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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보라카이 여행

곽진희 |2007.05.23 00:27
조회 57 |추천 0

당초 15일의 여행일정에서 무려 절반 가까이 잘라버린 9일간의 짧은 여행이 되고 말았지만 여행이 더 길어진다고 해서 아쉬움이 덜했을 것 같거나 또는 반대로 즐거움이 더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여행은 모든 면에 있어서 '어중간' 했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여행은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와 함께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 되었을 테지만 역시 난 이런 곳과는 잘 맞지 않는 듯하다. 가이드의 말을 무조건 경청하며 20-30 명씩 줄지어 다니는 한국 관광객을 욕하고 싶진 않다.


다만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싸다고 내지른 돈이 나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치명적인지 좀 알아 줬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환율과 물가를 그들의 것과 비교해보고 소비했으면 한다. 특히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 안 되는 돈인데 그냥 달라는 대로 줘라.. 라는 식의 행동은 자제했으면 한다.


필리핀에 오랫동안 사신 분이 그러셨다. "한국 사람이 한 번 왔다간 곳에 가보면 말도 안 되게 가격이 올라가 있어요. 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그럴 때 마다 참 씁쓸합니다."

난 여행을 계획할 때 그 나라 공무원이나 대졸자의 월급과 길거리 음식 가격을 알아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여행경비예산을 짠다.

  

필리핀의 대졸자 평균 임금이 7,000peso(한화로 약 140,000원) 그리고 월 50,000peso(한화로 약 1,000,000원)이상 벌면 부자라고 한다.

이런 나라에서 아무리 휴양지라고는 하지만 하루치 방값이 대졸자의 한 달 치 월급의 1/2을 가로채는 호텔은 사방에 널려있고 무난한 한 끼 식사 값이 2인 기준으로 쳤을 때 500-600peso(한화로 약 10,000-12,000원)인 것은 너무 비싼 것 아닌가?

내 계산으로는 휴양지임을 감안하더라도 2인 기준의 한 끼 식사 값은 200peso(한화로 약 4,000원)정도. 하루치 방값은 내가 있던 곳 정도의 룸 컨디션을 갖춘 2인실의 가격은 700peso(한화 약14,000원)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마닐라에 있는 로빈슨 백화점 안에 있는 일식당이나 아님 마닐라 시내의 큰 중식당의 밥값도 가장 비싼 것을 기준으로 해도 150peso(한화로 약 3,000원)를 넘지 않았다. 물론 이 곳에서 나 말고 다른 한국인은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 부정하면서 즐길 것을 못 즐기고 온 것은 아니다. 돈 때문에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하는 여행은 차라리 안 가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니까. 먹을 것도 맛나고 좋은 걸로 많이 먹고 쇼핑도 많이 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다 하면서 정말 잘 놀았다.(오죽 먹었으면 2kg이나 몸무게가 늘어서 왔겠는가!) 

다만 한국 사람이 그들의 '영원한 봉'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을 뿐이다.


(앞에 유럽 사람이 지나가면 쳐다도 안 보다가 내가 지나가면 해양 스포츠 가격표와 각종 물건(진주, 시계, 짝퉁 선글래스)을 들고 달려드는 호객꾼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50달러를 외친다. 그것도 'very chip price'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지만 나온 김에 하고 싶을 말을 해야겠다.

보라카이가면 누구나 한다는 호핑투어를 1인당 80달러에 했다는 여행기를 봤다.(물론 이 사람은 너무 심했다. 대부분 50달러 미만)  무척 만족스러워 했다.

거두절미하고 내가 흥정한 가격은 2인에 600peso(약 14달러, 즉 1인에 7달러, 흥정을 달러로 하면 우선 밑지고 들어간다.) 호핑을 할 생각이 없어서 이 정도였지 더 깎을 수도 있었다.

자 그럼 이렇게 어마어마한 차액이 나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가 상당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건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타지에서 큰 힘이 되어준 친구 같은 사람. 때론 호탕하게 맛있는 저녁이나 술도 사줬던 마음 좋은 '한국인 가이드'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내 글을 만약 현지에 있는 한국인 가이드가 본다면 엄청나게 화를 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현실은 이러했다.

이것은 비단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은 아니고 'sea walker'를 했을 때 그 곳의 사장님께서 한국분이셨는데 그런 가이드의 횡포 때문에 자신은 가이드와 거래를 안 한다고 하셨다. 

(다이빙 샵을 했을 때 계속 가이드에게 20달러를 받고 손님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손님들한테 가이드는 80달러를 받더라는;)

내가 한국에서 알아본 것 중에 가장 싼  해양스포츠 패키지가격이(다이빙, 제트스키, 패러세일링, 바나나보트, 호핑투어, ATV, 보트세일링 등) 30만원 이었고 한국에서 인터넷 서핑만으로 그 가격의 1/2이면 충분했다고 하니까 사장님께서는 30만원이면 보라카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단다. 현지에 와서 보니 그 말에 나도 100번 동감했다.

물론 어떤 경우에서든 협상에 대한 피곤함이 ‘딱 질색이다’라고 한다면 엄청난 돈을 주고 가이드를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들로 인해 나처럼 여행하는 사람도 고스란히 그 값을 치뤄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단 말이지.  

그리고 돈을 떠나서 그들에게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이미지는 '무조건 영원한 봉'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게 같은 한국 사람으로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고 있느냔 말이다.     

(여행 일정이 짧아지게 된 이유 중에 하나일 정도로 나에게 심각한 문제였다.)

다시는 이런 식의 여행은 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는 매년 늘어만 가는데...  난 과연 어디로 가야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냐는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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