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필름이 끊어진거 같애...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
엄청나게 부은얼굴로 헤헤거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속으로 막 흉을봅니다
'너 정말 대책없구나... 어떻게 그렇게 마시냐?'
하지만 곧 초조해 집니다...
'도대체 누구랑 마신건데?
집엔 어떻게 간거야?
아무일도 없었던거지?'
그런끝에 내 입밖으로 나온 말은 고작
"어~ 재밌게 마셨나보네~"
내말에 그녀는 아니라고 합니다
"재미는 무슨~ 야 친구하나가 하도 청승을 떨어서
그거 보기 싫어가꾸 막 마신거야...
하여튼 난 고백도 안해놓고 지마음 몰라준다고
징징대는 애들이 제일 답답하더라
아~ 아직도 머리가 아프네..."
그말에 나는 또 마음속으로 흉을 봅니다...
'누구나 다 너처럼 대책없이 술마시고
누구나 다 너처럼 하고싶은 말 다 하면서 살진 않아'
하지만 나는 곧 또 초조해 집니다
'머리 많이아파? 아침에 뭐 먹고나오긴 한거야?
약이라도 사다줄까?'
그런끝에 내 입밖으로 나온말은 고작
"그르게... 답답하네 그 친구..."
오만상 얼굴을 찌푸린 그녀는
문득 생각난듯이 내게 묻습니다
"아! 혹시 점심때 나랑 밖에나가서 해장국 안먹을래?
아까 회사식당 식단 확인해 봤는데~
돈까스더라구... 어후~ 윽~"
나는 마음속으로 냉큼 거절합니다
'싫은데? 나는 그냥 지하식당에서 먹을거야...
넌 꼭 그럴때만 나랑 밥먹자고하지?'
1초도 안되는 상상속에서나마 나는 뿌듯합니다
'내가 너를 거절하다니...'
그 상상이 너무 통쾌해서 나는 어쩌면
진짜로 그렇게 말할 수 도 있을것 같습니다
'싫은데?'
하지만 곧 초조해집니다...
'내가 싫다고 하면 같이 먹을 사람은 있는거야?
그때까지 다른거 안먹어도 되겠어?
회사근처 해장국집 점심때 엄청 복잡할텐데
내가 먼저 가서 자리잡고 있을까?'
그런끝에 내 입밖으로 나온 말은 고작
"뭐... 봐서 그러던가..."
때론 내게도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건아니야, 이번엔 니가 틀렸어
너 자꾸 그러지마...'
하지만... 하지만, 할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도 소용이 없어서 그냥 둡니다...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
그 관계가 바뀌지 않는이상
내가하는 모든말은 그녀에겐 아무 소용도 없을거니까...
그러므로... 내게도 아무 소용이 없을거니까...
할말이 없는것이 아니라 해도 소용이 없어서
지금은 그냥 아무 말 않은채
사랑을 말하다
chae