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나의 지난 날들과 잊을 수 없는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군입대를 했던 날에서부터 2년 전...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던 7월.
인터넷 보급으로 게임방이 인기를 누비고 있던 시절, 19살이라는 나이에 처음 채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후배들과 함께 매일 아침 일찍 등교를 하고, 선생님들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데 항상 후배들이 청소를 끝낸 후에는 선생님들의 컴퓨터를 건드리는 것이었다.
뭐하는가 싶어서 구경을 했는 데, 그게 채팅이었다.
채팅이라는 걸 처음 봤고, 후배들로부터 '방가방가' '하이요' 같은 간단한 채팅 언어들을 배웠고, 그 다음 날 나도 후배들과 같이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채팅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 7942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
나명 : 방가요~ (당시 내가 사용했던 닉네임이다.)
7942 : 하이여~
XXX : 안녕하세요~
CCC : 방가방가~
방장 : 자자 새로운 분도 들어오셨는 데 각자 자기 소개 다시 하죠!!
나명 : 19세, 갱상도 사나이 이빈디ㅏ. (소개할 때 오타가 났던 걸로 기억한다.)
7942 : 16살 경기 포천에 살아영~
방장 : 7942님 여자분? 남자분?
7942 : 여자여...
일순간 채팅창은 시끌 거렸다. 채팅방에 여자가 들어온 게 처음인 듯 했다. 아니면 그 날 중에 처음 보는 것이었거나...
즐겁게 모두들 대화가 오고 갔고, 타자가 느리고 오타가 많은 나는 몇자 적기도 전에 화제가 바뀌기 일쑤였다.
7942 : 나명님은 말수가 적은 건가여?
나명 : 아ㅣ니요. 타자ㅏ가 느녀서효...
7942 : 아~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은가보네요?
나명 : 내ㅔ; 그래도 방가방가 하이여 갗은 겆 하다보니 느네여.
7942 : 급하게 쓰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ㅎㅎ
나명 : 네
그렇게 1시간을 보내고, 선생님들이 출근할 시간이 다가오자 작별인사를 하고 후배들과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한달간 7942는 접속했었다.
매일 둘이서 대화를 했고, 꽤나 친해져 있었다. 조금씩 말을 놓기 시작했고, 7942님 나명님이라는 명칭보다는 79야, 나명오빠 라고 부르게 됐고, 마음이 맞았는 지 연락처도 주고 받았다.
7942는 집전화번호를 가르쳐 줬었고, 나는 당시 핸드폰은 넘보기 힘든 물건이라 삐삐를 들고 다녔었다.
7942가 삐삐에 음성을 남기거나 번호를 찍으면 나는 그 아이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것도 시외전화라서 한달간 유지한다는 것이 보통 힘든 것은 아니었다.
결국은 평일에 저녁마다 부모님과 선생님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주머니에 돈이 조금 넉넉해지자 게임방이라는 곳도 찾아가서 채팅을 즐기고는 했다.
8월이 되어서야 서로의 본명을 알게 됐다. 7942의 이름은 가을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날 수록 생일, 주소, 혈액형들을 서로 알아가면서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