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초에 첫비행을 했으니 벌써 14년이 지난 얘기네요.
첫사랑, 첫키스, 첫비행 다같이 잊을 수도 없고 잊고
싶지도 않은 경험들이죠~~ ㅎㅎㅎ
케세피퍼시픽은 모든 Training을 마치고나서야 첫 비행을
하게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서비스도 배우고나야
승무원의 일거수 일투족이 눈에 보인다는 거죠..
승무원 교육하면서 밤새 공부도 하고, 시험 떨어지면, 집에
가야하니, 입시만큼 맘이 떨립니다. 영어로 말하면,한 영어
한다고 자부했고, 같이 간 승무원 중에서도 영어를 젤 잘한
내가 그렇게 불안했는데 다른 사람들은,,,쩝~~
어쨋건, 우리 클라스는 모두 성공적으로 졸업을 했고,
드뎌 첫 비행에 나섰습니다. 한국비행은 FD(familiarization
flight)으로 참관만 했고, 정말 승무원으로 포지션 받아서
비행하는 첫 비행은 자카르타 (첫 장거리는 악명높은 인도~큭)
다행히 Galley Purser는 맘이 무지 좋은 홍콩 남자 Eric였죠.
실수해도 차분하게 알려주고 웃어주고, 가식이 아닌 정말로
승무원의 여유를 가진, 좋은 선배였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초보 승무원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몸은 엄청
바빳는데도 해 놓은 결과는 초라했겠지요,, 그 뒷치닥거리를
우리의 오빠 Eric이 묵묵히 다 해주더라 이겁니다. 고맙게도^*^
그런데, 우리의 Eric조차도 커버하기 힘든 일을 결국 내가
저질르고 말았습니다. 흑흑흑,,,,
음료와 식사야 다 차려 주는 거니까, 순서만 잘 챙겨서 나가면
되는데, 음료나가고, 식사나가고, 와인나가고 잘 했습니다.
커피랑 차 나가야 한다고 Eric이 "Brew Coffee"하고는 와인
서빙 나갔는데, 아 딱 막히는 겁니다.
머리 굴렸죠. 커피는 물이 필요하니까 일단 물을 부어야 하는데
손잡이 달린 주전자가 coffee brewer와 한쌍이니 얼마나 딱
맞습니까? 물 가득 채워서 다시 brewer 밑에 딱 꽂았죠.
물이 빨리 끓어줄까 걱정은 좀 됐지만, 이쁘게 손잡이도 방향
맞춰놓고 커피 서비스 나가길 기다렸더랬죠.
마침내 커피 서비스,, 커피포트에 따르던 Eric,누구야 이거한 사람,
워낙 솔직한 저 아닙니까,, "I did" 했더니, Eric 허탈 웃음에 반은
넘어가더군요.. 버튼만 누르면 물이 자동으로 커피위에 자연스럽게
우려져서 밑에 놓인 주전자에 가득차는데, 거길 찬물로 가득채웠으니
커피가 어디로 가겠냐고,, 자기 비행 6년에 이런일 첨이라고,,헉~
그 뒤로, Eric저랑 비행 10년이 넘게 했는데, 저만 보면 그때 얘기합니다.
여러분, 첫비행의 추억, 영원히 갑니다. 아마 제 장례식 와서도 Eric은
제 첫 비행 얘기 할 겁니다. 푸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