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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 안에서 20분, 고난과 좌절의 연속

이장연 |2007.07.04 00:31
조회 260 |추천 5

파리바게트 안에서 20분, 고난과 좌절의 연속

장맛비가 내리던 어제(2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오전부터 일터에서 초청강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빵을 사가야 했습니다. 초청강연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출퇴근길에 자주 들리는 인천지하철 계산역 근처 빵집에 찾아갔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빵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빵집에서 나와 전철을 타고 역곡역에서 내려 인근 빵집에 들렸습니다. 그곳도 아침이라 가게 사람들이 분주하게 새로 들어온 빵을 진열대에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빵을 사가지고는 계산을 했습니다. 8000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일터에 도착해서 강연준비와 함께, 그 빵을 초청강연 때 먹기 좋게 진열하고는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영수증을 찾아보았습니다. 일터에서는 연구와 관련된 공적인 일로 사용된 비용을 회계처리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빵이 담겨있던 봉지 안에 영수증이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빵을 사고는 영수증을 받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퇴근길 다시 그 빵집을 찾아갔습니다. 아침에 받지 못한 영수증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파리바게트 역곡점에서 고난과 좌절이 무엇인지 절감했다.


파리바게트, 빵가게 손님을 왜 몰래 촬영하나?

이때부터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에 빵을 사간 빵집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줄서서 계산을 하고 있기에 기다렸다가 종업원에게 '아침에 빵을 사갔는데 영수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종업원은 '언제 사갔는지?'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빵을 구매한 시간은 8시 30분경'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종업원은 포스(POS) 단말기를 눌러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단말기를 반복해 확인하더니, 제가 말한 시간대에 '8000원 가량 구매한 흔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 가게에서 구매했냐?'고 되물어 왔습니다. 그 말에 적잖이 황당해, '자신이 여기서 빵을 사지 않고 다른 곳에서 샀다면 여기 와서 이러겠냐?'고 말하고는, 초청강연 때 남은 빵과 빵집에서 빵을 담아주었던 비닐봉지를 꺼내 건넸습니다.

단말기를 뒤져보던 종업원이 헤매고 있으니, 다른 종업원이 와서는 단말기를 다시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계산대 단말기에서 아침 시간대에 제가 사간 빵 판매 기록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이 밀려들어와, 하는 수 없이 그들이 빵을 사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종업원은 바쁘신 거 아니죠?'라고 친절하게? 말하더군요. 그 때 시간이 밤9시 정도 되었을 겁니다. 이 시간에 집에 가지 않고 빵집에서 붙잡혀 있는데 어떻게 바쁘지 않냐고 묻는 센스는 어디서 나온건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하튼 기다렸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다른 손님들이 빵을 사고 나간 10여 분 뒤, 저는 단말기를 가지고 씨름을 하고 있는 종업원에게 말했습니다.
'아침에 일했던 분에게 전화라도 해보시죠!'

빵가게에서도 CCTV를 촬영하는지 몰랐다.



그제야 종업원들은 아침에 가게를 본 동료 종업원에게 전화를 걸더군요.
그 때 가게 안쪽 조리실에서 일하고 있던 또 다른 종업원이 나와서는, 제가 취조하듯이 물어왔습니다.
'언제 빵 사가신거죠?''어떤 빵을 샀는지 기억하나요?'라고 말입니다. 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는지 손님을 앞에 두고 정말 몹쓸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나빠 간단히 답을 해주자, 그 종업원은 더 정나미 떨어질 만한 일을 제 앞에서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다른 종업원들에게 '아침 시간대 CCTV 확인해 보면 될 거야'라 말하고는, 단말기와 연결된 PC에서 제가 인지하지 못한 채 촬영된 CCTV 영상파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무서웠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빵을 사갈 때 제 모습이 몰래카메라에 찍혀 있다는 사실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빵가게에 침입한 강도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 제 앞에서 종업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 시간대 CCTV 영상 파일 뒤적거렸습니다. 빵가게에는 그 어디에도 '감시카메라 녹화 중'이라는 표시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파리바게트, 포스(POS) 단말기 고장 나도 빵 판매하나? 영수증 안 주나?

싸늘한 무표정을 한 세 번째 종업원(주인 같아 보였다)이 CCTV 영상 파일을 찾고 있을 때, 계산대 한편에서 첫 번째 종업원이 아침 시간대 근무했던 동료 종업원과 통화를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를 아주 좌절시킬 만한 통화 내용이었습니다.

요는 '아침에 포스(POS) 단말기가 고장 나서 영수증을 발급치 못하고 빵을 판매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단말기에 빵을 판매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컥! 컥!' 하고 숨이 막혀왔습니다. 20분 넘게 3명의 종업원들에게 똑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확인한 내용이, 결국 빵가게 단말기 고장이라는 사실이 끝없이 허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아침에 가게를 담당했던 종업원에게 전화를 했으면 되었을 것을, 제가 이야기하기 전까지 고집스레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서 취조하던, 그들이 당황해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시건방지게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되물어 오는 그들에게, 정말 머라 할 말이 없어 '금액 맞춰서 영수증 내주세요!!'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빵가게 사람들과 말하기 싫었고, 이 빵가게에 있는 것 자체가 숨 막혀 왔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손쉽게 영수증을 만들어낸 그들에게서 영수증을 건네받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습니다. 사과의 말조차 없는 그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충 8500원에 맞춰 만들어낸 영수증, 이것 때문에 파리바게트에서 지옥같은 20분을 버텨야 했다.



장맛비가 그친 뒤 불어온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손에 쥔 8500원이 찍힌 영수증을 살펴보며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어떻게 포스(POS) 단말기나 계산대가 작동하지 않는데, 빵을 판매했는지? 빵 판매에만 열을 올린 것인지? 만약 단말기가 고장 났다면, 그렇다고 말해주고 영수증을 나중에 찾아가라고 말해주던지 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소득공제 영수증이 필요한지 물어보지 않는지? 말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돈에 눈멀어 빵 파는데 만 급급해 손님을 손님처럼 보지 않는 저들이 빵가게를 하는 동안에는 저 가게뿐만 아니라 저 가게와 같은 체인점에는 다신 가지 말자라고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다음번에 저 가게에서 판 빵을 먹으면 체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파리바게트 그 안에서의 20분은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빵가게 체인점들의 비인간적인 상행위에 제대로 당했다.


파리바게트, 체인점 관리나 잘해라! 빵 사면 영수증 꼭 끊어주고!!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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