든 쟁기질도 열심히 하고, 민구 아버지의 목숨도 구하며, 소싸움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이 마음을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절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게 한다.
희망을 노래하다
힘 좋은 황소에 불과했던 달소가 싸움소로 거듭나면서 마을 사람들은 달소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 준다. 연습 때부터 격려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경운기를 타고 대회에 가서 응원도 하고, 또 고이고이 기른 인삼이며 영지버섯 들을 먹이기도 한다. 물론 자신들의 밭을 쟁기질해 준 달소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겠지만, 마을 사람들은 무엇보다 달소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다. 우승하지 못하면 수술비 마련을 위해 팔려 갈 운명에 놓인 달소가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 소를 만나 좌절하기는커녕 이를 악물고 싸우는 것을 보며, 그 속에서 사람들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고자 한다. 그래서 달소가 비록 민구네 식구들을 위해 싸우지만,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달소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도 힘을 내는 것이다.

시적 표현으로 가득 찬 문장, 짜임새 있는 구성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보면, 앞뒤가 딱딱 맞는 구성에 놀라게 된다. 스쳐 지나가는 사건들 같지만, 달소가 이를 하나하나 기억해 내고 소싸움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데 밑거름으로 삼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들이 쌓이고 모여 오늘의 나를 이루듯이 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또 이상권 특유의 서정성 넘치는 표현이 돋보인다. “깊어 가는 밤하늘에 떠 있던 별들은 너무 여물어서 그만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와 같은 문장은 마치 시구(詩句)를 보는 듯하다. 더구나 어린 시절 소와 각별한 사이였던 작가의 경험이 문장에 녹아 들어가서 바로 옆에서 소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 그리고 바로 내가 달소인 듯 쉽게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것이 오랫동안 공들여 쓰고 다듬은 작가의 손길 덕분이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형상화한 캐릭터


사납지만 속은 다정한 개 누렁이, 욕쟁이 쥐 상이군인 할머니, 싸움 잘하는 장닭 물똥이, 겁 많은 수탉 겁대가리, 수다 떨기 좋아하는 산토끼 등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개성 넘친다. 등장하는 어느 인물 하나 소홀하게 묘사된 것이 없다. 더구나 일률적인 모습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달소한테는 잘하지만 상이군인 할머니에게는 쌀쌀 맞은 누렁이의 모습처럼, 실제 우리가 그렇듯이, 복합적인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 서로 헐뜯으며 싫어하던 누렁이와 물똥이가 상이군인 할머니의 시체를 족제비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화해하는 것과 같이 변화하는 모습까지 있어 더욱 생동감 있고 현실적이다.

거친 듯 섬세한 그림


화가 김병호의 그림은 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 준다. 힘 있는 먹 선과 펜 선, 뿌리기, 긁기 등의 다양한 그림 기법이 거친 듯하면서도 글의 서정성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이군인 할머니의 죽음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이, 소싸움을 하는 장면에서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특히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달소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장면들에서 화가 김병호의 뛰어난 해석력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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