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나 역시 남들처럼.. 이제 그 남자를 포기해야 할까요..

마로 |2003.02.12 17:51
조회 890 |추천 0

저는 정말로 평범한 집안에서.. 남들보다 행복하지도 불해하지도 않게 살아온 아이 입니다..

그는 불행해도.. 정말 너무도 불행한 집안환경에서 살아온 아이이구여..

10살도 안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5살도 안돼 아버님이 돌아가셨대요..

어머니는 병에 걸려 돌아가셨지만.. 아버진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셨다네요..

위로 누나 둘이 있지만.. 이 아인 아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가정에서 버려졌다고 할수 있대요..

이 아이에게선 가정이라는 울타리안에서 행복했던 기억은.. 아마도 없는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내를 위해.. 자식들을 위해 생활비를 벌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아버지가 아니었다네여..

아버지 직업은.. 깡패.. 매일 어머니를 구타하시고.. 술에 찌들어 사셨다는군여..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이 아인 혼자 버려졌답니다.. 어머니에게 가해지던 폭력이 이젠 누나들과 이 아이에게 돌아왔고.. 그런 환경을 버티지 못한 누나들도.. 일찌감치 가정을 포기하고 나갔대요..

초등학교 3학년때 너무도 집이 싫어 집을 나갔었던 적이 있대요.. 그 어린 나이에 우연히 미군 장교 부부를 만나같이 살게 되었대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말하는 이아이를 장교부부는 이아이를 집으로 데리고가 먹여주고 학교도 다니게 했나봐여.. 그렇게 몇개월이 지난 어느날 이부부가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더군여.

같이 미국으로 가자고 했다는데.. 이 아이는 아버지 생각에 솔직히 아버지가 살아계시다고 말하고.. 그런 환경으로 절대 못보내겠다고 말하는 그 부부를 뒤로 하고 그  집에 나왔다는군요.. 

그리고 반가운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아버지 저 00예요.. 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00가 누구야..라고 하셨다네요.. 그래서 아들이라구요.. 그러니까 한참 생각한후 아~~ 잘 지냈니? 이러시드래요..

아직까지도 그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아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나봐요..

그때부터 이아이.. 혼자 무서운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수 밖에 없었대요..

유일한 핏줄인 누나들조차.. 이 아이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나봐요..

그렇게 어린 나이에 혼자 버려진 그 아인.. 아마도 인생의 곧은 길보단.. 구불구불한 비탈길로 들어서기가 쉬웠을테죠.. 그 나이에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정말 방탕한 생활을 많이 했었겠죠..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한 두번 실수로 소년원이란 곳에도 출입했었던 아이예요..

누구하나 이아이를 잡아주고.. 바른길로 인도해주는 사람이 없었을테죠..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누구하나 충고해주는 사람없고.. 잡아주는 사람 없으니.. 했던 실수 또 하고.. 그랬을테죠..

오히려.. 소년원이 편하다고 말하던 아이.. 소년원엔 친구도 많고.. 아버지 같은 선생님도 있고.. 공부도 할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고.. 자유는 없지만.. 정말 편한 가정같은 곳이라고.. 그 아이 그러더군요..

오직 형사들이나.. 소년원 간부들의 욕설과.. 구타등만이.. 이 아이의 실수를 질책하는 것들이었겠죠..

 

작년 여름 이아이를 만났습니다.. 정말 말도 안돼는 환경에.. 말도 안돼는 학벌에..

여자라면.. 아무리 어린 여자라도 그런것 따지는건 누구나 같겠지요.. 저도 그 아이 배경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그치만 사랑이라는게.. 정이라는게.. 그런걸로 막을수 있다면.. 세상에 사랑으로 힘든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그렇게 몇개월 그 아이와 행복했습니다.. 몇개월 같이 살기도 했지만.. 가출이라는 이름으로 전 계속 그 아이의 옆에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왔지만.. 그 아이와의 사랑엔 아무 이상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가 사고를 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용서할수 없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떳떳한 모습으로 정말 누가봐도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집 인사온다고 말한지 몇일도 안됐었는데..

너무도 그 아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아이와 사는 동안 그래도 그 아이 많이 잡아주려고 했었죠..

그 아이 역시.. 그런곳은 좋았던 기억도 있긴 하지만.. 다시 가고 싶지 않은곳이라고 그러면서.. 다신 그런 사고 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그랬었는데.. 정말 용서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용서가 안되는 마음조차도.. 사랑이란 감정에서 무릎을 꿇어버리더군요..

한번만 용서해달라는 그의 편지에.. 친구로 만이라도 남아달라는 그의 편지에.. 난 아이를 용서해버렸습니다..

아니.. 그 편지를 받기전에 전 이미 용서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제 자신을 많이 질책하고..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도 바보같은 내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그 아이와 여기서 끝을 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도.. 바보같이 그 아이를 용서해버렸습니다..

 

첫번째 재판에서 10개월의 형을 받았답니다... 절도란 죄명으로.. 죄인으로서 염치가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말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기회를 한번만 달라는 의미로 항소를 걸었다네요..

합의 금액이 30만원도 채 되지 않는데.. 30만원만 있다면.. 이아이에게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수 있는 기회가 다시한번 생기는건데.. 솔직히 이아이 피해자의 얼굴도 모른답니다.. 공범이 3명이 있었는데.. 두명은 미성년자라 석방이 되고.. 이아이와 또 한사람이 수감되있는거랍니다.. 피해자의 얼굴은 그 미성년자 아이들이 알고 있고..

가족이 없는 이아이에게.. 합의를 보는 일을 할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아니 누나들도 있죠..

피해자의 연락처를 알아야 하는데.. 피해자의 연락처는 가족 이외엔 아무에게도 알려줄수가 없다네요..

제가 시간이 자유롭지 않은터라.. 오늘 힘들게 하루 월차내고.. 이아이의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어렵게 이 아이의 핸드폰을 받아 작은누나 연락처를 알게 되었는데.. 작은누나와 전화통화후.. 저는 세상 모든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도 아니고.. 자기가 잘못한 일이니.. 형 만기까지 거기서 반성하면서 살라고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요번 한번만 그 아이에게 기회를 줘달라.. 나는 아무런 힘이 못된다 말해도.. 작은누나는 놀라는 기색도 없고.. 아주 담담하게.. 나중에 다시 전화 한다고 하고.. 끊더군요.. 큰누나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했더니.. 모르겠다라는 차가운 한마디로 제 말을 끊어버렸어요..

가족이라는 게 이런것인지.. 정말 가족의 사랑이 뭔지.. 가족의 정이란게 뭔지..

남들이 다 포기해도.. 가족만은 그 아이를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세상이 싫어지더군요..

난 가족도 아닌데.. 그 아이를 포기 못하겠는데.. 유일한 핏줄인 가족이 제게 던진 말은..

정말 저마저도 이아이를 포기하고 싶게 만듭니다.. 요번 이 아이일로 한번도 눈물을 흘린적은 없었습니다..

그치만.. 오늘은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는군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누나들처럼.. 그의 친구들처럼.. 나역시도.. 그를 포기해야 할까요..

그 아이가 형을 다 살고 나와.. 잡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이.. 정신을 차린다 해도.. 외롭게.. 그렇게 살게 내버려 둬야 할까요.. 나도 이젠.. 그 아이의 관한 모든 일들을 포기해야 할까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