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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꽃을 들면 아름답다....행복만들기 16편

전영호 |2007.06.21 17:02
조회 70 |추천 0


내가 사는 동네 중심가 큰 사거리 한 모퉁이엔,

오래 전부터 그곳에 북박이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노점 꽃집이 하나 있다.

 

그 꽃집은 모든 노점상이 자리를 털고 들어가는

늦은 시간이 되서야 자리를 편다.

그 꽃의 주인은 생각보다 젊다.

그 젊은 나이에 하필이면 노점상 꽃집을 하나 싶을 정도다.

 

나는 그 꽃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음식점을 운영한 적이 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주인이 아닌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퇴근 후,

늘상 그 노점 꽃집앞을 오간다.

3주전부터 휘트니스 클럽에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해서다.

 

가끔 난 그 꽃집에 들러서 젊은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내가 거기서 장사를 할 적에 쌓은 친분으로,

우린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전 일이다.

그날도 장사를 끝내고 퇴근길에 그 사거리 꽃집엘 들렀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기 보다,

그의 꽃집앞을 오갈때면 보게 되는 그의 탐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다.

사실,

난 그가 어떤 책을 그리 재미있게 읽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다.

물론,

꽃을 사러 오시는 손님을 맞을땐 손에서 책을 놓긴 하지만,

그외에 한가한 시간엔 늘상 책을 곁에 두고 있는 편이다.

 

"무슨 책을 그리 파고들듯 재미나게 읽어요?"

나는 그가 읽고 있는 책이 꼭 꽃에 관한 서적이 아닐거라 여겼다.

그 이유는 그가 사거리에서 꽃을 판지도 꽤 됐고,

지금쯤이면 자신이 파는 꽃에 대해 박학다식한 지식이

있을거라 생각해서다.

 

"오늘은 요즘 뜨고 있는 소설책입니다."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그리곤,

나란 존재가 곁에 있는것이 무색할 정도로 책속으로

빠져들어가 버린다.

 

하지만,

난 그의 쌀쌀맞은 태도에 머쩍어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가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건 아닐까 하여 미안스런 마음을 가진다.

 

그런 그라도,

가끔은 곁에 있는 나를 의식해서 책을 덮고

나를 바라봐주는 예의를 지켜줄 때가 있다.

 

우리 두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참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나,

마음속에 담아 둔 넋두리를 풀어 놓는다거나,

세상사는 이야기와

세상을 향해 가슴에 품고 있던 불만들을 토로하기도 한다.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눌때면,

그의 박학다식함에 혀를 내두를때가 많다.

그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읽다보니 별에 별

장느의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할때마다,

무료함을 잊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별 볼일 없는 사람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란걸 그와 대화를 나누며 깨달게 된 것이다.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며,

그가 세상을 참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동안 그가 읽었다는 많은 쟝느의 책들속의 내용들이

그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듯 한 무게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토해내는 말속에 은은히 배어 있는 꽃향을 맡기도 했다.

 

내가 그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있을수 있는건,

정말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말하자,

그때,

그가 내게 나처럼 살고 싶으냐고 되물은적이 있다.

 

그때 난 선뜻 뭐라 답하지 못하고 우물 쭈물거렸다.

그가 그렇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난 언제까지나 그처럼 생업을 위해 꽃을 팔다가

한가한 시간이면 책을 읽는것이 좋겠다며,

그를 마냥 부러워만 하고 있었을거다.

그런데,

그를 부러워했던 내가 그의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그처럼 사는것이 꼭 부럽지만은 않아선지도 모르겠다.

 

난 그의 질문을 피해가려고,

하필이면 그 젊은 나이에 노점에서 꽃을 파냐며

조심스레 그에게 재차 물었다.

 

그는 자조어린 미소를 조용히 머금었고,

나는 순간 어리석은 질문을 해서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싶어

그와 마주 한 얼굴에 미안함을 담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미소를 가만히 지켜보던 그가 나즈막히 말문을 열었다.

 

"한 7여년 된 것 같아요.이 일을 하기 시작한지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땐 정말 오래 할 생각은 없었어요.

젊은 놈이 뭐 할게 없어서 거리에서 쪽 팔리게 이런걸

팔까 싶었던거죠.

그래서,

이일을 잠시 하다가 내가 평소 꼭 가고 싶어 했던,

직장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갈 작정였어요.

그런데,

새벽 꽃 시장엘 하루하루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이 일이 제 적성에 맞는것 같기도 하고,

꼭 보기 좋은 직장엘 다닌다고 성공하는건 아니니까,

이 일 제대로 배워서 성공하는것도 그리 나쁠것 같지 않더라구요."

그는 잠시 생각을 고르듯 숨을 골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전 꽃들을 꽃시장에서 사다가 되팔아서 이문을 남기는게

이 일의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내가 사다가 되 판 꽃들마다 주어진 이름이 있고,

종류도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엄청나고,

그것들을 일일히 외운다는건 정말 대단히 힘든 일이란걸

그제서야 알게 된거죠.

그래서 고민을 했습니다.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은 이 일을 계속하든가,

아니면 이쯤에서 그만두둔가 하고 말에요."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음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라도 그처럼 고민했다 싶었던 것이다.

 

"전 이일이 좋아요.

이젠 꽃에 대해서 많은 지식도 쌓았고,

어떤 꽃은 어떻게 키워야 잘 자라고,

어떤 꽃의 꽃말은 무엇이고.....

하여간 알아가면 갈수록 재미있고 신기한게 많은 일이라

다른 일을 하라고 돈까지 얹어줘도 이 일에서 손을 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무엇을 하든지 꼭 일등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린 일등하면 꼭 성공한거라 여기는데,

전 언제고 그 아래로 내려서야 할 일등보다,

언제고 치고 올라 갈 수 있는 이등이 더 좋아요.

그게 더 여유있고 즐겁지 않을까요?"

그는 금방 꿈속에서 빠져 나온 몽롱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대뜸 내게 물었다.

 

"뭐 때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말에도 일리는 있네요."

나의 대답은 궁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는 내 대답에 흡족한 듯 한 미소로써 다음 말을 대신했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나는 조금전 그와의 대화속에 흠뻑 빠져 있었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꼭 일등이 될 필요는 없다."

 

난 되새긴 그의 말속에서

개인주의적 만족감으로 포만감을 느낀 달관자의 심경을

어렴풋히 느낄수가 있었다.

그리고,

깨달은 바가 하나 생겨났음을 그에게 감사했다.

 

산다는건,

꼭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 성공해야 제 맛이겠지만,

어떤 경지에 다다른다는건 꼭 노력한다고 다 이룰수 있는건

아닌 듯 싶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성심과 열의를 다하는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최종으로 이룬것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만,

 

성심으로 이룬 목표로 인해 삶의 무게를 더해가고,

그렇게 열의를 다한 인생마다 뭔가를 이룬자만의 향기가 배어 나와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날,

난 사거리 노점 꽃집 주인으로부터

그것을 깨달게 된 것이다.

 

또 한가지가 더 있다.

그건,

남자도 꽃을 들면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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