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날씨였다
집 앞의 사과나무가 벼락을 맞았다
사과나무는 타올랐다
사과나무가 타오르는 그 순간
나랑 마누라는 지켜보기만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도 활활 타올랐기에
나는 사실은 나무가 스스로 그만 타버리고 싶었다고
그런 이상한 생각도 했다
내 마누라는 그 사과나무를 좋아했었다
불에 탄 나무를 보고 마누라가 마음아파하길래
내가 트럭이랑 전기톱을 빌려와서 나무를 잘라냈다
이제는 믿둥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년전에 마누라는 그 사과나무의 사과에서 나온 사과씨 다섯개를
화분에 심었었다
지금 그 중에 하나만 싹이 틔어서 자라고 있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 묘목이 크고있다
더 이상 사과를 따 먹을 수 없겠구나 하는 걱정만 하는
덤덤한 나와 다르게
마누라는 사과나무가 타 없어진 것을 슬퍼했다
그러다가
고목 옆에 하나남은 그 사과나무 묘목을 심으면서 마누라가 말했다
인생이 덧없다고 똑똑한 시인이 그럽디까
그 사람이
모든 것이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 고목과 묘목을 보면서 알게 됐으면 좋겠네요
당신하고 나하고
사과나무처럼 살아갑시다
세상 달달하게 적셔주고
그런 자식을 또 남겨주고
그렇게 삽시다
Gustav Klimt - 사과나무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