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의 방
방에는
벽 한가운데 옷이 걸려져 있네
옷걸이에 어깨를 받치고
목은 허공에 대롱대롱 떠 있네
팔은 축 늘어져 혓바닥을 내밀고 있네
그 옆에는
책들이 쌓여있네
기형도 전집, 조세희의 책, 詩에 전화하기
폭력과 상스러움, 자전거 도둑, 제넥스 영한사전,
사랑한 후에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소금뿌려 놓은듯 잠들고 싶은 곳에 누워있고
그 아래엔
어디서 왔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Beatles, Eric clapton, Jimi Hendrix, Doors,
Janis Joplin, Stevie Ray Vaughan, B.B King.
Cause we've ended as lovers
Because, The messiah will come again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보이지 않네, 이 방안의 공기에 뒤덮혀
옷걸이 아래의 시체들의 또 아래에
베게가 놓여있고 침대가 놓여있고
이불은 벗은 시체처럼 몸을 꼬고
아무말 하지 않네
자꾸 이불을 보면 자고 싶네
출연하지 못한 것들을 위한 마지막 행
고개를 쳐들고 서있는 화장품과
찌그러진 캡모자, 줄이 하나 끊어진 통기타와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탁상시계
혼자서 말하고 있는 10인치 TV와
손에 눌려 죽은 모기 한 마리의 방점.
그리고 시체, 시체가 살았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